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여름 휴가를 갑니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여름 휴가는 외부가 아닌 청와대 관내로 알려졌습니다. 흔히 말하는 ‘어디로 가기보다는 청와대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정국 구상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2014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여름 휴가를 외부가 아닌 청와대에서 보냈습니다. 2014년 7월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불과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5년 올해도 메르스 사태가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효녀(?)가 찾은 ‘아빠와의 추억’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휴가를 갔던 곳은 ‘저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 중 페이스북에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 컨셉은 ‘추억’이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중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쓴 글이 나왔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는 1983년 충북 청원군의 청남대가 생기기 전까지 유일한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가 있는 곳입니다. 청해대(靑海臺)는 저도를 ‘바다의 청와대’라고 부르면서 나온 말입니다.1 박정희는 ‘저도’에서 수영과 낚시, 권총사격을 즐겼다고 합니다.2 아버지 박정희를 따라 박근혜 대통령도 어릴 적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저도는 어릴 적 추억뿐만 아니라 아버지 박정희를 따라 대통령이 됐다는 벅찬 감동(?)을 즐기기에 충분한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 ‘효녀’가 됐다는 뿌듯함도 있었을 것입니다.
대통령 취임 후 첫해에 저도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여름 휴가를 청와대에서 보내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녀에게 가족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남편이라도 있으면 1박 2일이라고 함께 어디를 가서 쉬고 왔을 것입니다. 혼자 있으니 굳이 복잡하게 어디를 가기보다는 ‘방콕’이 더 낫다고 봤을 것입니다.
“국선도 단전호흡은 ‘섹시’가 아닌 보호 본능 때문”
박근혜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처럼 야외에서 하는 골프를 즐기지 않습니다. 박 대통령은 휴가 때 골프를 치는 다른 대통령과 다르게 이번 휴가에도 매일 아침마다 하는 국선도 단전호흡을 즐길 것으로 보입니다.3
아이엠피터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선도 단전호흡을 한다는 얘기만 나오면 강용석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칼럼이 자꾸 떠오릅니다.
강용석 전 의원은 2005년 한나라당 중앙위원 시절, 박근혜 대표를 가리켜 성희롱에 가까운 표현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 번 대선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질 수밖에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필적할 사람이 없다고 봤던 이회창(이하 모든 사람에 대해 존칭 생략)이 두 번이나 패배했으니 이런 생각에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박근혜에게서 나는 희망을 본다.
박근혜는 다르다. 우선 그녀는 섹시하다. 서른 일곱 살인 내가 50대 초반의 그녀를 섹시하다고 하니 이건 또 무슨 왕아부라고 할른지 모르나 진작부터 두둑해진 뱃살에 쳐다볼수록 대책이 없다고 느끼는 아들 둘까지 첨부하고 있는 유부남의 입장에서 군살하나 없이 날씬한 몸매에 애도 없는 처녀인 박근혜에 대해 섹시하다는 표현만큼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 더군다나 10년 넘게 해왔다는 단전호흡하는 이 사진을 보라 !!
나뿐 아니라 많은 유부남들(늙거나 젊거나를 막론하고)이 박근혜의 물구나무 선 모습, 완벽한 아치 모양의 허리에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강용석 칼럼 중에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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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피터도 유부남이고 두 아이의 아빠이지만,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의 국선도 단전호흡 모습을 보면서 ‘섹시’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머리띠를 매고 물구나무까지 서는 모습을 보면 ‘역시 아줌마의 힘은 놀랍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많은 언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선도 단전호흡을 건강한 대통령, 성실한 대통령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왜 1994년부터 밖에서 하는 운동이 아닌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만 하려고 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1990년 박근혜는 동생 근령 (개명 후 서영)씨와 육영재단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가 이사장에서 물러납니다. 당시 박근령씨의 이사장 취임식에는 친박근혜파 세력이 근령씨를 막는 시위도 벌어졌습니다.5 1990년 8월에는 박근령씨와 남동생 박지만씨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저희 언니와 저희들을 최씨(최태민)의 손아귀에서 건져 주십시오’라는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습니다.6
육영재단과 최태민 사건 등으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 박근혜는 대외적인 활동을 최대한 줄였고, 최태민이 사망한 1994년부터 건강을 챙기기 위해 국선도를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선도’는 강용석이 주장하는 것처럼 ‘섹시’가 아니라 이제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았으니 건강이라도 챙기자는 보호 본능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건강 챙기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건강 챙기기가 오로지 8월 미국 방문을 위한 일정만은 위해서만큼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7
“소통을 위해 ‘정관정요’를 읽는다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은 수시로 ‘정관정요’를 읽는다고 합니다.8 정관정요는 오긍이 편찬했다고 알려진 당 태종 이세민의 언행록입니다. '정관'은 태종의 연호를 ‘정요’는 ‘정치의 요체’를 뜻합니다.9
‘정관정요’는 많은 CEO와 정치 지도자들이 읽는 ‘제왕학’ 관련 필독서 중의 하나입니다. ‘정관정요’ 책만 수십 종이 출간됐습니다. 정관정요가 인기가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당 태종이 신하들과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정치의 핵심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신하의 직언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열린 군주, 소통하는 군주라는 의미가 큽니다.
정관정요가 역사서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사 속 당 태종이 소통을 잘했다고 보기보다는 저자가 신하의 말을 잘 귀담아듣는 군주를 원했다는 주장은 이해가 됩니다.10
군주, CEO.지도자는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말에는 대부분 수긍을 합니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은 정관정요를 수시로 읽는 만큼 소통을 잘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를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적다 못해 거의 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신하들과 문답을 나눴다는 ‘정관정요’와 다르게 장관들과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대면보고’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대면보고보다 그냥 전화 한 통으로 빨리하는 것이 더 편리할 때가 있어요. 대면보고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면 그걸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지만… (장관들을 뒤돌아보며)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ㅋㅋㅋㅋ”11라며 웃어넘기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책의 내용에 따라 행동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진짜 박근혜 대통령이 '정관정요'를 읽는다면 최소한 책에 나오는 ‘소통’의 방식만큼은 따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통령도 사람이니 휴식이 필요합니다. 적당한 휴식은 업무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휴가를 갔다 온 사람이 오히려 더 일을 못 하고 업무를 제멋대로 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괜히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 기간 광복절 사면이나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구조 개혁이나 하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구상을 마무리하겠다고 합니다.12 박 대통령이 휴가를 끝내고 어떤 식으로 일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그러나 휴가 전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엉망이라면 국민 입장에서는 화가 날지도 모릅니다.
당 태종 이세민은 신하에게 구중궁궐에 파묻혀 사는 자신을 위해 신하들이 눈과 귀 역할을 해줄 것을 바랍니다. 위징이라는 신하가 ‘폐하께서는 천하를 평정하여 나라 안팎이 다 편안해졌는데도 항상 좋은 정치를 생각하시며, 늘 깊은 못에 이르러 엷게 언 얼음판을 밟듯이 조심하고 삼가시므로 국위가 빛나고 나라가 장구할 것입니다. 신은 일찍이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뒤엎을 수도 있는 것이다(水能載舟 亦能覆舟(수능재주 역능복주)」는 옛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폐하께서 말씀하신대로 백성들은 두려운 존재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13
구중궁궐에 사는 이세민에게 백성들은 배를 뒤엎을 수 있다고 말하는 신하, 그래서 백성을 두려워하는 왕, 그냥 역사 속의 한 대목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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