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최규동 초대 교총회장 선정 논란
15.03.07 15:50
최종 업데이트 15.03.07 15:50
▲ 교육부가 정부 세종청사 안에 세워놓은 최규동 홍보 입간판. | |
ⓒ 윤근혁 |
교육부(장관 황우여)가 일제강점기 당시 "죽음으로써 임금(천황)의 은혜에 보답하다"라는 논문을 쓴 최규동(1882~1950)씨를 '이달의 스승' 1순위로 뽑아 전국 학생들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홍보전에 나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순위 '민족사표'로 내세운 최규동, 살펴보니...
7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아래 교총)와 함께 교총 전신인 조선교육연합회(1947년 창립) 최규동 초대 회장 등 12명을 '이달의 스승'으로 뽑은 뒤, 홍보활동에 뛰어들었다. 교육부는 월별 '이달의 스승'을 선정해 지난 2월 발표했다. 이 사업의 홍보 예산은 모두 3억5000여만 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8월 황우여 장관의 지시로 교총과 함께 국민의 존경을 받는 분들을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하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우선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이달의 스승' 1순위로 최규동씨를 선정한 뒤 전국 1만2000여 개의 초·중·고교에 포스터 두 장씩을 일제히 보냈다. 정부세종청사에도 최규동씨 홍보 입간판을 내걸었다. 또 교육부는 전국 학교에 동영상, 계기 교육자료 등도 제공한다. 교총은 최규동씨 등에 대한 대국민 홍보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하지만 역사정의실천연대 분석 결과, 교육부가 뽑은 '이달의 스승' 가운데에는 일제강점기 친일 전력이 있는 이들이 두세 명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최규동씨의 경우 일제 침략전쟁 시기인 1942년, 일제관변잡지에 일왕(천황)과 침략전쟁을 찬양하는 논문을 쓴 사실이 처음 발굴됐다.
최규동 "(황)군 복무야말로 황국신민교육의 완성"
교육부는 최규동씨를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일제강점기 교장을 맡으며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자제를 교육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조회 때마다 우리말로 훈시했다"라면서 "민족의 사표, 조선의 페스탈로치로 불린 분"이라고 홍보했다.
▲ <문교의 조선> 1942년 6월호에 실린 최규동의 글. | |
ⓒ 윤근혁 |
하지만 최규동씨는 일제관변잡지인 <문교의조선> 1942년 6월호에 실명으로 "죽음으로써 임금(천황)의 은혜에 보답하다"라는 제목의 논문(번역 전문은 기사 하단 참고)을 일본어로 게재했다.
이 논문에서 최규동씨는 "조선동포에 대한 병역법 실시가 확정돼 반도 2400만 민중도 마침내 쇼와 19년부터 병역에 복무하는 영예를 짊어지게 됐다"라면서 "역대 천황은 반도의 민초들에게 갓난아기처럼 애무육성하심으로써 오늘의 영예를 반도 민중에게 짊어지게 하신 성스러운 배려에 감격한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반도동포는 남녀노소 한결같이 이 광영에 감읍해 한 번 죽음으로써 임금(천황)의 은혜에 보답해드리는 결의를 새로이 해야 한다"라면서 "군무에 복무하는 것이야 말로 참으로 황국신민교육의 최후의 마무리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규동씨는 일제감정기 황국신민교육의 최후 목적을 '황군에 복무하는 것'으로 삼은 것이다.
최규동씨의 친일 행적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조선신궁(천황신사)의 중일전쟁 기원제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임전보국단 결성 당시 평의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 그는 징병제 실시 축하연에도 참석했다. 이는 1937년 이후부터 해방 전까지 발간된 <매일신보> 보도를 기반으로 역사정의실천연대가 분석한 내용이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최규동씨는 친일인명사전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만큼 친일행적이 명백한 인물"이라면서 "교육부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최규동씨를 뽑았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도 그랬다면 친일행위자를 홍보하려고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뒤늦게 최규동 집어넣은 교육부 "친일행적 몰랐다"
교육부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훌륭한 스승을 추천받았다'고 밝혔지만, 최규동씨는 이 추천자 명단에 없었다는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자체 추천위원회를 열고 뒤늦게 끼어 넣은 것이다. 추천위원은 교총과 퇴직교장들의 모임인 삼락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 모두 9명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달의 스승 선정 과정에서 친일행위자를 배제하기 위해 심사기준에도 이를 넣고 친일인명사전까지 살펴보는 등 많은 노력을 했는데 당황스럽다"라면서 "최규동씨의 경우 지난해 12월 한 신문에서 '민족의 사표'로 보도되기도 했고, 1968년에는 건국훈장까지 받은 분이라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라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자신들이 직접 1∼3 종류의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국정교과서 제도를 검토, 추진하고 있다.
