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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4일 목요일

시험날 학교 앞서 확성기 튼 학부모, 정체가 뭘까


[주장] 학교 앞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비난집회... 부끄럽고 미안하다 14.09.04 21:03l최종 업데이트 14.09.04 21:03l조은경(news) 기사 관련 사진 ▲ 서울 용산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개장으로 지역주민과 마사회 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7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화상경마장 앞에서 성심여고 학부모들이 화상경마도박장 개설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9월 3일은 고3 학생들이 수능을 치르기 전 마지막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었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학교 선생님들도 모두 긴장하며 하루를 보내는 날인 것이다. 그런데 이날 오전 7시 50분, 서울 용산구 성심여고 후문 앞에서 열다섯 명 정도의 사람들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공교육살리기시민연합', '국가교육국민감사단', '유관순어머니회'라고 했다. 그들이 학교 앞까지 찾아와 이런 집회를 연 것은, 1년이 넘게 지역의 화두가 되고 있는 '화상경마장' 때문이다. 그들은 화상경마장이 개장하는 것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선생님들을 '좌파 성향의 선생님들'이라며,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선동하여 집회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을 중지하라고 말했다. 또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을 비롯, 좌파 성향의 선생님들은 모두 전교조이고 전교조는 정의당이며 정의당은 통진당의 분파'라고 했다. 결국 화상경마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종북좌파'라는 논리였다. 교문 앞에서 집회를 열려고 했던 이 단체들은, 급히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근처 학부모들이 교문 앞을 막아서자 집회 도구들을 챙겨 교문 건너편으로 갔다. 그리고는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학교를 향해 여러 사람들이 돌아가며 마이크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소문을 듣고 온 학부모는 물론, 근처를 지나는 주민들, 바로 건너편 초등학교로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학부모들이 모여 마이크를 끌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이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는 한 시간가량 진행되었다. 대한민국에 사는 어떤 사람이 수능과, 그 수능을 준비하는 고3 모의고사의 의미를 모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 단체의 이름에서 보이는 것처럼, '공교육을 살리자'는 어떤 '학부모'가 이런 날, 아이들의 등교시간에 학교 앞에서 확성기를 틀 수 있단 말인가. 현재 성심여중고는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이라는 뜨거운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 학교 앞, 시간상으로는 걸어서 6분, 거리상으로는 235m 앞에 25층의 거대한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이라고 주민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끊임없이 호소해왔다. 가만히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과연 천 명이 넘는 여학생을 맡아 키우는 학교 교장선생님이 학생들 교실에서 정면으로 바로 보이는 거대 건물이 도박장임을 알고서도 가만히 있는 것이 옳은 일인가? '경마장 반대' 교사에 색깔공세... 시험날 아침에 할 짓인가 어른으로서 말하기 부끄럽고도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현실적으로 합법이니 어쩔 수 없다(학교 반경 200m이내가 학교 환경 위생 정화구역으로 설정됨)'고 가만히 계실 분들도 많을 것이다. 또 '상대가 거대 공기업이니 포기하는 것이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효율적인 일'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학부모들은, 또 이 나라의 교육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것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라고, 아이를 키우는 일에 효율적이고 비효율적임을 따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어떻게 참다운 인간으로 만드는 일에 있어서 효율성을 따질 수 있겠는가. 효율적인 방법으로, 무슨 일에건 효율적인 아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일이다. 요즘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엽기적이고 패륜적인 일들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나를 따질 때, 누구든 귀결은 '교육이 문제다'라고 하지 않는가? 성심여중고 교장 교감 선생님들과 일선 선생님들은 비효율적이어서 힘든 길이라도 인간을 만드는 교육의 길이므로 달게 고된 길을 가겠다고 나선 분들이다. 이분들이 옳은 분들이 아니라 하면 누구를 옳다고 해야 하는가? 학교는 '마을의 등불'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미래를 키우는 학교가 없는 마을은 죽은 마을이나 다름없고 깜깜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런 학교를 지켜내고 환히 밝게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 아니겠는가? 