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등 무분별한 대규모 행사 유치 배경은 심각한 지역차별 개발
효율성만 강조한 공공자원 불공정 배분 탓, 개발 아닌 복지 제공이 해결책
» 지난 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분산개최를촉구하는시민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분산개최 불가 방침을 재검토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평창동계올림픽은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지역과 국가경제에 또 하나의 골칫덩어리가 될 전망이다. 며칠 잔치로 개최도시뿐 아니라 개최국가에도 천문학적인 적자, 세금만 잡아먹는 시설, 회복 불능한 자연파괴만 남길 것이 뻔한데도 청와대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막무가내로 단독개최를 고집한 결과다.
가리왕산 보전과 환경 동계올림픽을 위한 대책위원회 등이 지난 1월1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인해 2018년 강원도는 최소 1조원의 빚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조원은 강원도의 2012~2014년 3년치 총예산에 근접하는 액수이다.
단 6시간의 개·폐회식을 위해 859억원, 철거할 스피드스케이팅장과 남자 아이스하키장을 짓느라 2390억원, 단 3일의 경기를 위해 500년된 원시림을 훼손하면서 1000억을 들여 활강경기장을 건설하고 다시 1000억을 들여 복구하는 흉내만 내느라 강원도가 짊어져야 할 빚이 1조원이다.
이쯤 되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분산개최를 제안하고 국민의 57.8%1)도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개최를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평창조직위와 강원도가 막무가내로 단독개최를 고집하면서 그 이유를 강원도민의 민원과 소외감을 핑계로 들고 있다.
조직위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줄 필요는 없지만, 지역개발공약이 선거에서 여전히 잘 먹히는 공약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의 도를 넘은 난개발을 단지 지역토호와 건설업계의 농간 탓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어딘가 개운치 않은 면이 있다.
»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된 갯벌에 흙먼지가 날아가지 않게 보리를 심어놓은 2007년 모습. 전북의 저개발은 새만금 사업을 유지시킨 가장 큰 동력이었다. 사진=김봉규 기자
환경단체와 전 국민이 반대한 새만금사업이 전북도민의 민원이라는 이유로 강행되었고, 결국 인천시를 재정난에 빠뜨린 인천아시안게임이나 세금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전남 영암 포뮬라원도 선거마다 등장한 인기있는 국제대회 공약이었다.
국제대회만이 아니다. 결국 애물단지, 세금 잡아먹는 귀신이 되고 마는 도로며 공항건설, 간척과 같은 개발사업이 국가재정에도 큰 손해를 끼치지만 결국 해당지역에 가장 큰 빚더미를 안긴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는데도 이해관계자의 농간이 아직도 통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 국민은 어느 지역에 사느냐와 상관없이 동등한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명시적인 평등권과는 다르게 사는 지역에 따라 의료, 교육은 물론 도로, 상수도와 같은 기반시설을 이용하는 편의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서울은 도로포장과 상하수도 보급이 100% 완비되어 있지만 경남의 도로포장률은 71%, 충남의 상하수도 보급률은 76%에 불과하다(표 1 참고).
국제대회만이 아니다. 결국 애물단지, 세금 잡아먹는 귀신이 되고 마는 도로며 공항건설, 간척과 같은 개발사업이 국가재정에도 큰 손해를 끼치지만 결국 해당지역에 가장 큰 빚더미를 안긴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는데도 이해관계자의 농간이 아직도 통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 국민은 어느 지역에 사느냐와 상관없이 동등한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명시적인 평등권과는 다르게 사는 지역에 따라 의료, 교육은 물론 도로, 상수도와 같은 기반시설을 이용하는 편의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서울은 도로포장과 상하수도 보급이 100% 완비되어 있지만 경남의 도로포장률은 71%, 충남의 상하수도 보급률은 76%에 불과하다(표 1 참고).
의료시설이나 문화시설은 더욱 심각한데 서울은 100㎢당 병원, 약국과 같은 요양기관이 3465개, 문화시설은 52개지만 강원도는 각각 14개와 1개로 요양기관 수는 서울의 248분의 1, 문화시설은 52분의 1에 불과하다(표 2 참고).
이런 기반시설의 차이는 기반시설을 설치할 때 효율성과 경제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집중된 곳에 기반시설을 먼저 설치하고 또 그런 기반시설이 인구와 자원을 집중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결과 수도권은 인구와 자원의 과밀에 따른 환경오염과 비효율로, 지역은 인구와 자원의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그림 1). 이렇게 개발된 곳에 오히려 국가의 자원이 몰리는 불평등이 계속되면서 지역은 무분별한 난개발에라도 매달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림 1. 시도별 인구밀도 변화2)
이렇게 수도권 쏠림현상이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연내에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의 재정자립도를 문제 삼아 재정확보 노력이 부족한 지방의 지방교부세를 축소하겠다면서 지역을 대안 없는 개발로 몰아대고 있다.
