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위기라는 말이 돈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심지어 한국경제가 안 망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는 의견도 많다.
한국경제의 출로는 통일에 있다. 남북이 힘을 합하여 한반도의 무진장한 자원과 남북의 기술적 장점, 우리 민족의 뛰어난 노동력을 총동원한다면 경제위기를 거뜬히 극복하고도 남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신년사에서 “통일 대박”을 이야기한 것도 이를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은 “쪽박”이 되려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과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만을 거론했을 뿐, 정작 “통일 대박”을 실현하기 위해 한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5.24조치 해제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
2014년 한 해 박근혜 정부의 가장 뼈아픈 실책은 바로 남북경제협력을 진전시키지 못한 점이다. 경의선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 해주항을 포함한 서해 평화협력지대 건설 등 굵직 굵직한 SOC 사업이 과감하게 추진되었더라면 위기에 처한 국내 건설업계에 숨통을 틔워주고 정부주도로 산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또 이미 경제성 검토까지 끝난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무산의 철광석같은 주요 자원을 본격적으로 개발해 들어갔다면 2015년에는 수입자원에 대한 대체효과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었다.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가 국내 경제상황을 감안해 2단계 조성에 돌입하고 중소기업의 활로를 열었다면 엔저효과로 전전긍긍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남북경제협력을 속히 정상화하자는 요구는 매우 높다. 금강산관광재개범국민운동본부가 2014년 4~5월 강원도 고성주민들의 피해실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주민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 응답자의 57%가 빚 독촉이라고 대답했다”며 고성군 금강산 관련사업자의 평균 부채규모가 약 6060만 원이고, 월 평균 이자부담이 약 97만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루속히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 지역경제를 살려줄 것을 호소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9월 15일 개성공단 재가동 1주년을 맞아, “현재 5·24 조치로 개성공단 신규투자는 원칙적으로 막혀있”고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의 시설교체가 가능할 뿐”이라며 5·24 조치 해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5.24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을 준비한다는 명분으로 2014년 7월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어찌된 일인지 5.24조치에 대한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는 처음부터 배제되었다. 통일 이후 한반도 경제지도, 북한 주민 생활개선 등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나가기 위한 논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0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 2차회의에서 5.24 제재 조치의 해제 여부를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뒤로 진척된 것은 없다. 사실 청와대의 행정명령으로 시행중인 5.24조치를 해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북한과 무엇을 더 논의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 남북회담탁에 5.24조치 해제 논의가 올라온다 하더라도, 남측이 또 다시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 등을 요구하고 북측이 이에 반발해 회담이 공회전될 가능성이 높다.
신뢰관계 형성에 실패한 박근혜 대통령
실제 정부당국은 5.24조치 해제는커녕 북한 당국과 관계 개선할 수 있는 몇 차례 중요한 기회조차 허공에 날려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2월 31일 <중앙일보> 기고에서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나아가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히고 신년사에서 ‘통일대박론’을 주장하며 이산가족상봉을 제의했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거론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이른바 ‘북한 최고실세 3인방’의 전격적인 방남은 2014년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당시 ‘3인방’과의 회동에서 2차 남북 고위급접촉을 합의해놓고도, 이후 서해에서의 총격전과 삐라살포 등 군사적 대치상황을 순탄히 넘기기 위한 정치력을 전혀 발휘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평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정치적인 판단을 통해 남북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위기를 수수방관함으로써 남북관계도 세월호처럼 침몰시켜 버렸다.
사실 2014년 한 해 동안 한반도 경제협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최룡해 북한 특사의 방러로 북-러 관계가 사실상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였고, 일본은 납치문제 해결을 시도하며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내다보는 대화에 돌입한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과 적대관계인 미국조차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명분으로 실세 관료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 국장을 방북시키는 등 북한 당국과 대화를 시도하였다. 그런데 같은 민족인 우리만이 신뢰조차 쌓지 못하고 협력에서 제외된 모양새라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박 대통령, 경제난 주범의 오명을 벗어라
이러한 가운데 지난 11월 북한 나진항에서 출발해 포항에 도착한 러시아 석탄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박근혜 정부는 러시아의 석탄 등 원자재를 철도로 북한 나진항까지 옮긴 뒤, 배를 이용해 한국의 포항으로 수송하는 코레일과 현대상선, 포스코 등 3개 민간기업의 프로젝트를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용인했다. 이 사업이 5.24조치에 적용받지 않는 예외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누가 봐도 변명에 불과하다.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는 이에 대해 “통일부가 이 사업으로 북한에 들어가는 현금이 거의 없고, 굳이 나진항 현대화 사업 등 후속사업 계획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서는 것도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돈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보수쪽의 비판을 의식해 방어막을 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경제를 살리자면 5.24조치를 해제해야 하는데, 지지기반을 잃을 것이 두려워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한국경제의 출로가 통일에 있음에도 보수층의 반발 때문에 온 국민을 경제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경제난을 심화시키는 주범임을 알아야 한다. 박 대통령이 2015년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5.24조치부터 해제해야 할 것이다.
마침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며 “우리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립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수 있다고 봅니다.”라며 특히, “그리고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회담도 못할 리유가 없습니다.”고 밝혀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 남북 최고지도자가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획기적인 정책 전환으로 분단 70년이 되는 2015년을 통일 원년으로 만드는 데 기여해 ‘경제난 심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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