나는 감히 그 마을의 등불을 들고 계신 분들이 현재 선생님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사 관련 사진 ▲ 용산 주민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회원들이 7월 2일 오후 청와대 부근인 종로구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화상경마도박장 강제·기습·폭력 개장 시도 규탄 및 반대 주민 서명 청와대 전달 기자회견'이 열리는 가운데 '도박경마장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길에 드는 그 등불은 모든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 돌아가며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등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법을 우습게 보는 범법자이며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종북 세력'이라 몰아붙일 수는 없다. 성심여중고는 60여 년간 학생 자신이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이고 각각이 모두 소중하고 그런 사람들끼리 잘 어울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함을 강조해온 학교다. 인성교육을 잘하는 학교로 유명해서 멀리서도 알고 찾아오는 학교다. 일반고가 위기라는 말을 듣고 있는 시대에 학생 수가 줄기는커녕 늘어난 학교가 바로 이곳이다. 학생 하나하나에 애정과 관심을 쏟기에 학부모들이 찾아오는 학교다. 그리고 그런 교육의 중심에는 교육의 참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한가득 담고 계신 많은 선생님들이 있다. 3일 아침 성심여고 교문에서 해프닝을 벌인 단체들은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었다. 어떤 엄마들이 정치색을 가득 띤 선생님들이 가득한 학교에 전학시키려 혹은 입학시키려 난리를 치르겠는가? 나도 딸 둘을 이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이사한 무수한 엄마들 중 하나다. 게다가 이 학교 졸업생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치가 무엇인지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기에, 아름다운 교정에서 바르고 안정된 정서를 가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고 있기에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주변에는 그런 부모들이 무척이나 많다. '학교 앞 경마장' 막자는 상식적 주장 모독 말라 마사회에서 아무리 변명을 하고 치장을 한다고 해도 화상경마는 도박이며, 수천 명이 떼로 들어오는 도박장이 학교 코앞에 들어서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학교 앞에, 학교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사랑하는 학생들이 통학하는 길 바로 옆에 거대 도박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면 선생님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애들 앞에서 '법이니 어쩔 수 없다',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구나', '너무 힘든 문제구나' 하고 말해야 할까? 그런 선생님들이 과연 사회 정의에 대해 가르치고 용기에 대해 가르치고, 어려운 문제도 도전해서 끝까지 파고들라는 가르침을 학생들에게 줄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감히 얘기한다. 교실 안, 교과서 속 진실만을 말하는 선생님보다는 진심 어린 행동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더 참되다고. 그리고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성심여중고 선생님들을 비난하고 나선 이들은 '학생들이 화상경마장 반대 시위에 동원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가? 선생님의 말씀에 무조건 순종하던 시대를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아이들이 더 똑똑하다. 우리는 이미 아이들에게 못 볼 꼴을 보여준 어른들이다. 어른들은 물속으로 기우는 배 안의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고 했다. 어른들의 말을 듣고 가만히 있던 언니, 오빠, 친구들이 처한 처참한 상황을 이미 생생하게 본 아이들이다. 가만히 있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어른들보다도 그들끼리 소통하며 더욱 빠르고 많이 접한 아이들이란 말이다. 엄마로서 말한다. '엄마가 지켜줄게. 열심히 지켜줄게. 너희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싸우는 거야'라고. 하지만 부끄러운 어른으로서, '정말?'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집회에 나가 직접 외치겠다고 하는 아이들을 막지는 못하겠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아이들을 막을 수 있겠는가? 3일 아침 우리는 아이들에게 또 한 번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분별력 없는 어른들의 행동이 자신의 등굣길과 초등학교 어린 동생들의 등굣길도 막는 모습을 보게 한 것이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화가 난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도심 한복판 학교 앞 전국 최대 규모 화상경마도박장의 외곽 이전을 외치는 상식적이고도 순수한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 주민들 그리고 학생들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말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성심여중 2학년 학생의 어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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