지역의 재정난이 개발과정에서 국가가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에서 소외된 결과라는 점을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재정확보만 다그친다면 난개발과 제 살 깎기 식 국제대회 유치는 반복될 뿐이다.
기반시설의 부족과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손쉽게 확보하고 더불어 지역주민의 민원이던 기반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 국제대회 유치에 목숨을 거는 건 그래서 별난 욕심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과 수도권이 당연히 누리는 기반시설은 지방민도 낸 세금으로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개발이익이 수도권과 재벌에 쏠린 데는 이렇게 효율성만 강조된 공공자원의 불공정한 배분의 역사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일견 불합리해 보이는 지역의 난개발과 국제대회 유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향한 지역주민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역의 재정난이 개발과정에서 국가가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에서 소외된 결과라는 점을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재정확보만 다그친다면 난개발과 제 살 깎기 식 국제대회 유치는 반복될 뿐이다.
기반시설의 부족과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손쉽게 확보하고 더불어 지역주민의 민원이던 기반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 국제대회 유치에 목숨을 거는 건 그래서 별난 욕심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과 수도권이 당연히 누리는 기반시설은 지방민도 낸 세금으로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개발이익이 수도권과 재벌에 쏠린 데는 이렇게 효율성만 강조된 공공자원의 불공정한 배분의 역사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일견 불합리해 보이는 지역의 난개발과 국제대회 유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향한 지역주민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 지난해.10월5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는 끝났지만 지역에 남긴 경제적 주름살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이런 난개발과 무모한 국제대회 유치가 결국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될 것임은 다른 국제대회를 통해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으로 20조원의 경제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선전하던 인천시는 이 대회 여파로 채무비율(39.5%)이 안전행정부가 지정하는 재정위기 지자체 기준(40.0%)에 육박하게 되었다.3)
또 전남 영암은 포뮬라원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를 4차례 치르면서 누적적자가 6761억원에 달했고.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2430억원의 적자를 내4) 장밋빛 공약과는 달리 지역의 커다란 멍에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런 난개발과 무모한 국제대회 유치가 결국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될 것임은 다른 국제대회를 통해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으로 20조원의 경제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선전하던 인천시는 이 대회 여파로 채무비율(39.5%)이 안전행정부가 지정하는 재정위기 지자체 기준(40.0%)에 육박하게 되었다.3)
또 전남 영암은 포뮬라원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를 4차례 치르면서 누적적자가 6761억원에 달했고.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2430억원의 적자를 내4) 장밋빛 공약과는 달리 지역의 커다란 멍에가 되어버렸다.
난개발과 이벤트성 국제행사 유치로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셈이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지역의 절박함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하고 국가발전의 혜택을 고루 나누려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실 그동안 지역은 수도권과 재벌에게 국가발전을 효율적으로 이룬다는 명분으로 공공의 자원을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사실 그동안 지역은 수도권과 재벌에게 국가발전을 효율적으로 이룬다는 명분으로 공공의 자원을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 2011년 10월14일 F-1 코리아 그랑프리 첫날을 맞아 전남 영암 F1 서킷에서 정비를 마친 머신들이 피트를 빠져 나오고 있다. 영암/사진공동취재단
저개발 상태에서 벗어난 우리나라에서 개발을 통한 발전 도모가 이제 더는 합리적이지 않다. 수자원이나 산림, 갯벌과 같은 자연자원과 잘 보전된 환경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발에 따른 편익을 이미 개발된 지역에서만 누리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합리적이지 않다. 이제는 개발되지 않은 지역을 개발해서 교통, 의료, 문화, 교육과 같은 공공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가 지역을 찾아가도록 하여 어디서 살던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국가가 동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즉, 도로를 깔기보다는 교통을 제공하고, 문화시설과 학교, 의료와 같은 공공서비스를 서울과 같은 개발지역에서 드는 비용과 접근성에 준해 제공해야 한다.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에 기반시설을 설치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환경파괴를 고려한다면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때 드는 비용이 훨씬 더 경제적이다.
난개발의 저변에 깔린 불평등과 이로 인한 지역의 소외감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난개발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모적인 국제행사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지만, 동시에 국가의 발전마저 가로막는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이 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도 논의되어야 한다.
왜곡되었던 균형발전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중앙정부가, 특히 개발 수혜자가 부담하는 게 옳다. 기후변화나 환경오염 같은 개발에 따른 피해는 개발의 수혜에 따라 그 책임을 차별적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이미 오래전 기후변화협약에서 우리 모두가 약속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개발이 아닌 복지를 제공해서 국민 모두가 어디에 살던 국가로부터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면 지역이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무리한 개발에 나설 이유는 없다.
이수경/ 환경운동가,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 기사 수정: 표2의 일부 내용을 고쳤습니다(3월26일 18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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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환경과 공해 연구회 환경운동가
- 전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1980년대부터 환경운동을 했으며 에너지 문제와 지역균형발전에 특히 관심이 많다.
- 이메일 : eprgsoo@gmail.com
블로그 : http://eco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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