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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다송 기자
- 승인 2025.09.0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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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많은 장면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망루에 선 모습이었다.

이번 행사에는 26개국 이상의 정상과 대표단이 참석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푸틴 대통령과 함께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았다. 중국 외교부 차관보는 “전승절 기간 외빈 의전 순서는 푸틴 대통령이 1순위, 김정은 위원장이 2순위로 확정되었고, 이에 따라 입장과 배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조선)이 국제 무대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래서인지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장면에 주목하며 다양한 반응과 해석을 내놓았다.
BBC, AP통신 등 서방 언론은 이번 행사를 두고 “중국이 미·중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을 반서방 전선의 우군으로 세우려는 이벤트”, “북·중·러 연대를 통해 미국 중심 질서에 도전하려는 행보” 등으로 분석했다. 요컨대 ‘중국 주도의 반미·반서방 연대 과시 속에서 북을 전략적 카드로 활용했다’는 시각이다.
국내 언론들도 이와 유사한 맥락을 유지하면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북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며 대미 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연출”, “러시아 의존을 완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는 항일전쟁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 맥락에서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반파시스트 전선을 이끈 러시아를 최우선으로 예우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중국과 함께 동북항일연군을 구성해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던 조선을 예우한 것 역시 당연하다.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조선을 최상위로 대우한 것은 정치적 함의 이전에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현실 정치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조선은 이미 핵억지력을 갖춘 전략국가로 자리매김했고, 중국도 이를 부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26개 참가국 가운데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중국, 러시아, 조선 세 나라뿐이었다. 이는 중국이 조선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결국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 장면은 중국이 조선의 정치적·군사적·역사적 전략 가치를 전면적으로 인정했음을 보여주는 외교적 신호라 할 수 있다.
박다송 기자 antquf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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