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행정부의 대북대결정책인 ‘전략적 인내’정책은 사실상, 파산되었다. 그것도 오래 전이다.
파산된 ‘전략적 인내’ 정책
이러한 단정은 미국 내에서 전략적 인내정책이 실패했다는 대북대화파들의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에 기초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극히 간단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정확히 딱 한가지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고도해졌다는 것이 그것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가 전략적 인내 정책의 파산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핵물리학자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의 북한 핵상황과 관련된 주장만으로도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다.
해커박사가 지난 1월 7일자 <핵과학자회보>에 실은 기고문에 의하면 북한은 현재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 6기는 해커 박사가 2010년 11월 방북했을 때 견학했던 영변 핵시설 내 초현대식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했다. 놀라운 일이다.
놀라운 것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대로 두면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매년 4~6기의 핵무기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이다.
제한된 정보에 근거한 주장이다. 정보에 대한 제한이 풀리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현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전략적 인내정책이 이 현실을 인정하게 될 때 도달하는 결론이 파산이다.
전략적 인내정책이 파산되었다는 것은 그러나 곧바로 그 정책의 폐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파산과 폐기는 엄연히 다르다.
파산은 새로운 대북정책을 요구하지만 그에 따르는 새로운 정책이 마련되어야만이 파산된 정책은 비로소 폐기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대북정책이 오바마 행정부 시기 때 가능할 것인지 아니면 이후 정권에서나 세워지게 될지에 대해서는 쉽게 예측할 수는 없다.
지금 당장,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에 대한 움직임은 없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정책의 파산을 선고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누구든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에 대한 활동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를 선포할 수가 없다. 정치가 그렇다. 전략적 인내정책의 파산을 여러 형태로 잘 관리하는 것이 그 정치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시기에 보여주는 대북행보와 관련된 여러 정치들은 전략적 인내정책의 파산을 잘 관리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총 세 가지의 풍경 정도로 개괄 할 수가 있다.
‘전략적 인내’정책 파산이 관리되는 양상
가장 먼저 그리고 그 맨 앞자리에 존 케리 국무장관이 섰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경, 갑작스럽게 대북인권공세가 국제적 이슈로 등장하게 되는 사건이었다. 케리 장관이 유엔 총회에 즈음해 뉴욕 맨하튼에서 대북인권고위급회담을 주도한 것으로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인권공세는 본격화되었다.
사실, 그때 사람들은 케리 장관이 대북인권공세에 앞장서는 것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동맹국들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누구할 것 없이 케리 장관의 주도에 열성으로 화답했다.
우리나라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필두로 일본 외상과 호주 외상 등이 적극적으로 줄을 섰다. 심지어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동원되어 유엔총회연설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정치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발했지만 그러나 그것들은 뉴스의 큰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미국이 주도하고 관리하는 정세여서였다.
케리 장관이 앞장서서 대북인권공세를 가한 것이 전략적 인내 정책이 파산에 이르른 것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미국의 길고 긴 대북인권공세가 종료되는 작년 말에서야 자연스럽게 확인되었다.
전략적 인내정책 파산의 그 정치적 뒷 풍경을 다음으로 이어받은 것이 소니 해킹 사건이었다.
이번에는 케리가 빠지고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를 위해 북한은 미국의 경찰기관에 의해 소니 해킹의 주범이 되주어야했다. 당사국인 북한은 물론 미국 내의 많은 전문가들도 부정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주도하는 정세는 쉽게 바뀌어지지 않았다.
압권은 소니 사가 상영취소 결정을 했던, ‘매우 질 낮고 형편없는 3류 영화’인 ‘인터뷰’를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되살려냈다는 것이었다.
그에 못지않은 압권은 더 있었다. 연초에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도 아닌 휴가지에서 ‘치던 골프채를 뒤로 던져놓고’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서둘러 서명하는 것을 통해 전략적 인내 정책 파산의 뒷 풍경을 책임졌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소니 해킹사건이 잠잠해지기 무섭게 전략적 인내정책 파산을 관리하기 위한 또 다른 정치풍경 하나를 오바마 대통령은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낸 것이다.
22일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튜브 스타 행크 그린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 등 정보 유통을 확산시켜 북한 내부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군사적 해결책이 답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이 이 나라에 침투해 정보가 조금씩 젖어들듯 북한사회에 흘러들어가 변화를 일으키면 결국 정권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씁쓸해했다.
그동안 반세기 이상 치열하게 전개해왔던 북미군사대결전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한 것에 놀라워했다.
씁쓸해 했던 것은 ‘소프트 파워’로 명명되기도 하는, 인터넷 등 정보유입책을 군사적 압박의 자리에 대체해놓는 것 때문이었다. 특별한 것이 아닌데도 특별한 것처럼 과도하게 언급을 하고 강조를 해서 그랬다.
그렇지만 더 씁쓸해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또 있었다. 새로운 것처럼 보이는 그 의제가 사실은 공화당 등 보수단체가 단골로 삼고 있는 의제라는 것이었다.
라디오 방송 등 대북 정보유입을 강화하는 활동에 전념해온 공화당의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이나 그리고 마찬가지로 북한에 한국의 드라마가 유입되고 있는 점 등을 상기하며 대북 정보유입을 강조하는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인해 볼 일이다.
대북인권공세에 이어 소닝 해킹사건 그리고 공화당과 보수단체의 반북적인 ‘소프트 파워’까지도 넘나들면서 대북 적대행보를 펼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에게서 전문가들이 읽는 것은 결국 한가지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정치적 후과를 관리하는 모습. 사람들은 전략적 인내 정책이 파산된 뒷 풍경들을 그렇게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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