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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7일 일요일

아직 갈 길이 먼 '쇄빙선'…조국, '선장'으로 조기 복귀하나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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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9.08 01:00

  • 수정 2025.09.08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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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책임 통감 사죄, 총사퇴…곧 비대위 전환

극우 깨부술 '망치선' 역할 다짐했으나 큰 위기

위원장에 조국 유력…'조기 등판' 상당한 부담도

당 구심점으로서 사태 수습 '무한책임'질 가능성

의원총회에선 결론 못 내고 8일 재논의하기로

김선민 "절차를 넘어 마음의 상처 보듬지 못해"

황현선 "부족하고 서툴렀지만 은폐·회피는 아냐"

경찰 수사 5개월째 답보…피의자 혐의 완강 부인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과 서왕진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내 성 비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2025.9.7. 연합뉴스

윤석열과 극우 세력의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원내 제3당으로서 민주진보 진영의 한 축을 담당해온 조국혁신당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검찰독재정권을 앞장서 깨뜨리는 '쇄빙선'에서, 이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극우 본당' 국민의힘을 깨부수는 '망치선'(조국 전 대표의 표현) 역할을 하리라 다짐하던 혁신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면모를 일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과 최고위원 전원은 최근 강미정 대변인의 탈당 기자회견 이후 일파만파로 확산된 당내 성 비위 파문에 책임을 지고 7일 총사퇴했다. 이에 따라 혁신당은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 개최 전까지 최고의결기구 지위를 갖는 당무위원회를 조만간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전망이다. 비대위원장에는 8·15 특별사면 뒤 복당해 혁신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조국 전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사면된 지 얼마 안 된 조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적 리스크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심각하게 동요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중심을 잡고 현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적임자는 현실적으로 당의 최대주주이자 구심점인 조 전 대표뿐이라는 점에서 '조기 등판'의 부담을 감수하고 무한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 전 대표는 당초 오는 11월 열릴 예정이던 정기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면 당의 사령탑으로 두 달 정도 빨리 복귀하는 셈이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내 성 비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 총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25.9.7. 연합뉴스

김선민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황명필·이해민·차규근 최고위원 등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죄송하고 참담하다. 저의 대응 미숙으로 동지들을 잃었다. 피해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당 안팎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저는 오늘 대표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남으로써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혁신당은 신생 정당이다. 대응 조직과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우왕좌왕 시간을 지체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권한대행으로서 '절차와 원칙'만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법적인 절차를 뛰어넘어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지 못했다. 더 과감한 조치를 했어야 하지만,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이 일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으신 당원 동지들, 저희를 성원해 주신 국민께도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 관용 없는 처벌과 온전한 피해 회복을 위해 이제 저와 최고위원 전원은 물러난다"며 "당에 무거운 짐을 넘겨 죄송하다. 현 상황을 수습해 국민과 당원 동지들의 마음을 다시 모으시리라 믿는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황명필 최고위원은 기자회견 뒤 취재진과 만나 "원내대표는 원내에서 선출하는 분이니까 (사퇴하지 않고) 선출된 저와 지명직 최고위원이 다 같이 (사퇴한다)"며 "비대위 구성은 당무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일정은 원내대표가 소집해야 하니까 오래 걸릴 일은 아니고 빠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도부 총사퇴에 조 전 대표와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하고 있다. 2025.9.4 [공동취재] 연합뉴스

기자회견 뒤 김 권한대행을 제외한 혁신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원장 인선을 포함한 비대위 구성 문제를 놓고 1시간 30분가량 격론을 벌였다. 그러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8일 의총을 다시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을 조국 전 대표가 맡을지, 혁신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외부 원로 인사가 맡을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선희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를 구성하는 데 있어 원칙과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일차적 논의가 있었다. 피해자·당원·국민으로부터의 신뢰 회복과 혁신이 중요한 원칙"이라며 "비대위는 당헌·당규에 따라 당무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고 원내대표가 소집하는데 최대한 빨리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인선에 관해서는 "어떤 분을 모실지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며 "특정인 여부는 내일 (의총 후)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 비위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25.9.7. 연합뉴스

앞서 황현선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당의 운영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으로서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과 조국 원장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우리 당을 믿고 지지해준 당원 동지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은 사무총장이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일로,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면서 "성비위 사건을 비롯해 당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에 대해 저 또한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으며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아울러 "저의 부족함으로 감옥에서 출소하자마자 당 내홍의 한복판에 서게 된 조국 원장에게도, 그리고 조국 원장에 기대를 가졌던 많은 지지자 분들에게도 사과드린다"며 "당 지도부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조사 과정과 조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성비위 사건의 로펌 선정 및 괴롭힘 사건의 외부 노무 법인의 재조사,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한 위원회 구성 등 피해자들의 요청 수용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당헌·당규, 절차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 공당에서 운영 절차와 규정을 지키는 것이 피해자와 당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피해자의 상처를 깊이 헤아리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당이 부족하고 서툴렀던 것이지, 은폐와 회피가 아니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치검찰에 의해 멸문지화를 당한 조국의 사면복권은 사무총장으로서, 개인적으로도 저에게 큰 임무였다. 다행히 우리 곁으로 돌아왔지만 온전하게 그를 맞이하고자 했던 저의 목표는 미진했다"며 "계속되는 고통을 버티고 또 버티는 조국 원장에게 겨눈 화살을 저에게 돌려달라. 창당을 위해 함께 한 결심, 국민을 살리는 검찰개혁을 위해 온 몸을 던지고 내란 세력 척결과 국민주권정부로의 정권교체 및 성공을 위해 위험, 비난, 비판을 함께 견뎌온 시간들이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으로 굳건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9.4. 연합뉴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이규원 사무부총장도 이날 오전 김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5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성희롱은 범죄는 아니다'라는 언급을 했다는 이유로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됐던 그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방송에서의 일부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당원으로서 윤리위 조사에 성실하고 책임 있게 임하겠다. 당분간 방송 등 대외활동은 자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국혁신당 소속은 아니지만 역시 2차 가해 발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민주당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던 최강욱 교육연수원장도 이날 보직에서 사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 지금 제가 맡기에는 너무 중요하고 무거운 자리라 생각해 왔다"며 "이유 불문, 저로 인해 많은 부담과 상처를 느끼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 거듭 송구할 뿐이다. 자숙하고 성찰하겠다"고 전했다. 정청래 대표는 그의 후임으로 3선 김영진 의원을 지명했다.

한편 혁신당 성 비위 사건에 대한 고소를 접수한 경찰은 5개월째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지난 4월 강미정 대변인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신체적 접촉 및 성희롱성 발언을 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로 피의자 A 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했지만 양쪽의 진술을 제외하고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데다 당시 노래방에 동석했던 목격자들 진술까지 엇갈려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언론에 "성 비위 의혹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고 조만간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면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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