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9179 글쓴이 오주르디 조회 283 누리 15 (15,0, 2:1:0) 등록일 2014-9-2 15:46 대문 2
과거까지 바꿔? 역사개조 광풍 분다
(WWW.SURPRISE.OR.KR / 오주르디 / 2014-09-02)
배 안에 있던 승객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처방으로 내놓은 게 ‘국가개조’다.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는 ‘개조’를 강조하기 위해 클 대(大)자를 붙여 ‘국가 대개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제 군국주의 용어에 익숙했을 박정희
‘국가개조’는 일제 군국주의 용어다. 박 대통령은 어떻게 이 용어를 떠올린 걸까. 이 단어와 이미 친숙해 있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아버지 박정희가 쿠데타 직후 자주 사용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이 용어에 익숙했을 사람이 바로 박정희다. 그가 일본군관을 꿈꾸며 교사생활을 하던 1936년 2월 일본에서 젊은 장교들이 주축이 된 쿠데타가 일어난다. 이들이 내건 구호가 ‘국가개조’였다. 경제 공황과 전쟁으로 어수선했던 일본사회를 뜯어 고치겠다며 정관계 인사들을 암살하고 정당을 무력화 시킨 뒤 천황에게 1인 독재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른바 ‘쇼와 유신’이다.
천황이 이들의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지만 파장은 컸다. 정치에 적극 개입할 기회를 잡은 군부로 인해 일본은 군국주의와 파시즘을 향해 미친 듯이 치닫는다. 박정희가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하기 4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일제 군관이 된 그는 자연스럽게 이 쿠데타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을 것이다.
일제 ‘국가개조’의 한국판 버전, ‘5.16과 유신’
‘국가개조’를 설파한 사람은 일본 군국주의 사상가 기타잇키다. 쇼와 유신에 관심이 많았던 일제 청년 장교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킨 선배장교들의 구호인 ‘국가개조’를 몰랐을까. 그럴 리 없다. 그 뜻을 묵상하고 유념해 두었을 것이다.
그가 뇌리에 담아두었던 ‘국가개조’는 5.16쿠데타를 통해 세상으로 나온다. 우리 역사를 “퇴영과 조잡과 침체의 연쇄사”(박정희/국가와 혁명과 나)로 보고 민주주의를 “빛 좋은 개살구”라고 폄훼했던 박정희는 ‘국가와 인간 개조’를 외치며 “민주적 정치권능보다 일관성 있는 강력한 지도원리”를 주장한다.
‘쇼와 유신’ 때 쿠데타 세력들이 바라던 바는 ‘천황에 의한 1인 독재’였지만, 박정희는 쿠데타를 통해 스스로 천황 같은 독재자가 됐다. 5.16쿠데타와 유신독재의 모티브를 ‘국가개조’를 주장한 ‘쇼와유신’에서 차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와 인간 개조’를 부르짖던 정권의 퍼스트레이디 출신이니 ‘개조’라는 말은 박 대통령에게도 매우 친숙한 용어일 것이다.
‘개조 DNA’ 상속받은 박근혜, ‘역사 개조’에 박차
‘국가개조’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나보다. 또 다른 ‘개조’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바로 ‘역사개조’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움직임이 국사 분야를 넘어 방송까지 강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역사공습’이 이제 막강한 화력을 장착했다. 국사 관련 기관과 연구소가 뉴라이트에 의해 장악된 상태다.
친일교과서와 식민지근대화 논란의 원조인 유영익은 국사편찬위원장을, 교학사 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권희영은 한국학대학원장을, 명성황후를 민비로 격하하는 등 친일 미화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이배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국사 관련 기관 장악에서 그치지 않고 방송까지 넘보고 있다. 정권의 ‘방송통신 사후 검열기구’로 전락한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친일과 유신독재를 미화한 대안교과서 집필자 박효종을 임명했다. 그러더니 지난달 30일 뉴라이트 원로인 이인호를 KBS 이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방송을 여론 호도 수단으로 활용할 모양이다.
“이승만 친일한 적 없다” “이승만은 로마제국의 코스탄티누스” “5.16은 혁명” (유영익)
“일제 식민지배는 근대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 축적된 시기” (박효종)
“김활란은 일제의 극심한 회유에도 이화(여대)를 지켰다” “명성황후는 민비” (이배용)
“5.16은 혁명. 제주4.3사건은 좌익 폭동, 희생자에게 국가가 사과할 필요 없어” (권희영)
“문창극 비난하는 사람은 제정신 아냐...김구는 대한민국 체제 반대한 사람” (이인호)
“일본군 위안부는 단순 매춘부, 돈을 위해 매춘 저질렀다.”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역사공습 이끌고 있는 뉴라이트 야전지휘관들
이들은 모두 일제 식민지배와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미화해 온 ‘교과서포럼’ ‘한국현대사학회’ ‘현대한국학연구소’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뉴라이트 ‘역사공습’을 이끌고 있는 야전 지휘관들이다.
‘역사공습’을 주도하는 저들은 친일과 독재를 ‘불가피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친일과 독재의 결과물이 한국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친일과 독재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결코 현재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거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는다.
박 대통령도 이들과 한통속이다. 이들과 궤를 같이할 뿐 아니라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버지 박정희를 얘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가 친일과 독재다. 이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 때문에 박정희의 공이 퇴색되고 나쁜 평가를 받을뿐더러 자신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돼 돌아온다고 보고, ‘부정적 의미’를 ‘긍정적 의미’로 치환시키기 위해 저들과 손잡은 것이다.
‘국가개조’는 현재의 모습을 바꾸겠다는 것이지만 ‘역사개조’는 과거를 뒤집어 놓겠다는 얘기다. 과거까지 개조하겠다는 미친 파시즘. 그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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