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 20여 명을 구조하는데 일조한 ‘파란바지의 영웅’ 김동수씨가 스스로 목숨을 끓으려다 구조됐다. 사고 당시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던 그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뉴시스>등에 따르면 김씨는 19일 오후 8시 43분쯤 제주도 자택에서 손목에 자해를 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김씨를 발견한 딸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김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치료를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기사인 김씨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 당시 선내에 있던 소방 호수를 자신의 몸에 묶은 채 단원고 학생 20여 명의 구조를 도왔다. 사고 당시 파란바지를 입고 있어 일명 ‘파란바지의 의인’, ‘파란바지 아저씨’라 불렸다.
김씨는 최근 세월호 유가족 도보행진에도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미처 구조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이 김 씨를 길 위로 불러냈다.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핸드폰 뒷자리도 ‘0416’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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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수씨가 지난해 4월 23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는 사고 당시 남겨진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SBS |
정부 보상 월 108만원 뿐.. 일반인 피해자 관심 필요
일각에서는 김씨의 자살시도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참혹했던 생사의 갈림길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승객들을 구했지만 영웅 대접은커녕 정부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은 참사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긴급생계비(월 108만원 4인 기준 1가구)가 전부다. 그러나 이마저도 끊길 처지다. 가족의 생계수단이었던 화물차는 세월호와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화물차 보상은 머나먼 이야기가 됐다.
그는 앞서 해양레저전문매체인 <요트피아>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영웅’, ‘의인’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무의하다. 기본적으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신경을 써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사고 당시 입은 부상과 트라우마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학생들을 구출하면서 입은 치아 부상과 근막통증증후군으로 근육이완제 주사를 맞지 않으면 왼손 사용이 어려울 정도다.
또 정신적인 고통으로 사람이 많은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공황장애와 극심한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밤마다 나를 죽이려고 누가 쫒아오는 꿈을 꿔 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하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심한 속쓰림 증세를 겪어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세월호와 연관이 없다는 병원의 판단에 입원비는 모두 김씨가 지불했다. 김씨의 가족들도 정부의 외면에 고통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억울한 사연은 비단 김씨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0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세월호 생존자 윤모씨는 “정신적인 후유증으로 20알의 약을 복용하면서도 잠을 자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윤씨도 김씨처럼 화물기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고 당시 선내 매점에 있었던 윤씨는 온수통에 맞아 종아리와 발바닥에 화상을 입어 현재 통원치료 중이다.
한편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네티즌들은 “의인의 극단적인 선택에 가슴이 아프다”(@green***), “귀태정권의 피해자다”(@aseo***),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 정부가 원망스럽다. 양심세력은 없나?”(@press***), “우리가 낸 국민성금 김씨를 위해 써라”(@hikar***)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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