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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일 월요일

북한은 주적인가 평화통일 대상인가?

[자주국방담론] ③ 북한은 주적인가 평화통일 대상인가?
키 리졸브 2015 훈련에 부쳐
곽동기  | 등록:2015-03-03 10:59:58 | 최종:2015-03-03 11:02:42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키 리졸브 2015 훈련에 부쳐-
3월 2일, 오늘부터 한미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 2015(Key Resolve 2015)와 독수리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군사 지휘소 연습인 키 리졸브 훈련은 3월 13일까지 진행되고,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은 4월 24일까지 계속된다고 합니다.

키 리졸브, 방어인가 압박인가
 
우리 정부는 키 리졸브 훈련은 순수한 방어훈련이므로 남북관계와 무관하다고 합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2월 23일 브리핑에서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은 북한의 전면적인 도발과 남침 위협에 대한 한반도 방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만약에 북한이 이것을 가지고 또 도발을 하거나 또 다른 위협을 한다면 우리 군도, 우리 정부도 좌시하지 않고 강력 대응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요약하자면 우린 방어순수한 방어훈련이므로 북한이 이를 트집 잡으면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에 강력히 반발합니다. 인터넷 <통일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2월 24일,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에 방어적 성격을 부여하며 정당화하는 것은 우리 인민과 공정한 국제사회에 대한 기만이며 우롱”이라며 “키 리졸브-독수리 합동군사연습에 참가하는 병력의 구성과 무장장비상태를 보아도 그 침략적 성격을 잘 알 수 있다”면서 “그 누구의 위협을 막기 위한 방어연습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을 군사적으로 압살하기 위한 침략전쟁연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럼 한 번 키 리졸브 훈련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한 번 살펴 봅시다.
키 리졸브는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을 대체하여 200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입니다. 키 리졸브 훈련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주도하며 대북작전계획을 점검하는 지휘소 훈련입니다. 한미연합사령부가 키 리졸브에서 작전계획을 검토하면, 국군이 독수리 훈련에서 실전 연습하는 형식으로 보입니다. 물론 2013년, 한미연합사령부는 국군 합동참모본부가 키 리졸브 훈련계획을 주도적으로 수립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월 13일, <한국일보>는 키 리졸브가 다시 한미연합사령부 주도로 실시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소리방송>에 따르면 이번 키 리졸브 훈련에는 외국에서 전개되는 미군 6,750명을 포함해 미군 8,600여 명과 한국군 1만여 명이 참가하며, 또한 독수리 훈련에는 외국에서 전개되는 미군 3,500여 명을 비롯한 미군 3,700여 명과 한국군은 사단급 부대 이상으로 무려 20만여 명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키 리졸브 훈련 기간에는 미군이 최대 6,700명 가량 증원배치되며 독수리 훈련에는 한국군의 1/3이 군사훈련에 투입되는 셈입니다.
이쯤 되면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은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최대규모이자 최장기간의 군사훈련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합니다. 2013년 미국의 군비지출은 6400억 달러, 한국의 군비지출은 339억 달러로 도합 670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세계 군비지출과 무기 이전’ 보고서에서 2010년 현재 북한의 군비지출액을 57억 5천만 달러에서 98억 4천만 달러 사이로 추산했습니다. 군사비 6,700억 달러의 한미연합군이 군사비 100억 달러가 되지 않는 북한의 남침도발이 두려워 매년 세계최대, 최장의 군사훈련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군사비 도합 6,700억 달러의 동맹답게, 키 리졸브 훈련 내용은 각종 전략무기와 첨단무기가 선보입니다. 2013년 키 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 기간에는 미군의 핵전략폭격기 B-52가 3차례 이상 한반도에서 훈련을 했습니다. <SBS>는 2013년 3월 19일 오전 8시 전후로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52가 강원도 영월 소재 필승사격장에 세워진 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복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3월 20일에는 미 핵추진 잠수함 샤이엔이 부산항에 입항했습니다. 나아가 미국의 B-2 스텔스 핵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훈련을 하였습니다. B-2 폭격기는 레이더를 회피하는 스텔스 기능이 있어 핵선제타격수단으로 거론됩니다. 순수한 방어훈련인데 스텔스 핵폭격기가 동원되고 있습니다.
올해 키 리졸브 훈련에는 미국 연안전투함인 포트워스호가 참가하였습니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의 훈련 첫날부터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군사적 대응태세를 높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4월 24일까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첨예해질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게 대화를 종용했지만, 적어도 대북군사훈련 기간에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나 한미연합사령부는 이외에도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한미공군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 연합 잠수함훈련 등 다종다양한 합동군사훈련을 상정해두고 있습니다. 남북대화를 하려면, 이런 군사훈련의 틈바구니를 찾아야 할 판입니다.

