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단원고 허다윤 양 어머니 박은미 씨...난치병 앓으며 혹한에 청와대 1인 시위
"329일 동안 바닷속에 있는 우리 다윤이를 찾아주세요."
한파주의보가 내리고 칼바람이 몰아친 10일 오전, 세월호 실종자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45) 씨가 청와대 앞 분수대 삼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섰다
신경섬유종 앓고 있는 박은미 씨
"우리 다윤이 찾게 좀 도와주세요"
"우리 다윤이 찾게 좀 도와주세요"
박 씨는 2월 말부터 청와대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박 씨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 조차도 힘겨워보였다. 박 씨는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다. 치료가 어려운 희귀병이라고 한다. 뇌에 자란 종양이 신경을 눌러 청력도 약해졌다. 박 씨는 "치료보다 딸을 찾는 게 먼저"라며 "딸 좀 찾게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힘겨워 하는 아내가 걱정된 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51) 씨가 피켓을 넘겨 받았다. 박 씨는 바닥에 잠시 앉았다. 고개를 숙인 박씨는 조용히 흐느꼈다.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어렵게 명함을 건네고 말을 청했다.
"우리 다윤이 얼굴 있는 저 피켓 들고 서 있는 것 조차 미안해요. 다윤이 얼굴을 볼 수가 없어요. 흑흑흑. 딸 좀 찾게 도와주세요."
다윤 양은 용돈을 달라거나 무엇을 사달라고 조른 적이 없는 착한 딸이었다. 밝교 애교도 많던 귀여운 둘째딸이었다. 그런 딸이 깊고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배 안에 갇혀 있다. 다윤이의 가방, 다윤이 아빠가 사준 파란색 푸마 운동화, 다윤이가 언니 서윤씨에게 빌려간 검은색 모자는 바닷속에서 나왔지만, 다윤이는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
무슨 말로 그 심정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다윤이 생각하면 숨 쉬는 것도 미안하고 먹는 것도 미안하고, 다윤이한테 미안해서 살 수가 없어요. 매일 잠들면서 눈을 안 떴으면 좋겠다. 잠을 안 깼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요. 저희는 어떤 방법으로 실종자를 찾아낼 수 있는지 몰라요. 50미터 깊은 바닷속에 있으니까. 재수색을 하든 인양을 하든 제 딸을 꺼내달라는 거예요. 9명의 실종자들을 다 찾아달라는 거예요. 살 수가 없어요. 살 수가...흑흑흑. 좀 도와주세요."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에 와서 그랬어요.
마지막 실종자 한 명까지 다 찾아주겠다고
대통령으로서 한 그 약속, 꼭 지켰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실종자 한 명까지 다 찾아주겠다고
대통령으로서 한 그 약속, 꼭 지켰으면 좋겠어요"
박 씨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띄엄띄엄 말을 이어갔다. 박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에게 한 말을 또렷이 기억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려와서 그랬거든요. 마지막 실종자 한 명 까지 다 찾아주겠다고. 나라의 엄마 잖아요.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그 약속 꼭 지켰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국민이잖아요. 국민 덕분에 대통령이 있는 거 아녜요? 국민을 우습게 아는 대통령이 뭐가 필요해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데 단 한 가지, 내 딸을 무조건 찾아야 한다는 것, 재수색이든 인양이든 그건 정부가 방법을 갖고 나와야죠. 우리는 국민이니까, 정부가 책임지고 찾아줘야죠."
다윤 양 아버지 허흥환 씨는 직장도 잃었다.
"아이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진도에 오래 있었잖아요. 너무 오랫동안 회사에 못 나가서 결국 다른 사람을 쓰고 애 아빠는 회사에서 잘렸어요. 애를 찾으려면 먹기도 하고 자기도 해야 하지만 지금은 생업이 중요한 게 아니고 딸을 찾는 게 중요하니까..."
박은미 씨는 다윤 양이 수학 여행을 가기 전부터 몸이 아팠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다.
"제가 많이 아파서 다윤이를 잘 챙겨주지 못했어요. 다윤이 엄마인 게 너무 미안해요."
"오늘은 다윤이가 나오겠지
내일은 나오겠지 정말 피 말리면서 기다렸는데...
제 딸 찾을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실어주세요"
내일은 나오겠지 정말 피 말리면서 기다렸는데...
제 딸 찾을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실어주세요"
박 씨는 자신에게 이런 사고가 닥칠 거라고 상상도 못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딸을 못 찾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은 다윤이가 나오겠지, 내일은 다윤이가 나오겠지 기다렸어요. 정말 피 말리면서 기다렸는데 이렇게 오래 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 조차 버거운 몸 상태인 박 씨는 치료 보다는 딸을 찾는 게 먼저라고 했다. "딸을 찾을 수 있도록, 9명의 실종자를 찾을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실어주세요"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날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박은미 씨를 찾았다. 이 위원장은 "세월호 인양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 손을 잡고 흐느끼기만 하던 박 씨는 딸을 찾아 달라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