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12 20:06수정 : 2015.03.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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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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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형사들 뭉친 ‘미제사건 포럼’
2001년 2월4일 전남 나주시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 박아무개(당시 17살)양의 주검이 발견됐다. 피해자의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다. 박양과 아는 ㄱ군은 “그날 새벽 광주 남구의 한 식육점 앞에서 박양이 20대 남성 두 명과 얘기하는 걸 봤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주검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체액이 발견됐지만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3년 전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났다. 그는 이미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다른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아무개(38)씨한테서 채취한 디엔에이(DNA)가 박양 주검에서 나온 것과 일치했다. 그러나 마지막 목격자 ㄱ군이 ‘김씨가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하고, 김씨 역시 범행을 부인하면서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검찰은 김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2016년 2월3일까지, 이제 공소시효는 1년도 남지 않았다.
박아무개양 사건 첫 대상으로
나주 드들강서 주검 발견뒤 ‘미궁’
3년전 수감자 유전자 검사 도중
DNA 일치 유력 용의자 나왔지만
증거불충분 이유로 불기소처분
“오래된 사건이라 해도 주변에
보이지 않는 증거는 남아 있다”
주변조사 등 단서 찾아나서
전·현직 베테랑 형사 5명과 범죄학자, 변호사가 팀을 만들어 이 ‘콜드케이스’(미제사건)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장기미제사건을 풀어가는 여형사가 주인공인 미국 드라마 <콜드케이스>의 ‘한국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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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천 전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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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파 사건 등을 수사했던 고병천(66) 전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장이 중심이 돼 지난해 12월 꾸린 ‘미제사건포럼’은 박양 사건을 첫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 11일 만난 고씨는 “30년 형사 생활을 하면서 한 건의 미제사건도 남기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범죄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도 예전부터 이런 일을 해봐야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씨는 지난달 광운대에서 범죄단체 구성원의 행동 패턴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이후로 수사본부까지 꾸려졌지만 결국 범인을 찾지 못해 장기미제로 분류된 것은 ‘대구 황산테러 사건’(1999년) 등 모두 20건에 이른다.
미제사건포럼이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공소시효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지만, 2001년에 발생한 이 사건에는 기존 15년 시효가 적용된다.
고씨는 “유전자가 일치하면 거의 범인이 맞는데,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씨를 조사한 게 사건이 나고 10년도 더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목격자가 부정적 진술을 했다고 해도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씨는 특히 유력한 용의자 김씨가 2명을 살해해 복역 중인 사실을 눈여겨보고 있다. 범죄 패턴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살인도 알코올중독과 똑같다고 보면 돼요. 범죄를 저지르면 불안하고,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다른 범죄를 또 저지르죠. 일단 교도소에 들어가면 수사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고요.” 고씨가 박사학위 과정 중 쓴 부논문의 제목도 ‘살인중독’이다.
미제사건포럼은 박양 가족을 접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4년이 지났지만 가족 얘기를 듣다 보면 당시에는 놓친 중요한 단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씨는 “용의자와 같은 방에 수감된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이) 안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역이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10년이 지난 사건이라도 ‘보이지 않는 증거’는 남아 있어요. 현장은 물론 피해자 주변이 말해주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습니다.” 미제사건 해결팀엔 과거의 미제사건도 현재진행형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2001년 2월4일 여고생 박아무개양이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익사였지만 목이 졸리고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발견됐다. 2012년 살해죄로 복역 중인 김아무개씨의 디엔에이가 박양 주검에서 나온 것과 일치했지만 증거가 부족해 무혐의 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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