아래는 최규동씨가 <문교의 조선> 1942년 6월호에 실은 논문 번역본이다. 번역은 황진도 번역가가 맡았다.
죽음으로써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다 - 경성중동학교장 최규동
오래도록 기다리고 바라던 조선동포에 대한 병역법 실시가 확정되어 반도 2400만 민중도 마침내 쇼와 19년부터 병역에 복무하는 영예를 짊어지게 되었다.
이것은 조선동포가 내선일체의 이념에 눈을 뜨고 실로 국체의 본의(본래의 의의)에 귀일하여 진충봉공의 적성(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참된 정성)을 피력해온 결과로써 폐하의 고굉(임금이 가장 믿는 중요한 신하)임에 족한 자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며, 공사를 불문하고 감사와 환희는 더 이상 여기에 비할 바가 없다.
생각컨대 시정 이래로 30여 년 역대 천황은 항상 일시동인(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함)의 감사한 대어심(大御心)을 반도의 민초들에게 베푸시고 갓난아기처럼 애무육성하심으로써 오늘의 영예를 반도 민중에게 짊어지게 하신 성려(임금의 염려)의 광대무변한 진실로 공구감격에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반도동포는 남녀노소 한결같이 이 광영에 감읍하여 한 번 죽음으로써 임금의 은혜에 보답해드리는 결의를 새로이 하고 더욱더 자애분기하여 스스로가 자질향상을 도모하고 더욱 더 충혼으로써 성지에 부응하여 받들어야 한다.
사람은 의무를 지고 의무를 다함으로써 그 이상 더 없는 명예와 만족을 얻는 존재이다. 국방의 책무를 맡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의무이며 또한 남아최고의 영예를 이루는 것이다. 이 숭고한 의무, 이 영예가 조선동포에게 부여되어 그 젊은 청년들이 용약하여 국방의 제일선에 달려 나가 참여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자칫하면 반도청년들 사이에, 병역에 복무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인입사안, 저미 등의 소극성이 보였지만, 이러한 경향도 이번의 획기적 시책인 징병제도 실시결정에 의해 활연불식되어, 문자 그대로 발랄한 의기와 자신감을 갖고 문무의 수련에 정진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 것이어서, 황국신민연성교육상 일대 추진력이 더해지고 촉진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상황에 직면하여 군무에 복무하고 군인정신을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황국신민교육의 최후의 마무리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반도의 젊은 국민이 영광스러운 제국군인으로서 빛나는 황군의 전통을 이어받아 훈련받고 군인에게 내려주신 칙유를 받들어 전진훈을 일상행동의 규범으로서 실천궁행하고, 생사지경에 재빨리 몸으로 군인정신을 체득해 나간다면 과거 수백 년 간에 걸친 문약의 폐풍에 기인하는 바의 책임 관념의 결핍, 근기의 박약 등 여러 가지 바람직스럽지 못한 경향도 일소되고, 본래의 소질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그때야 말로 참으로 내선 양 민족이 형식상으로나 내용상으로 일체가 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징병제도 실시가 2개년 후의 가까운 장래에 절박해서 오늘 특히 교육에 종사하는 우리들은 참으로 마음을 크게 다잡아 분발하여 대처하고 밤낮으로 청소년학도를 지도함에 강고한 신념과 군인혼의 연성에 일로매진해야 한다.
[용어 설명]
공구(恐懼) : 몹시 두려움
분기(奮起) : 분기, 분발
진충봉공(盡忠奉公) : 충성을 다하고 공을 위해 힘써 일함
용약(勇躍) : 용감하게 뜀
인입사안(引込思案) : 끌려 들어가는 걱정
저미(低迷) : 헤어나지 못하여 헤맴
활연(豁然) : 환하게 트여 시원하게
칙유(勅諭) : 天皇(てんのう)가 친히 내린 고유(告諭). 훈시적·특정적인 뜻을 포함하는 점에서 칙유(勅語, ちょくご)와는 구별된다
실천궁행(實踐躬行) : 어떤 일을 실제로 몸소 행함
전진훈(戰陣訓) :1941년(昭和, しょうわ16) 東条英機(とうじょうひでき) 육군대신(陸相, りくしょう)의 이름으로 전 육군에 하달된, 전시 하에서의 장병의 마음가짐. '生いきて虜囚りょしゅうの辱はずかしめを受うけず, 살아서 포로의 치욕을 입지 않는다'라는 구(句)가 알려져 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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