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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5일 일요일

왜 가난한 사람은 ‘보수’가 되고, 부자에게 투표하나


계급 투표가 아니라 투표할 이유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정치 또는 정당 체제
임병도 | 2015-07-06 08:41:46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EBS에서 ‘지식채널 e’를 기획 연출하다 뉴스타파로 옮겨 ‘미니다큐 5 Miutes’을 연출하고 있는 김진혁 PD가 책을 냈습니다. ‘5분,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이 책은 2013년부터 뉴스타파에서 방송된 ‘미니다큐 5 Miutes’ 49편 중 대표작 19편의 이야기와 이론적 배경을 담고 있습니다.
‘5분,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서 김진혁 PD는 ‘오랫동안 5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과연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회의를 품고는 했다’면서 자기 일이 ‘그저 개인적 욕심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 같았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그러나 ‘23시간 55분을 모두 쏟아 부어 만들어 낸 게 총천연색 풍경은 아닐지라도, 5분으로 인해 모조리 흑백은 아니었음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밝힙니다.
‘미니다큐 5 Miutes’이 모든 것을 알려주거나 담지는 못합니다. 김진혁 PD는  5분이라는 시간을 통해 ‘자연스러운 생각의 고리’가 될 수 있기 바라는 마음으로 미니다큐를 고민하며 만들었습니다.
‘5분, 세상을 바꾸는 시간’ 중 아이엠피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배계급은 왜 보수가 되는가’
2014년 7월 30일 방송된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는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과 토마스 프랭크의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라는 책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미니다큐입니다.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에서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이 등장한 이유는 지배계급이 왜 보수성향을 갖고 있으며, 그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진혁 PD는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통해 ‘생산적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비생산적 소비생활과 여가를 즐기는 자본가 계급을 포함한 지배계급’이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돈과 권력을 소유한 이들은 세상의 변화에 큰 압력을 느끼지 않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유한계급은 보수 성향을 보입니다. 이들의 보수성향은 상류층의 존경할만한 특징으로 오히려 다른 계급이 모방하거나 닮고 싶은 ‘베블런 효과’1를 나타냅니다.
유한계급은 자신에게 유리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개혁’을 하층계급의 현상으로 비하합니다. 여성참정권 도입이나 재산 상속의 제한과 폐지 등의 작은 변화마저도 ‘사회 구조를 뿌리째 흔들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도덕성의 기반을 파괴하고, 자연의 질서를 교란하는 것’이라며 비난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올바른 정치와 노동, 인권. 평등’등을 포함한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면, 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불온세력’이 되는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
부와 권력을 쥔 유한계급이 보수성향을 띄고 있는 이유는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가난한 사람은 보수성향을 보일까요?
생산직 노동에 종사하며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하위 소득계층이 ‘현 제도와 생활양식의 변화를 원할 것이다’라고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오히려 기존의 방식에 적응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함으로 기존 방식에 순응하는 ‘보수주의’ 성향”을 보입니다.
한 마디로 현재의 삶을 지키기에도 급급한 가난한 이들은 변화와 개혁을 할만한 힘이 없습니다. 그저 지배계급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구조에서 살아남기에도 벅찹니다.
가장 진보적일 거라 생각되는 20대,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젊은이 앞에는 ‘높은 대학 등록금’, ‘저임금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부족한 일자리’ 등으로 일상의 생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만 하는 현실의 고단함뿐입니다.
저임금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통해 겨우겨우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고 졸업을 해도 직장을 구할 수가 없는 젊은이, 그들에게 개혁이나 진보는 먼 나라, 그저 이론 속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베블런의 주장이 현재의 대한민국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왜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김진혁PD의 미니다큐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5분,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는 ‘계급배반투표’라는 글이 있습니다. ‘왜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를 쓴 토머스 프랭크가 지적한 미국의 가난한 캔자스 지역의 투표 이야기와2 한국의 대선 투표 결과가 포함돼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왜 박근혜를 찍었나’고 묻고 있는 ‘계급 배반투표 현상’은 16대 대선보다 18대 대선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16대 대선에서 저소득층의 이회창 후보 지지는 51.8%였고,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는 46.1%였습니다. 18대 대선에서는 저소득층의 60.5%가 박근혜 후보를. 39.5%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습니다.3

대선 투표 결과만 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무조건 보수정당에 투표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한귀영 연구위원은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40대 이하에서는 가난할수록 민주당 등 야당 후보를 지지하고, 부자일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계급 투표’나 ‘계급 배반 투표’가 항상 뚜렷하게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역주의’나 ‘박정희 향수론’ 등의 변수가 선거를 좌우할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한 정책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부유함이나 풍요로움 같은 부자의 가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와 함께 수반돼 연상되는 보수적 언어를 ‘옳은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누가 혹은 어떤 정당이 서민을 대변하고 말고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부자를 보면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 성공신화에 매료될 뿐이다. 부와 이익이라는 (그들이 생각하기에) 긍정적인 에너지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4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이 만드는 사회구조의 부당함보다 그들이 가진 보수적 언어와 부유함을 옳은 것으로 인식하거나 부러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 구조의 현실이나 선거의 결과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왜 가난한 사람이 보수성향을 보이고 보수정당에 투표하는지, 그 배경과 이유를 정확히 알고,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진보의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5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의 저자 손낙구는 ‘문제는 계급 투표가 아니라 투표할 이유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정치 또는 정당 체제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6
현실의 고단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5분 동안만이라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움직이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아닐까요?7

1. 비싼 물건일수록 잘 팔리거나, 다이아몬드처럼 가격이 높을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
2. 가난한 캔자스의 노동자들이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지한 이유를 설명한 부분. ‘왜 가난한 이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토머스 프랭크 지음. 갈라파고스 출판사.
3. 가난한 사람들은 박근혜 지지? 주간경향. 2013년 12월 17일.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312101530291&code=113
4. 가난할수록 현상 유지. 선관위, http://nec1963.tistory.com/
5.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명예기자 이종배.
6. 손낙규의 세상공부 http://blog.ohmynews.com/balbadak/category
7. ‘5분, 세상을 바꾸는 시간’ 프롤로그 중에서, 김진혁 지음. 문학동네 출판.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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