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삼성이 이겼다.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분쟁에서 소액주주들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결과다. 이번 합병 덕에 이재용 체제로의 승계과정은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번 합병이 오히려 ‘미래의 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앙일보 “발로 뛴 정성에 소액주주들 마음 움직여”
삼성물산이 17일 임시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합병에 찬성한 주식은 9202만 3660주로 주총에 참석한 주식의 69.53%다. 합병 찬성을 위해 필요한 주식(출석 주식 3분의 2)인 8823만 7200주보다 378만 주 이상의 찬성을 획득한 셈이다.
합병 대상인 제일모직도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건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번 합병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1대 0.35의 비율로 합병을 하기로 해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를 근거로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도 몇몇 주주들이 불공정한 비율이라는 문제를 제기했으나 큰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언론은 삼성의 승리를 ‘소액주주의 승리’라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개미들이 독수리를 이겼다”고 표현했다. 동아는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만약 소액주주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삼성물산은 질 가능성이 높았다.”며 “결과적으로 전국의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위임장 확보에 나섰던 전략이 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사실상 378주를 갖고 계신 소액주주 1만 명이 지지해 주셔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동아는 “그만큼 소액주주들의 힘이 컸다는 의미다. 삼성물산은 엘리엇과의 표 대결이 본격화된 지난달 이후 전 직원이 나서 전국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위임장 확보에 공을 들여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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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2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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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역시 “엘리엇 측이 외국인 투자자 표를 예상외로 결집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소액주주 표심을 삼성물산이 붙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경향에 따르면 당초 삼성물산의 우호 지분은 최대 42.14%로 평가됐다.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41%) 등 삼성 계열사와 특수 관계인 지분 13.92%, 여기에 ‘백기사(우호 지분)’ KCC 5.96%를 합치면 19.88%가 된다. 단일 주주 가운데 삼성물산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민연금(11.61%)이 지난 10일 삼성 쪽에 서기로 했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 지분 11.05%도 대부분 합병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경향은 “하지만 엘리엇을 중심으로 합병에 반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망돼 삼성물산이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며 “개표 결과는 달랐다. 삼성물산은 예상했던 우호 지분보다 16.77%포인트 많은 찬성표를 얻었다. 26.41%의 외국인 투자자와 24.33%의 소액주주 중 숫자상으로 3분의 1 정도가 삼성물산 합병을 지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직접 소액주주들을 맨투맨으로 만나 통합법인의 비전을 설명하며 설득하고, 신문 등에 두 차례 대대적인 광고를 한 게 주효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1주를 제일모직 0.35주로 인정하는 게 불리하다는 비판도 있으나 주주들은 “그동안 삼성물산 주가가 오르지 못한 것은 대주주 비율이 낮아서 그랬다. 통합법인에서는 대주주 비율이 높아지니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합병으로 인한 주가 상승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찬성표를 던진 외국인 주주들이 많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조선은 “미국계 대형 자산운용사 블랙록(지분비율 3.12%)은 반대표를 행사했으나 나머지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확보한 찬성 지분이 5%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의결권 자문(諮問)회사인 ISS 등이 합병 반대를 권고했지만 소액주주들과 많은 외국인 주주가 이를 거부하고 독립 판단을 한 것이다. 장기 투자 성과를 중시하는 인덱스·뮤추얼 펀드 중심의 투자 기관들도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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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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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소액주주들과 소액주주의 마음을 움직인 삼성 둘 다를 띄웠다. 중앙은 “과거 소버린·론스타처럼 엘리엇도 남의 나라 기업을 얕보고 송두리째 삼키려 한다. 국익을 위해 합병이 승인돼야 한다.”는 최경자 주주의 말을 전하며 “대부분 ‘국익 때문에 표를 던진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중앙은 “소액주주들은 단기적 이익보다는 삼성의 미래 성장을 통한 중장기적 이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서 위상을 얻게 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삼성물산 임원에서 평사원까지 소액주주들의 ‘찬성 위임장’을 받으려 발로 뛴 정성에 맘을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 3분의 2가 반대…지배구조 개편에 부담
한겨레는 이번 승리를 ‘힘겨운 승리’ ‘턱걸이’라고 묘사했다. 한겨레는 “외국인 투자가의 3분의 2가량은 끝내 반대표를 던져, 앞으로 삼성의 남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향후 주가 움직임이 불확해지는 것을 무릅쓰고 합병에 반대한 외국인이 전체 외국인 주주의 3분의 2가량에 이르렀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 등 삼성 계열사의 주주 가운데는 외국인이 많다.”며 “이번 합병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의 불신은 삼성의 남은 사업·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겨레는 또한 “이번 주총에는 현물배당을 할 수 있게 정관을 개정하는 안과, 주총 결의로도 중간배당을 할 수 있게 근거를 두는 정관 개정 안이 상정됐다.”며 “엘리엇이 제안한 이 안건들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하지만 찬성율이 각각 45.93%, 45.82%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도 사안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의 제안에 동조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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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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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속으로는 합병안 통과 바랬다?