평화통일과 모순되는 북한주적론
매년 군사비가 339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이 세계 최대군비를 지출하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미국에 전시 작전지휘권까지 넘겨주고, 그것도 모자라 매년마다 세계 최대규모의 군사훈련을 수행하는 표면적 근거는 국방부의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을 주적으로 삼는 국방부의 규정은 1972년에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의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원칙에 어긋납니다.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된 적이라면서 어떻게 평화통일을 말하고 민족대단결을 말한 수 있나요? 정부와 국방당국은 북한주민과 북한정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주민은 평화와 민족대단결의 대상이지만 북한정권은 주적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구분짓자면 북한정권을 지지하는 북한주민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인제대 통일학 연구소의 김종수 연구위원은 북한의 조선노동당원을 322만 명 가량으로 보았습니다. 이들의 가족과 자녀, 부모들을 합치면 거의 천만 명에 육박합니다. 북한의 이들 천만 명은 평화통일과 민족대단결의 대상인가요? 아니면 대한민국의 주적인가요?
북한주적론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주장과도 모순됩니다.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두고 첫째. 상호신뢰를 형성해 남북관계 정상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둘째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추구하며 그 기반 아래 셋째로 통일 인프라를 강화하고 나아가 넷째로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협력을 이루겠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북한주적론에 입각하여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애당초 성립될 수 없는 허점투성이가 되고 맙니다.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된 적인데 주적과 신뢰를 어떻게 형성한단 말입니까.
적어도 북한은 주적도 아니고 신뢰관계도 아닌 통일로 나아가는 잠정적 특수한 관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의 규정처럼 말입니다. 일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첫 걸음이라도 떼려면 북한주적론부터 삭제를 해야 앞뒤 논리가 맞게 됩니다. 실제로 북한 주적론은 지난 2004년 국방백서에서부터 폐지되었던 것입니다. 2010년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 의해 부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연초부터 “통일은 대박입니다.”라고 하며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고 이어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국방부의 북한주적론은 여전히 변함이 없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여전히 세계제일의 규모로, 최장기간을 상정하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한에 강경하고 일본에 관대한 국군
국군은 평화통일을 말하는 대한민국의 군대이지만, 확고한 대북태세를 강조합니다. 그러니 우리 국민들이 통일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과 국군은 우리와 나쁜 기억이 많았던 일본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합니다. 우리 민족은 1876년 강화도조약부터 일제의 경제적 수탈에 놓였고 1910년 한일합방부터1945년 8.15해방을 맞기까지는 비참한 식민통치를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제에게 학살당하고 끌려간 사람, 일제에게 강탈당한 재부와 자원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식민지배가 70년이 지나도록, 지금까지 우리민족에게 성실한 사과와 반성조치가 없었습니다. 1995년 무라야마 총리의 담화조차도 말뿐이었습니다.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일제의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는 교과서를 편찬하고 일본정치인들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 자체를 부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과거의 죄과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지금도 배일감정이 매우 높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사석에서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는 일본의 우익정치인들을 가리켜 “일본놈들”이라고 부릅니다. 스포츠 경기의 주요 화제는 아직도 한일전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의 과거사 회피는 외면한 채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의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은 “민족 감정은 악용될 수 있고, 정치인들이 과거의 적을 비난해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하지만 이런 도발은 발전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며 대일관계 개선에 주저하는 한국과 중국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미국은 일본군의 해외활동을 가능케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본군이 한반도 유사시에 한반도에 상륙하는 상황을 지지한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처럼 과거의 범죄를 회피하는 일본과, 그런 일본을 두둔하는 미국과도 절대적인 협력과 동맹의 우호관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정부청사, 외교부와 국방부의 요직인사들은 “한미동맹”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사람들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도 “가깝고도 먼 나라”라며 교류와 협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7월, 일본 중학교 교재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하겠다는 말을 듣고 후쿠다 총리에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폭로하였습니다. 이처럼 우리 정부는 일본이 망언을 하건말건, 우리를 무시하건말건, 일본을 존중하며 과거사를 허심하게 용서하는데 득도의 경지에 이르러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8.15 해방의 불과 5년 뒤에 벌어진 6.25 전쟁을 두고는 65년이 지난 지금까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부는 식민지배에 대한 원한을 6억 달러에 무산시켰습니다. 반면 확고한 대북대응태세를 확립한다는 과정에서 새어나가는 우리의 국방비는 연간 337억 달러, 30조 원이 훌쩍 넘습니다. 물론 시대가 다르니 금액을 단순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북의 과도한 국방비 지출은 벌써 63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은 과연 한일관계 개선보다 불가능한 것일까요? 1972년, 박정희 정부는 북한과 7.4 남북공동성명을 합의하고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을 발표했습니다. 1991년 노태우 정부는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발표하였습니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북한과 6.15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민족자주, 대단결 정신과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을 인정하였습니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북한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합의하고 6.15 공동선언의 방향에서 남북관계 발전의 로드맵을 교환했습니다.
북한은 과연 우리와 함께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주적인가요? 아니면 우리의 대화의 대상이며 통일의 상대인가요? 박근혜 대통령은 3월 1일, 또 다시 북한의 대화제의를 촉구했습니다. 세계 최대, 최장의 합동군사훈련의 바로 전날이었습니다.
곽동기 상임연구원 /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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