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판사들은 5 ․ 1 판결의 위헌성을 비판하지 못할까?
조희대 코트의 이례적 판결로 인한 정치 개입에 대해 현직 판사들의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로 인해 2025년 5월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개의되었는데, 안건은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제안한 두 건이 상정됐습니다. 첫 번째는 “민주국가에서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바탕인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는 안건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입장은 조희대를 지지하는 강경파의 의견으로 사태의 원인이 조희대 코트의 판결로부터 기인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입장이 아주 특이합니다. 조희대 판결의 문제점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인정하였으면서도,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는 기괴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원인이 조희대라면 조희대에게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데, 거꾸로 조희대에 대한 비판을 재판독립의 침해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비슷한 취지로 최근 9월 18일에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송승용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건의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5 ․ 1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5 ․ 1 판결은 2025년 5월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두 번째 입장이 밝힌 것처럼 단지 사법 신뢰가 흔들린 정도에 불과한 것이 아니며, 송승용 부장이 표현한 것처럼 유감을 표시할 정도의 사소한 대상이 아닙니다. 그 판결은 우리 헌법을 중대하게 훼손한 위헌적 판결이며, 조희대 코트는 그 판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송승용 부장은 자신의 글에서 모든 판결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용기 있는 주장을 하면서도 “저 같은 일개 판사가 하는 하급심 판결…”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대한민국 판사들은 설령 대통령이 자신의 법정에 당사자로 서더라도, 결코 주눅 들지 않으며 대단히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일관합니다. 다만 그들은 오직 단 한 사람에 대해서는 “저 같은 일개 판사”라고 자신을 낮추는데, 그는 바로 대법원장입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
그 이유는 대법원장이 모든 판사에 대한 인사권과 보직권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관 3,000명의 임명권과 승진, 전보의 권한을 갖고 있으며, 재임용 여부도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출세가 보장되는 영장전담판사를 법원장이 정하고, 법원장은 대법원장이 임명하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함으로써 제왕적 대법원장-제왕적 대통령제가 완성됩니다. 따라서 ‘일개 판사’는 대법원장 또는 대법원의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감히 비판하지 못합니다. 설령 조희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장이나 대법원을 비판한 젊은 판사는 다음에 임명될 대법원장에게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18대 대선에서 원세훈 국정원장의 댓글공작 사건에 관하여 서울중앙지법 이범균 부장판사가 “정치 개입은 맞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다”라는 기괴한 논리로 국정원법위반 유죄, 선거법위반 무죄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진 부장판사가 ‘지록위마’라고 비판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에 중점을 둔 판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뒤 이범균은 고등법원으로 승진했고, 김동진은 징계를 받았습니다.
왜 극단적 편향성을 가지는 사람이 대법관과 대법원장으로 선임될까?
아마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할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며, 그 근거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헌법 제24조의 보통선거권입니다. 그러나 개인으로서의 조희대가 아닌 대법원장으로서의 조희대가 그러한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대법원의 판결로써 관철하는 것은 3권 분립이라는 헌법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고, 국민의 보통선거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희대 판사의 극단적 편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였습니다. 36년 뒤에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던 1989년 인노회 영장발부 결정, 친일파 이해승 후손 토지환수 사건에서 개정법의 소급적용 불가의견, 2017년 40대 기획사 사장의 여중생 임신 사건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2018년 ‘리벤지 포르노 재촬영’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주한미군의 한국인 여경 성폭행 미수사건에서 감형, 집행유예 및 무죄판결, 2019년 이재용이 정유라에게 ‘3필의 말’을 제공한 것에 관한 무죄취지 소수의견, 2020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등이 그것입니다. 위 판결들이 가지는 극단성이 5 ․ 1 판결에도 일관되게 이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치적 편향성 또는 비상식적 극단성을 가지는 대법관 또는 대법원장이 선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희대의 5 ․ 1 판결을 비판하면서, 유시민이나 김어준과 같은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등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등장했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민주당 대통령이 유시민이나 김어준을 대법관으로 임용한다면, 나중에 보수당 대통령은 전광훈이나 전한길을 대법관으로 임용할지도 모릅니다. 문제의 본질은 대법관이 법조인가 비법조인가에 있지 않고, 그를 누가 임명하느냐에 있습니다. 즉 제왕적 대통령이 극단적 편향성을 가지는 대법원장을 선임하고, 그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선택하여 제왕적으로 지배하면서, 지금의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조희대가 충성을 다했던 거라는 유치한 논리를 주장하려는 게 아닙니다. 윤석열이 극우적 편향성을 가진 조희대라는 사람을 대법원장으로 선택했다는 것이 사태의 핵심입니다. 조희대의 극단적 편향성이 5 ․ 1 사법쿠데타를 감행하게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은 상식적인 인물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당파적으로 부합하는 인물을 우선하여 대법원장으로 임명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대법원장은 다시 비슷한 성향의 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이들을 제왕적으로 지배해 왔습니다. 단적으로 2025년 4월 22일에 배당된 사건의 판결을 9일 만에 선고하는 것에 대해, 대법관 12명 중 9명이 마치 군사 조직의 일원인 것처럼 유죄 취지의 파기 의견을 그대로 따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을 어떻게 혁파할 수 있을까?
