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핑턴포스트코리아 | 작성자 허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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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됨: 2014년 10월 08일 20시 24분 KST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08일 23시 51분 KST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검찰이나 경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이용자에 대한 감청영장을 집행한 건수가 14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수수색 영장은 4807건,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은 2467건이었고, 통신자료 요청은 980건이었다.
이는 다음카카오가 8일 공개한 ‘카카오톡 정보제공 현황’이라는 자료에 언급된 내용이다. 일종의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다. 다음카카오가 이런 데이터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료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지 헷갈려할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5가지 ‘독법’을 정리했다. 일단 찬찬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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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뭐가 몇 건이라는 얘기야?
먼저 표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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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항목이 서로 어떻게 다른 거냐고? 미묘하게 다르다.
통신자료
근거 :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 등
내용 :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일 또는 해지일
절차 : 서면으로 요청하는 게 원칙이지만,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다른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
기타 : 수사기관이 요청한다고 해서 인터넷서비스 기업이 이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다. 지난 2012년 법원 판결 이후, NHN(네이버)과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등 포털 3사와 카카오는 법원의 영장 없을 경우 통신자료 요청에 불응하기로 결정했다.
통신사실확인자료
근거 :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제1항, 제13조의2, 제13조의4제1항 등
내용 : 가입자의 통신 일시, 통신 개시·종료시간, 착·발신 전화번호, 사용도수, 인터넷 로그 기록, 기지국 위치추적자료, 통신기기 위치 추적자료
절차 : 검찰이나 국정원은 서면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은 뒤에 업체에 요청을 해야 하지만, ‘긴급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먼저 요청을 한 뒤 영장을 받아서 업체에 제출할 수 있다.
기타 : ‘긴급한 사유가 있는’이라는 애매모호한 조항 때문에 수사기관이 영장도 없이 일단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그물망 수사' 식의 기지국 수사가 남발되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
근거 :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제12조 등
내용 : 송·수신 되는 우편물의 검열, 통신의 송·수신 내역(감청)
절차 : 검찰이나 국정원이 법원에 서면으로 신청한 뒤 영장을 받아 집행한다. 대상자가 외국인일 경우에는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집행 과정에서 인터넷서비스업체나 통신사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긴급한 경우’에는 영장을 발부받기 전이라도 집행할 수 있다.
기타 : 국가기관이 감청설비를 보유하는 경우, 그 내용을 3개월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다.
압수수색영장
근거 : 형사소송법 제107조 등
내용 : 수사 과정에서 증거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내용
절차 :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고, 검사의 지휘 하에 집행한다.
2. 정보제공 요청 건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 다시 표로 돌아가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볼 차례다. 각각의 항목에서 공통된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요청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다음카카오가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통신자료’ 항목을 빼면, 나머지 항목은 시간이 흐를수록 건수가 점점 증가했다.
다시 한 번 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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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실확인자료는 지난해 상반기 630건에서 하반기 793건으로, 올해 상반기 1044건으로 늘었다. 감청영장 건수도 36건에서 50건, 61건으로 증가했고, 압수수색영장은 983건에서 1693건, 2131건으로 늘어났다.
정보제공 요청을 해야 하는 경우, 다시 말해 수사가 필요한 '범죄' 건수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일까?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수사기관이 점점 더 정보제공 요청을 남발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왜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어떤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3. 수사기관에 대체 몇 명의 정보가 제공된 걸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표에 나온 건 ‘요청건수’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한 건당 몇 명의 개인정보가 제공된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자료만 가지고는 대체 몇 명의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는지 알 길이 없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최근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 집회를 수사하면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계정을 압수수색했다. 다음카카오에 따르면, 정 부대표가 참여중인 모든 채팅방의 대화내용 하루치와 상대방의 전화번호가 제공됐다. 그 ‘상대방’이 몇 명인지는 이 표에 나오지 않는다. 단지 ‘1건’으로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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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부터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받은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통신사실확인자료 같은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수사기관은 특정 시간대에 특정 장소에 있는 기지국과 신호를 주고받았던 모든 휴대폰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기지국 수사’다. 예를 들어 단지 내가 시위 현장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내 개인정보가 제출될 수 있는 것.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글을 참고해보자.
아래 이미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보도자료인데 첫번째 것이 2013년 상반기 감청 통계이다. 가장 뒤의 파란 열이 2013년 상반기 감청 횟수가 255건이지만 실제 감청당한 사람 숫자는 3,540명이다.
두번째 이미지는 2012년 통신사실확인자료 취득 통계인데 가장 뒤의 파란열이 2012년 상반기인데 눈여겨 봐주었으면 하는 것은 그 앞의 두열 즉 2011년 상반기와 2011년 하반기 통계이다. 보다시피 20,842,056 + 16,462,826 도합해서 3천6백만여명에 대해서 통신사실확인자료 취득이 이루어진 것이 빤히 보인다.
세번째 이미지는 2013년 상반기 통신자료제공인데 역시 가장 뒤의 파란열 보면 4,827,616명에 대해 통신자료제공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통신자료제공은 범죄수사를 위해서 하는 것인데 2013년 상반기에만 4백80여만명이 수사대상이 된 것이다. (박경신 교수 페이스북 10월7일)
4. 수사기관은 카톡을 ‘실시간 감청’했나?
표를 보면, ‘감청영장’ 항목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감청이다.
두 가지 논란이 있다. 검열 논란이 불거진 뒤 다음카카오가 ‘감청요청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던 것과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설명했던 부분 때문이다.