엘리엇은 이번 패배에 승복할까. 많은 언론이 엘리엣의 추가 대응 가능성을 점쳤다. 엘리엇은 주총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수많은 독립주주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보여져 실망스럽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엣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심리로 열린 가처분 소송 공판에서 엘리엇은 “주총에서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을 승인한 뒤 합병 무효소송이 제기되면 무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본안 소송도 제기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경향은 “여전히 주요 주주인 엘리엇이 경영에 관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조항을 이용해 국내 법원이 아닌 국제 민간중재기구에서 합병 위법성을 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국민일보는 엘리엇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사외이사 알박기’를 하거나 합병 법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엘리엇이 소액주주나 다른 기관과 연대해 합병 법인에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넣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소송 등 외부 압력을 중지하는 것과 딜을 할 수도 있다”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윤승영 연구위원의 말을 전하며 “삼성 입장에선 엘리엇이 외부에서 공격하도록 놔두는 것과 내부로 들어와 경영에 참견토록 하는 것 모두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나아가 엘리엇이 속으로는 합병안이 통과되기를 바랐을 것이라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합병이 무산됐다면 엘리엇이 단기간에 차익을 실현할 방법을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합병이 이뤄진 뒤에는 여러 방법으로 통합 삼성물산을 괴롭히다 ‘그린메일’(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보유 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아 프리미엄을 챙기는 행위)을 보낼 수 있다.”며 “실제로 엘리엇은 다수 투자 사례에서 5∼10% 안팎의 지분을 사들인 뒤 나중에 대상 기업에 지분을 비싸게 넘기고 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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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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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 막 열렸다
자칫 실패할 수 있었던 합병을 삼성이 무리하게 밀고 나간 이유는 이 과정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승계과정과 연관성이 깊기 때문이다. 즉 3대 세습을 위해 이번 합병은 넘어야할 산이었던 셈이다.
국민일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더욱 단단해졌다. 3세 경영을 위한 승계 작업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는 “무엇보다 이 부회장은 합병법인을 통해 그룹 승계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강화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5%가 안 되고,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룹 승계를 위해선 이 지분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국민일보는 “이번 합병 이후 합병법인의 대주주인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삼성전자 지분 4.06%를 끌어안게 됐다. 합병 전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23.2%)과 이부진 사장(7.8%), 이서현 사장(7.8%) 등 오너 3세들이 대주주였기 때문”이라며 “합병 이후 합병법인의 이 부회장 지분율은 16.5%로 떨어지지만 최대주주 자리는 유지하게 된다. 합병법인의 오너 일가 지분 합계도 30.4%로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38%까지 물려받으면 삼성전자 지분을 7.44%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또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주식을 7.21%나 갖고 있는 1대주주 삼성생명의 지분 19.3%까지 보유하고 있다. 합병법인은 삼성전자의 실질적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이 부회장은 합병법인의 대주주로 확실하게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이득은 지배구조가 단순화됐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됐다. 순환 출자 구조가 단순화된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은 강화된다.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하게 됐다.
