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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일 화요일

"세월호는 교통사고" 왜 자꾸 들먹이나 했더니


[안전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⑨마지막] '적당히'가 통할 수 없는 4·16특별법 14.09.02 19:47l최종 업데이트 14.09.02 19:47l 이호중(escapeline) 세월호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습니다. 구조 실패의 원인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도 이제 진지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반복되는 재난사고 속에서 왜 우리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게 되었는지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는 연속칼럼을 통해 '살아남은' 우리의 의무와 우리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이고, 우리 사회가 힘모아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맞다. 왜 그런가? 우리가 '세월호 참사'라고 하는 것은 단지 희생자 수가 많아서 때문만은 아니다. 몇 가지 장면을 다시 짚어보자. 기사 관련 사진 ▲ 세월호 수색하던 '언딘', 청해진해운과 계약 세월호 침몰 사고해역에 투입된 민간 잠수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가 사고 책임 해운사인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업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 4월 16일, 해경은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에 기울어져 침몰해가는 배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할 뿐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생존 학생들은 "우리는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해경은 구조할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 해양구조 업무를 민간업체에게 외주하는 정책을 펴 왔기 때문이다. '언딘'이라는 업체가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후에야 구조에 나섰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더구나 언딘이라는 회사는 구조전문업체가 아니라, 인양업체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재난상황에서 신속하게 구조업무를 해야 할 정부는 구조현장에 없었다. #2. 세월호 선원들은 이미 여러 차례 과적으로 인해 배가 위험하다는 경고를 선사 측에 전달했다. 물론 무시되었다.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 구조의 임무를 저버린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돈벌이에 혈안이 된 청해진해운이 과적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 세월호 운항을 강행하였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선원들의 위험 경고는 자본의 탐욕 앞에서 힘없는 메아리일 뿐이었다. #3. 선박운항의 안전을 점검하는 일은 한국해운조합에서 맡는다. 한국해운조합은 선주회사들이 회비를 내어 운영하는 단체이다. 선주회사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해운조합이 안전점검을 한다는 것이니, 제대로 된 안전점검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조타기가 고장나도, 과적을 해도 아무런 제약없이 출항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정부가 안전관리 업무를 민영화한 단면이다. #4. 서해페리호 침몰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노후선박의 운항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2009년, 여객선의 선령제한은 20년에서 30년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대구지하철참사가 발생했을 때 1인승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아직도 1인승무제는 여전하다. 오히려 지난 10년 동안 1인 승무제는 확대되었고 무인역사 등 역사 근무인력은 대폭 감축되었다. 이게 다 기업의 비용절감을 위한 규제완화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한 채로 오로지 돈벌이만을 추구하는 자본의 탐욕을 본다. 규제완화니, 민영화니 하는 정책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정부의 무능과 추악함을 본다. 친기업적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마저 해체되어 버린 참담한 현실을 본다. 그래서 '참사'다. 사람보다 이윤이 먼저였기에 참사다. 정부가 자본의 탐욕과 결탁하고 있으니 참사다. 그 결과 존엄한 삶의 권리가 박탈당했으니 참사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아주 무겁고도 엄중한, 그렇지만 반드시 시민들의 힘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시민들의 특별한 각오가 담겨 있는 4·16특별법 기사 관련 사진 ▲ '실종자 10명' 조끼 입은 유가족들 수사권·기소권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청와대앞에서 밤샘노숙중인 유가족들의 박근혜 대통령 면담 요구 수용을 촉구하는 '8.30 국민대회'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실종자 10명의 사진이 붙은 조끼를 입고 있다. 이 조끼는 시민들이 진도 팽목항에서 안산까지 도보행진을 하며 입었던 것으로 이날 국민대회에서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9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국민대책회의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는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아래 '4·16특별법안'이라 함)을 마련하여 국회에 입법청원하였다. 법안에 따르면, 특별위원회는 3개의 소위원회로 구성된다. 제1소위원회는 진실규명을 담당한다. 일정 경력이 있는 변호사가 제1소위 상임위원으로서 특별검사의 권한을 가지고 수사와 기소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다. 제2소위원회는 안전사회를 위한 대안을 마련한다. 참사의 직·간접적인 원인과 구조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건강한 일터,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을 제시한다. 제3소위원회는 피해자의 치유와 희생자에 대한 사회적 기억을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 4·16특별법안의 내용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당연하게도 철저하게 그 진상을 밝히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에 기초하여 안전한 사회를 위한 개혁과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은 그 자체가 정의의 실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교통사고'라고 말한다. 