먼저 첫 번째는 명백한 실수에서 빚어진 오해다. 다음카카오는 8일 블로그에 “감청 영장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씀드려 혼동을 초래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는 말이 엇갈린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기술적으로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다’는 다음카카오 측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거나 반박할 만한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다.
그렇다면 다음카카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전히 나오는 이유는 뭘까?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통신제한조치 집행조서’를 공개하며 해당 내용이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감청에 해당”되는 행위가 이뤄졌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다음카카오가 ‘실시간 감시 불가능, 3일만 보관해서 안전’ 같은 “말장난”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들은 이 부분을 인용해 ‘(다음카카오의 해명과는 달리) 실시간 감청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할 부분이 있다. 김 전 교수는 앞선 트윗에서 “중간 데이터 탈취를 통한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선을 꽂아 바로바로 엿보는’ 식의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 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김 전 교수는 실시간 감청에 ‘해당된다’거나 “실시간(에 가까운) 감청”이 이뤄지고 있다며 다음카카오를 비판했다. 다음카카오가 대화내용을 3일까지만 보관한다고 해도 수사기관에서 2일마다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데이터를 요구하면 된다는 것.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측은 “대화내용 저장 기간이 최소화되면서, 수사기관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해볼 때 현실적으로 대화내용 제공이 불가능해질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김 전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감청은 필요에 따라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메일로 자료를 제출받는 것이지 실시간 감청이 아니다"라며 "어느 기간 동안 자료를 받겠다는 것을 나타내는 게 집행조서"라고 말했다. (뉴스1 10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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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전 교수는 감청영장이 발부된 사건에 대해 다음카카오가 국정원에 주기적으로 감청자료를 메일로 전송했다며 그 주기가 얼마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기가 짧을수록 사실상 실시간 감청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다음카카오는 8일 그 주기가 3~7일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은 실시간 감청을 위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 모니터링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감청 영장에 의한 수사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영장에 기재된 요청 기간 동안 있었던 대화내용이 통상 3~7일 단위로 모아 수사기관에 제공되었습니다. (다음카카오 공식블로그 10월8일)
엄밀하게 따지면, 말장난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실시간 감청’과 ‘실시간 감청’은 분명 다른 뜻이다. 물론 다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경신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패킷 감청을 하면 카카오톡만 하는 게 아니라 암호화하지 않은 모든 서비스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카카오톡이 어디까지 암호화돼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패킷 감청은 이뤄지고 있다. 일단 구글 G메일과 텔레그램은 암호화돼 있어서 감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는 전체 감청 통계만 나와있고 그 가운데 패킷 감청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이걸 구분해서 공개하도록 방통위를 압박해야 한다." (미디어오늘 10월8일)
5. 결국 수사기관이 문제다
다음카카오는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검열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초기 대응도 미숙했고, 사과와 대책 발표도 한참 늦었다. 이용자들의 신뢰를 잃기에 충분한 시간과 사건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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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는 8일 최근 불거진 검열 논란 이슈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의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카톡 이용자 정보보호를 위해 '프라이버시 모드'를 연내 도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그러나 결국 비판의 화살은 정부와 수사기관들을 향할 수밖에 없다. 검찰과 경찰, 국정원이다.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일 경우, 다음카카오는 기본적으로 정보제공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다음카카오만 그런 게 아니라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밴드'도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있다.
수사기관들이 정보제공 요청을 남발한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영장이 남발되고 있기도 하고, ‘긴급한 경우’라는 이유로 일단 자료부터 받고 영장을 사후에 신청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 영장을 받아서 집행한다고는 하지만 영장이 너무 남발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구 대비 연간 감청 건수가 한국은 미국의 15배고 일본의 287배다. 압수수색은 연간 약 10만~20만건 정도로 추정되는데 문제는 기각율이 1~2%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비율이 8% 정도 된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기각률도 낮지만 2011년 한 해만 3700만명 넘는 사람들의 정보가 넘어갔다.” (미디어오늘 10월8일)
검찰이 '사이버허위사실유포전담수사팀'을 꾸려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로 한 가운데, 최근 법원의 통신제한조치와 압수수색연장 발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은 통화 상대방의 번호, 통화 일시 및 시간, 인터넷 로그 기록 및 아이피 주소, 발신 기지국 위치 등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어 사실상 '개인에 대한 사찰'에 가깝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뉴시스 10월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8일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카카오톡 메시지 압수수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통신감청영장 발부에 대해 법원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통상 구속영장 청구 기각률은 23%인데 통신감청을 위한 영장 기각률은 최근 5년 평균 4%에 불과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연합뉴스 10월8일)
오랫동안 이 분야를 감시해 온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가 놀랐던 것은 저장된 디지털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렇게 대규모로, 싹쓸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다. 당사자 모르게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사실도 놀랍다.
(중략)
국민들은 자신의 발언을 불안해하고 있다. 공권력의 심기를 거슬렀을지 몰랐다는 이유 때문이다. 청와대 목전에서 집회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고 모든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그 상대방 정보가 다 털리는 상황 아니던가. 그러니 줄 망명 현상은 자기 검열이자 불안감의 표현이다. 이 심리적 위축은 헌법재판소가 말한 바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 침해 그 자체이다. 따라서 핵심은 공권력에 대한 통제이다. 해법 역시 여기서 나와야 한다. (미디어오늘 10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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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검열 논란1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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