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6가족협의회가 7일 세월호 선체 수중 촬영을 시도했으나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소속 해경(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불허로 촬영을 진행하지 못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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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에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7일 오전 5시, 세월호 유가족 40여 명을 태우고 안산에서 출발한 버스가 오전 10시께 팽목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유가족들은 저마다 노란 우의를 입은 채 비를 맞았다.
오전 10시 30분, 유가족들은 팽목항 방파제에 있는 노란 리본 조형물 앞에 섰다. 수색 종료 후 약 8개월 동안 방치된 세월호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 유가족들은 우산을 쓴 채 기자들 앞에 섰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위원장(고 유예은양 아버지)은 "우리가 직접 세월호 선체 수중촬영을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8개월 동안 정부가 방치한 세월호 선체와 미수습자 유실 방지물의 현재 상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인양 후 불거질 것이 확실한 논란과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기준을 삼기 위해서"라고 그 목적을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7월 말까지를 원칙으로 약 9~10일 동안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촬영은 수중 촬영 전문가 고태식 잠수사를 비롯해 5명의 잠수사가 할 예정이고, '비용은 진상규명을 위한 후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유 위원장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피해자와 국민이 직접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 주던 영상 갑자기 '메일 전송'
▲ "촬영할 수 있을까?" 4.16가족협의회가 7일 세월호 선체 수중 촬영을 시도했으나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소속 해경(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불허로 촬영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날 낮 12시, 촬영 시도를 위해 진도 서망항을 출발한 배가 사고 해역으로 향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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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 아래 어두운 얼굴 4.16가족협의회가 7일 세월호 선체 수중 촬영을 시도했으나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소속 해경(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불허로 촬영을 진행하지 못했다. 촬영 시도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 4.16가족협의회가 지도 팽목항 방파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중 촬영 계획을 발표했다. 어두운 표정의 두 유가족이 기자회견이 열린 팽목항 방파제에 우산을 쓰고 서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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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말미, 승선 안내를 하던 유 위원장에게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고 정동수군 아버지)이 귓말을 했다. 유 위원장은 헛웃음을 내보이며 기자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지난 6월, 88수중개발이 무단으로 세월호 수중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인양 업체 입찰을 위한 정보로 삼기 위해 촬영한 영상이랍니다. 저희가 바로 다음 날 이 사실을 알고 해양수산부(아래 해수부)에 문의했더니, 해수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가 그 영상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답도 없고, 영상도 제공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내줬습니다. 이런 식으로 유가족들을 농락합니까. 정말 (바다에) 뛰어들고 싶네요. 직접 수중촬영을 하겠다고 하니 부랴부랴 나서서 '다 줄 테니 그만하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싶고, 가리고 싶은 겁니까."
정 분과장에 따르면, 해수부는 전날 오후 4시 이메일로 88수중개발이 촬영한 영상을 보내왔다. 정 분과장은 "약 5분 남짓의 영상인데, 정밀 판독을 해봐야 알지만 (화면이) 깨끗한 영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아마, 지금 분위기 봐선 (해수부에서 촬영을) 못 하게 할 것 같다"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촬영 방해 요소로부터 잠수사들을 지키기 위해 궂은일을 마다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촬영 안 됩니다" 통보
▲ "직접 수중 촬영 한다... 정부는 반성해야" 4.16가족협의회가 7일 세월호 선체 수중 촬영을 시도했으나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소속 해경(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불허로 촬영을 진행하지 못했다. 촬영 시도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 4.16가족협의회가 지도 팽목항 방파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중 촬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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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사고 해역 가는 길... 높은 파도에 배 '들썩' 4.16가족협의회가 7일 세월호 선체 수중 촬영을 시도했으나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소속 해경(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불허로 촬영을 진행하지 못했다. 낮 12시 진도 서망항에서 배를 타고 출항한 유가족들은 해수부와 해경 측이 잠수사의 출항을 거부해 다시 돌아와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2시 다시 사고 해역을 향해 나섰으나 이미 파도가 높아 잠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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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첫날인 이날, 안산에서 내려온 40여 명의 유가족은 잠수사 5명과 함께 10톤짜리 배 5대를 나눠 타고 사고 해역에 갈 계획이었다. 낮 12시 유가족들과 취재진이 배 4대를 나눠 타고 먼저 출발하면 곧바로 잠수사를 태운 배가 뒤따르기로 했다.
유가족들과 취재진이 배 4대에 나눠 탔다. 낮 12시, 팽목항에서 약 1km 떨어진 서망항에서 출발한 배는 파도를 헤치고 사고 해역을 향해 달렸다.
20여 분쯤 달렸을까. 기자와 함께 배에 타 있던 정 분과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배 엔진 소리에 통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으나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듯했다. 정 분과장은 전화를 끊고 "배를 돌려야 한다"며 표정으로 허탈한 마음을 드러냈다.
배 4대가 일제히 뱃머리를 돌렸다. 이어 출발하기로 한 잠수사 5명을 태운 배를 국민안전처 소속 해경(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 측이 막아 세웠기 때문이다. 잠수사들은 "이미 출항 허가가 난 배를 왜 못 나가게 하느냐"며 경찰서까지 가 항의했다.