대형참사가 발생했을 때마다 정확한 진실규명 없이 몇몇 하급책임자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적당히 보상금만 지급하면 그만이라는 심보이다. '세월호=교통사고'라는 말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된 정부의 무능함과 기업의 탐욕을 시민들이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정치공작 언어이다. 4·16특별법이 '특별'한 이유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각오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무능과 병폐 그리고 기업의 탐욕이 대형참사를 발생시켰다는 것을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이런 참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사회개혁을 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가 모아진 것이 바로 4·16특별법이다. 그러니 적당히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시민의 힘으로 풀어야 할 숙제를 점검해 보자. [과제①] 자본의 이윤추구에 갇힌 '안전'을 구출하자 세월호 참사는 효율성과 비용 절감의 논리를 앞세운 자본의 탐욕과 정치권력의 야합이 빚어낸 참담한 재앙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장은 두 말 할 것 없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에 속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안전에 써야 할 돈을 줄이고 각종 친기업적인 규제완화 및 민영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자본의 이윤추구를 조장해 왔다. 기업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비생산적인 비용으로 간주하면서 기업의 이윤추구를 극대화한다는 명분으로 안전비용을 줄인다. 안전업무에 투입되어야 할 인력은 감축되고 비정규직으로 채워진다. 그 결과 우리의 일상생활과 일터 곳곳에서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들은 기업의 비용절감, 경영효율화 등의 명분으로 방치되고 누적되어 왔다. 이렇게 축적된 위험이 결국 노동자와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 안전사고로 나타날 수밖에 없음을 세월호 참사는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첫째, 안전 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해야 한다. 1993년에 '기업 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었다. 그 핵심은 기업의 안전업무에 관련된 규제를 대폭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가스, 유독물 등 안전보건 관리자의 법정 의무고용을 완화하고,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안전관리 업무를 대행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였다. 이를 계기로 하여 기업들은 기계설비의 정비·보수를 비롯한 안전관리 인력을 감축하고 안전관리 업무를 대폭적으로 외주화하고 있다. 기업의 비용절감 논리에 따른 안전 인력의 감축과 안전관리 업무의 외주화는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심각하게 증폭시킨다. 안전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하청업체들은 단가 후려치기라든가 최적가낙찰제 등으로 근본적인 비용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청업체가 담당하는 안전관리 업무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철도공사의 정비업무를 담당하는 외주 회사인 코레일테크는 90%의 인력이 비정규직이다. 간접고용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할 수밖에 없고 이직율도 높기 때문에 정비 업무의 전문성과 경험이 제대로 담보될 리 없다. 게다가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업체와의 관계에서 철저한 갑을 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설비교체나 근본적인 보강작업이 필요한 경우에도 원청업체에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없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은 이렇게 축적되고 있다. 둘째, 정부가 안전관리·감독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문제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객선에 대한 선원 안전교육과 여객선 입·출항 시 안전 점검 등을 담당하는 한국해운조합은 선주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이다. 한국해운조합이 운항관리자를 선임하여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지도·감독한다. 여객선 선주 회사들이 회비를 내서 운영하는 해운조합이 선사들을 상대로 안전관리를 한다는 것이니 이보다 더 우스운 민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그 덕분에 세월호는 아무렇지 않게 화물 과적을 일삼을 수 있었다. 사고 당일 세월호 출항보고서에는 차량 대수 등 화물의 적재 내용이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기사 관련 사진 ▲ 상왕십리 지하철 추돌 사고 현장 지난 5월 2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방향으로 향하던 열차가 멈춰있던 열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열차끼리 충돌하면서 기관실 유리창이 부서져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비단 여객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그 직접적인 원인은 신호기 오류였다. 열차의 신호시스템을 설치·유지하는 일은 '유경제어'라는 민간업체로 외주화되어 있고, 철도신호 시스템의 안전점검은 철도신호기술협회라는 곳에서 한다. 이 협회는 철도신호 시스템을 제작하는 민간기업 477개사가 회원으로 있는 단체이다. 2006년 건설교통부로부터 철도안전전문기관으로 지정된 철도신호기술협회는 철도시설의 모든 안전점검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셋째, 기업과 사업주의 책임을 엄중히 묻는 법제도의 개혁을 도모해야 한다. 산재나 재난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정작 기업과 사업주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정작 안전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하급 책임자인 현장의 안전관리자를 처벌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앞세운 기업의 조직구조와 사업주의 결정이 안전사고의 원인임에도 기업과 사업주는 법적 책임의 시야에 전혀 포착되지 못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업에 벌금이 부과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2000~3000만 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현장의 안전관리자로 다른 사람을 채용하면 그만이고 기업이 내야 할 벌금은 그저 비용으로 치부될 뿐이다. 