다음은 주요 언론들이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표현한 ‘말말말’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삼성 3.0’시대 골격이 만들어졌다.”(경향신문)
“경영승계 큰 산 넘었다”(동아일보)
“삼성의 ‘이재용 시대’가 본격화됐다.”(서울신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잇는 이재용 부회장 시대가 본궤도에 올랐다.”(세계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합병 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한겨레)
“‘이재용의 삼성’ 시대를 열게 됐다.”(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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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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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과 특수관계인 중앙일보의 평가가 돋보인다. 중앙일보는 “‘이재용의 삼성’이 닻을 올렸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24년 만에 이 부회장 중심의 후계 구도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실용적인 이른바 ‘JY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 역할 한다
두 회사의 합병 이후 삼성물산이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론은 내다봤다. 서울신문은 “이날 주총 결의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9월 1일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범한다.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미래 먹을거리 사업을 주도해 그룹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일모직 쪽에서 주도하는 바이오제약 계열의 신사업은 향후 합병 회사를 중심으로 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이번 결정으로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는 물론,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 성장을 주도할 ‘투톱’으로 우뚝 서게 됐다.”며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등 미래 신수종 사업을 주도하고 그룹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못지않게 삼성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관측한 언론은 한국일보다. 한국일보는 “삼성은 양 사 합병을 통해 그룹의 신수종 사업을 키우고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현재 성장 한계론까지 나오는 휴대폰을 뛰어넘을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 사업을 밀고 있다.”며 “이번 합병을 계기로 삼성물산은 각각 자회사와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투자를 늘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휴대폰과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사업도 다각화 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더불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고유 사업 간 연계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놀이공원 운영 및 관리와 의류사업, 삼성물산은 건설부문과 종합상사로서 보유한 국내외 영업망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합병 이후 놀이공원, 의류 사업의 해외 수출을 노릴 수 있고, 양 사가 함께 보유한 건설부문이 통합되면서 시공 능력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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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2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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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이후의 추가 시나리오도 흘러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주회사설’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홀딩스(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합병된 삼성물산과 다시 합병하거나 삼성생명을 금융중간지주회사 등으로 전환해 화재·증권·카드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게 한다”는 시나리오다.
동아일보는 ‘삼성전자 및 삼성SDS와의 합병’설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최대 주주가 이재용 부회장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달 3일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계획은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동아일보는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9.1%를 가진 삼성SDS와 삼성SDI를 합병시킬 것이라는 새로운 시나리오도 제기됐다.”며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보험업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삼성그룹이 남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삼성, ‘소액주주’ 덕분에 이겼으니 이제…
합병이 끝이 아니다. 과제는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소액주주들 덕분에 합병에 통과시켰다는 점이 오히려 삼성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삼성은 합병을 통해 주주이익이 늘어날 것이라 홍보했다.
경향은 “ISS를 비롯해 국내외 의결권자문회사들은 삼성이 주장해온 시너지 효과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지지에 힘입어 합병안을 성사시킨 만큼, ‘뉴 삼성물산’의 성적표가 목표치를 밑돌면 두고두고 공격의 빌미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합병안은 승인됐지만, 중간 배당 등 주주이익 증대를 위한 안건들이 40% 넘는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삼성그룹이 이번 합병안에 전력투구하면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다 보여줬다. 삼성으로서도 시장이 과거와 달라졌고 이전 방식으로 주주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은 나아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슈 등이 발생했을 때 주주를 설득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 명확해진 만큼, 보다 개방적이고 주주친화적인 자세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전체 주주의 60%에도 못 미치는 찬성을 이끌어내는 데 그친 점으로 보면 통합 삼성물산이 앞으로 무거운 책무를 떠안게 됐다.”며 “삼성 측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주에 불리한 합병을 강행했다는 엘리엇 측 주장에 외국인과 소액주주 일부가 동조한 만큼 신성장동력 확보, 시너지 효과 극대화 등 삼성물산 측이 제시한 합병 청사진을 실천에 옮겨 이런 꼬리표를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삼성의 주주친화적 경영에 대해 “삼성은 주주 친화 정책으로 화답할 것을 이미 공언한 상태다. 앞으로 삼성물산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 결정 사항을 주주들의 관점에서 살필 수 있도록 하고 주주 권익보호 담당위원을 따로 둬 주주 이익 제고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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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3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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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은 나아가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부각시켰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삼성이 애국심을 자극해 소액주주들과 국가 기관들을 자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은 헤지펀드 한 곳의 공격에 대항하려고 수많은 국내 주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전 국민의 노후 자금을 맡고 있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2~3%씩 지분을 들고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기업들이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힘을 보태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 경영권을 통째로 외국 자본에 빼앗길 듯한 위기감을 조성한 것이 한몫했다. 이처럼 애국심에 호소하는 분위기 때문에 소액주주들까지 대거 삼성 쪽에 섰다. 사실상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총동원돼 삼성의 후계 체제 안정을 도와준 셈이다.”