배는 다시 20여 분을 달려 진도 팽목항에 선착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유 위원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유가족들은 사고 해역에 가도 된다, 하지만 잠수사 수중 촬영은 안 된다, 이게 해수부의 말이에요. 그런데 이곳 파출소에선 유가족도 못 간다는 거예요. 세월호 사고 현장 1마일 이내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는 거죠. 맞아요, 이건 맞는데요. 그동안 다 왔다 갔다 했고, 얼마 전엔 심지어 사설 업체(88수중개발)가 수중 촬영을 한 곳이에요. 이번엔 잠수사들과 함께 다시 (사고 해역을 향해) 출항할 거예요."
이때 유 위원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해수부 직원으로부터 온 문자메시지였다.
"위원장님, 부득이 안전을 고려하여 수중 촬영 입수는 하지 않는 것으로 해경과 협의하였습니다. 양해해 주세요. 인양추진과에서 앞으로 현장조사 등 인양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언제 협의한 적 있냐" 질문에 해수부 '묵묵부답'
▲ 해수부로부터 온 촬영 '불허' 문자 산4.16가족협의회가 7일 세월호 선체 수중 촬영을 시도했으나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소속 해경(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불허로 촬영을 진행하지 못했다. 사진은 해수부 관계자가 유 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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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출항... 생각에 잠긴 '동수 아빠' 4.16가족협의회가 7일 세월호 선체 수중 촬영을 시도했으나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소속 해경(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불허로 촬영을 진행하지 못했다. 낮 12시 진도 서망항에서 배를 타고 출항한 유가족들은 해수부와 해경 측이 잠수사의 출항을 거부해 다시 돌아와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2시 다시 출발한 배에서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고 정동수군 아버지)이 생각에 잠겨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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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위원장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직원과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해수부 직원(아래 해) : "근데 사전에 촬영할 거면 언론에 그 내용을 뿌리기 전에 저희와 사전 협의를 하고…."
유 위원장(아래 유) : "말씀 잘하셨어요. 해수부나 인양추진단이 저희하고 협의한 적 있나요."
해 : (침묵)
유 : "저희는 그래도 최소한 하루 전에 연락 드렸어요. 해수부에선 언제나 (결정이) 다 끝난 후에 사후 설명만 했지, 언제 저희하고 협의한 적 있습니까. 왜 우리에게만 그런 걸 강요하나요."
(중략)
해 : "하여튼 촬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문서로 보냈습니다."
유 : "확인했고요, 그런데도 저희는 할 거예요. 이후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해 : "일단은 알겠고요. 보고 드리겠습니다."
유: "조용히 지켜봐 주세요. 우리가 하는 수중 촬영이 실제로 해수부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해 : "아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통화가 끝난 직후, 유 위원장을 비롯한 유가족들은 다시 배에 올랐다. 오후 2시께, 유가족 40여 명과 잠수사 5명을 태운 배 4대는 다시 사고 해역을 향해 달렸다. 정 분과장은 뱃머리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파도가 비교적 잔잔한 오후 1시께 잠수사가 사고 해역에 도착해 수중 촬영을 시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랑이 후 사고 해역에 도착했을 땐 오후 3시가 돼 있었고, 높은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배가 양쪽으로 흔들리자, 이따금 바닷물이 배 안으로 들어와 우의를 적셨다.
배 5대는 '세월'이란 두 글자가 적힌 부표 주위만 맴맴 돌다 다시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유가족들은 고개를 떨궜다.
유가족의 축 처진 어깨
▲ 결국 촬영 못하고... '영석 엄마'의 눈물 4.16가족협의회가 7일 세월호 선체 수중 촬영을 시도했으나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소속 해경(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불허로 촬영을 진행하지 못했다. 촬영을 하지 못하고 돌아온 배 안에서 유가족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가 눈물을 보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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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망항에 다다른 배에서 유가족들이 내렸다. 유 위원장은 "잠수 업체 대부분이 서로 연결이 돼 있어서 해수부의 압박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오늘 배를 몰아준 선장들도 해경의 압박 때문에 사고 해역 1마일 안으로 들어가길 꺼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일단 사고 해역 기상 문제와 잠수사들과 선장들의 상황을 고려해 돌아왔다"며 "계획대로 수중 촬영은 진행할 것이고 계속 해수부와 논의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유가족 대부분 어깨가 처져 있었다. 출발했다가 되돌아오고, 다시 출발했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 탓에 멀미를 호소하는 유가족도 많았다. 아직 뱃전에 남아 있는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동안 사고 해역에 얼마나 다녀왔나"라고 묻자 권씨의 말문이 막혔다.
"계속 울게 되네. 멀미도 했고, (높은 파도 때문에) 롤러코스터도 탔어(웃음). (사고 당시) 영석이 아빠가 바지선 타고 나갔을 때, 팽목항에서 기다리며 (영석이가) 살아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데 아직 배 안에 미수습자 9명이 있잖아. 나는 그래도 내 아들 비비고, 물고, 빨고 다 해봤으니까…."
○ 편집ㅣ곽우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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