사내도급사업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하청업체의 산재사망 사고에 대해 원청업체 사업주가 산안법 위반의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림산업의 가스폭발사고(6명 사망, 11명 부상), 삼성 불산유출사고(1명 사망, 5명 부상), 청주 SK 폭발사고(8명 사망) 등에서 원청 사업주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1년 7월, 4명이 사망한 이마트 냉동설비 질식사고의 경우 원청업체가 받은 벌금은 고작 100만 원에 불과하였다. [과제②] 안전에 관한 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규제강화로 이명박 정부는2009년 여객선 선령제한을 최대 30년으로 늘렸다. 선주 회사들의 요구에 정부가 화답한 것이었다. 해운조합이 2007년 7월 당시 해양수산부장관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연안여객선 선령제한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결과다. 선령제한이 완화된 덕에 청해진해운도 2012년 10월 일본에서 18년간 운항하고 퇴역한 여객선을 인수하여 선실을 개조한 후 별다른 규제없이 운항할 수 있었다. 철도 차량의 경우도 사정이 비슷하다. 노후화의 문제가 심각함에도 정부는 2012년 철도안전법과 도시철도법을 개정하여 고속철도 30년, 일반철도 20~30년이었던 내구연한을 아예 폐지해 버렸다. 노후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한 것도 동일하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로 모두 130번의 사고·고장을 일으켰으며 2007년 수명 연장 이후에도 5차례나 가동이 정지되기도 하였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 승인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암덩어리' 취급하면서 경제활성화, 일자리창출의 명목으로 친기업적 규제완화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난 국민들은 규제완화정책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5월 21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제816회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그래도 규제는 개혁되어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강연하였다. 그는 규제완화가 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하면서 "세월호 사고를 이유로 규제개혁의 불씨가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였다. 규제완화정책으로 기업의 비용을 줄여 주어야 경제가 살아나고 경제가 살아나야 기업이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증가한다는 식의 논리가 짙게 깔려 있다. 그러니까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은 여전히 자본의 비용절감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사 관련 사진 ▲ 광화문광장에 등장한 대형 노란리본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와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7월 22일, 노란 우산을 들고 리본을 만들어보이며 더 이상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우리사회에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규제완화 중단, 수명 끝난 원전 폐쇄 등을 요구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과제③] 안전한 삶의 권리를 향한 시민의 저항적 실천 안전한 삶의 권리는 생존권과 모든 인권의 기초이며, 국민의 기본권보장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근원적인 책무가 바로 안전한 삶의 권리가 충만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안전한 삶의 권리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은 작동을 멈추었다. 그러니 "이것이 국가냐?"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국가는 '이윤을 생명보다 우선시하는 자본의 국가'일 뿐, 더 이상 국민의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국가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피아'라는 말은 이제 흔한 용어가 되었다. 그 단어는 썩을 대로 썩어버린 관료사회의 부패함을 표현해 준다. 그런데 이는 단지 몇몇 정부관료들의 추악함을 말하는 용어가 아니다. 관피아의 본질은 자본과 국가권력의 동맹에 있다. 김영삼 정부 이래로 역대 정권은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규제완화와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신자유주의 국가는 규제완화정책과 기업의 안전관리 업무를 외주화하도록 허용하는 정책을 통해 민중들의 노동·생활현장의 안전문제를 기업의 비용절감과 효율성의 논리에 복속시켜 버렸다. 작업장의 안전 문제가 비용절감,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하여 기업의 자율과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 편입되면서 위험은 고스란히 노동자와 시민들이 사적으로 감수해야 할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의 기준은 철저하게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하향조정되어 왔다. 그것을 부추기면서 부패한 이익을 뒷주머니로 챙긴 자들이 바로 관피아다. 그러니까 관피아는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추구를 조장하면서 기생하는, 무책임하고도 반헌법적인 정부 그 자체이다. 안전한 삶의 권리는 '인간다운 삶', '존엄한' 삶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안전한 삶의 권리는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자본의 논리에서 구출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므로 안전한 삶의 권리는 생활·노동현장에서 자본의 탐욕을 제어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민주주의적 의제로 정립되어야 한다. 안전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기업이 노동현장의 안전을 온전히 책임지도록 하는 법제도의 개선,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기업의 돈벌이를 조장하는 무분별한 규제완화정책을 폐기하는 것, 작업장에서 노동자의 안전권리를 보장하는 것, 유해화학물질 등 유해위험에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공동동체 등 시민사회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안전관리스스템을 만드는 것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안전한 삶의 권리를 향한 이 모든 사회적 과제는 자본과 국가권력의 신자유주의 동맹에 저항하는 치열한 시민행동으로만 성취할 수 있다. 안전한 삶의 권리는 그저 국가의 보은을 구걸하는 권리가 아니다. 그것은 노동자·시민의 주권자로서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과제이며, 그러니까 저항의 권리여야 한다.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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