조선은 이어 “삼성은 합병안 통과가 삼성식(式) 경영의 성공이라고 오판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빚을 졌다는 인식 아래 지배 구조도 국제적 눈높이에 맞춰 바꾸고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공급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며 “삼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대한민국 전체가 삼성을 위해 뛰어줄 것이라고 낙관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러한 삼성의 민족주의 마케팅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합병 과정에서 드러난 민족주의 부추기기를 비판했다.
“엘리엇이 투기적 성격을 강하게 띤 행동주의 펀드라곤 하지만, 우리 기업과 국내 자본시장의 가치를 내다보고 투자에 나선 대다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자들과 이들을 세심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한 묶음으로 외국 자본 비난에 열을 올린 건, 글로벌 기업의 합리적 대응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오죽하면 ‘세계시장을 누비는 글로벌 기업이 편협한 민족주의적 정서에나 기대고 있다’고 외국 언론이 꼬집었을까. 엘리엇이 돈을 벌면 국부가 유출된다며 ‘먹튀론’을 앞장서 퍼뜨린 삼성의 태도는 장기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스스로 갉아먹는 소탐대실의 행위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산더미 같은 과제들…경영권 방어수단 vs 지배구조 개선
반면 중앙일보는 앞으로의 과제로 경영권 방어수단을 마련해야한다는 점을 짚었다. 이번 사건을 해외투기자본의 국내기업 경영권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도 허용하고 있는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의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우선 물론 이런 방어 장치들은 ‘주주 친화적 경영’을 하는 기업에 한정돼야 하며 공론화 과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내 대기업이 과도한 경영권 방어비용에 치여 성장과 일자리를 위한 투자를 미루는 일이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기사에서도 “오너 경영인이 많지 않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국내 대기업 특유의 지배구조상 투기 자본이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 언제든 경영권 분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 대안으로 “차등의결권주·포이즌 필(poison pill)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등의결권주는 보통 1주에 1의결권을 부여하는 것과 달리 1주당 10의결권을 주는 식이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한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값에 지분을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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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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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역시 “해외 투기자본들이 또 다른 국내 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만큼 경영권 방어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재계의 반응을 전했다.
반면 조선일보의 논조는 다소 달랐다. 헤지펀드의 공격을 대비해야한다면서도 지배 구조 개선과 주주 이익 보호를 과제로 꼽은 것이다.
서울신문은 제왕적 오너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그로 인한 취약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제2의 엘리엇’에 공격당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것.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기획팀장은 서울신문에 “앞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논의가 활발해질 텐데 지금처럼 재벌 총수들이 제왕적 행태를 계속하면서 (방어 수단만) 달라고 하면 오히려 반대 논거만 부추길 것”이라 밝혔다.
다음은 7월 18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삼성물산 완승…이재용 지배력 강화>
국민일보 <삼성 ‘합병전쟁’ 완승 이재용 시대 열렸다>
동아일보 <합병안 통과…삼성, 경영승계 큰 산 넘었다>
서울신문 <삼성물산 합병 완승…이재용 시대 열다>
세계일보 <삼성 합병전쟁 완승…이재용 체제 날개>
조선일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安 통과>
중앙일보 <이재용 ‘삼성 합병’ 시험대 넘다>
한겨레 <세 친구의 20년>
한국일보 <꺽인 엘리엇의 창…열린 이재용의 ‘뉴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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