대법원장이 ‘사법 군주’로서 제왕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이유가 ‘인사권’에 있으므로, 바로 인사권을 박탈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인사권을 누가 가지는 게 올바를까요? 대통령, 의회 또는 외부 기관 누군가가 판사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는 순간, 사법권은 그 기관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판사회의를 법률기구로 구성하고, 각 판사에 대한 인사권과 보직권을 판사회의에 일임하는 것이 옳습니다. 판사 사회가 집단지성으로써 자신들의 인사와 보직에 관한 기본 규칙을 정하고, 그에 따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각 조직이 그 구성원들의 총의에 의한 민주화를 이룸으로써,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한층 확장될 것입니다. 여기서 판사회의는 지금 구성되어 있는 대의기구로서의 ‘법관대표자회의’가 아닌 직접민주주의 기구로서의 전체회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극단적 편향성을 가지는 사람들이 대법관이나 법원장에 선임되는 것을 막으려면,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선택하는 현재의 구조를 깨트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사전체회의가 대법관을 선출하고, 대법관 중에 대법원장을 호선하도록 함으로써 대법원장에게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끄는 권한만을 부여하고 그 이외의 사법행정에 관한 권한은 판사전체회의가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법원장은 해당 법원의 판사들이 직접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장이 판사들의 판결 업무를 지원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법관과 법원장을 뽑는 선거는 공약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그 판사가 선고했던 과거의 판결을 토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또한 판사회의는 변호사협회의 판사 평가를 공식적인 자료로 채택하고 부당하게 행동하는 판사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고 사실이 밝혀진 때에 페널티를 부과해야 합니다. 이로써 판사들의 판결을 공론의 장에 공개하고, 판사들로 하여금 자신의 판결을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40대 기획사 사장의 여중생 임신 사건 무죄나 ‘리벤지 포르노 재촬영’ 무죄와 같은 판결을 선고한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인 판사가 법원장이나 대법관에 선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판사들의 집단지성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사를 고위 법관으로 선택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무슨 무슨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구성된 준정부적 기구가 그 선출에 관여하게 되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친정부적 인사들로 고위 법관들의 자리가 채워질 것입니다.
법관의 독단, 법원의 오류는 어떻게 수정되어야 하는가?
사법권 독립의 역사는 불가피하게 법관의 독단과 법원의 오류를 양산해 왔습니다. “왕은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다!”(The King does not wrong!)는 군주제적 신화는 이제 “대법원은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다!”(The Supreme Court does not wrong!)는 변형된 신화로 부활했습니다. 당장 조희대 코트의 위헌적인 5 ․ 1 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가 우리에게 없습니다. 따라서 지귀연 구속영장 취소 결정과 같이 법률의 문언을 넘은 판결, 5 ․ 1 판결처럼 절차를 중대하게 위반하고 헌법원칙을 위반한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사유들은 법관의 징계사유로도 삼아 사법권 남용을 경계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개정헌법에서는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랄 독립하여 심판한다.”의 문장 뒤에 “다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판결은 이 조항으로 보호되지 아니한다”라는 단서를 부가해야 할 것입니다.
애초에 본문 자체로 헌법과 법률을 벗어난 판결은 사법권 독립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헌법을 위반한 5 ․ 1 판결이나 지귀연 결정이 헌법 제103조를 앞세워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위 단서를 명문으로 규정함으로써, 사법권 남용의 위험성을 판사들에게 경고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당의 대법관 30명 증원 방안은 필요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적확한 조치는 아닙니다. 당장 조희대 코트의 위헌적인 5 ․ 1 판결이나 법률의 문언을 넘어서는 지귀연 결정과 같은 법관의 독단을 방지하는 조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대법관의 숫자를 막연히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법원은 판결의 통일성 확보라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연방기본법은 일반 민형사는 연방최고법원, 그리고 행정, 재정, 노동, 사회분야로 나누어 최상급법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방재정법원과 연방노동법원 사이에 판결의 통일성이 덜 예민하게 요구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분야의 구분 없이 대법관의 숫자를 만연히 증대하면, 대법원판결 사이에 불일치가 초래되고 법률 해석과 법적용의 일반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습니다.
청년 판사들에게 호소함
대한민국 청년 판사들에게 간절히 고합니다. 사법권 독립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조희대 코트의 5 ․ 1 판결이 과연 정당한 절차를 밟았는지, 지귀연의 결정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당한 해석방법을 따른 것인지 되돌아볼 것을 호소합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법원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그 문제를 혁파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행동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사법권 독립’은 사법엘리트의 엘리트 독재로 변질될 수 있는 위태로운 경계에 언제나 서 있습니다. 5 ․ 1 판결이 선고된 다음 날인 2025년 5월 2일 송경근 청주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올린 “국민이 주인입니다”라는 글을 아래 링크에 연결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부끄러운 선배만이 있지 않고, 이렇게 따를만한 분도 계십니다. 조희대 코트의 5 ․ 1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서 가장 위험스럽고 치욕스러운 판결로 기록될 것입니다. 다만 이 사건을 대한민국 법원이 국민의 편에 설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며, 개혁의 대상이 되지 말고 개혁의 주체가 되기를 권고합니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5월 3일자 기사_초고속 조희대 판결…현직 판사 "30년 간 듣도 보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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