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자유롭게 취재 못했을 것”[뉴스타파 3년]기성언론에서 온 기자들이 말하는 ‘변화’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뉴스타파>는 3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지원 아래 임의단체로 시작했던 <뉴스타파>는 2013년 3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KCIJ)’라는 비영리 민간단체(NPO)로 거듭났다. 꾸준한 채용을 통해 취재인력도 보강했다. 취재, 촬영을 도맡는 인력만 어느덧 스무 명을 넘겼다.
특히 KBS 등 소위 ‘메이저 언론’이라고 불리는 주류매체에서 옮겨온 경력기자, PD들이 중심축을 잡아가고 있다. KBS 탐사보도팀장 출신인 김용진 기자가 대표를 맡고 있고, MBC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었던 <PD수첩>에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검사와 스폰서’ 등을 제작해 반향을 일으킨 최승호 PD가 대표적이다.
<미디어스>는 오랫동안 기성언론에서 취재, 보도 경험을 쌓아온 5명의 기자들에게 기존에 몸담았던 언론과 <뉴스타파>가 어떤 점에서 가장 다른지, <뉴스타파>로 와서 생긴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지를 들어 보았다. (인터뷰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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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는) 어차피 기사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공정이다. <뉴스타파>는 사람도 적고 공간도 적고 일하는 구조도 단순하고 하나의 방에 20~30명 모여서 복작복작 만들어내는, 일의 가내 수공업이다. 반면 KBS의 경우 대형 공장이다. 아이템을 시작하는 자와 포장하는 자가 기본적으로 그 아이템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 없는 구조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뉴스타파>는 가내 수공업이지만, 구성원이 어떤 아이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본적으로 이해를 갖고 있다는 게 차이다. 하다못해 대표부터 시작해서 맨 마지막에 웹 작업을 하는, 가장 마지막에 있는 친구까지 어느 아이템에 대해 기본적인 걸 공유할 수 있는 기회와 여지가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아이템을 만들어낼 때 각별한 애정이 생기는 것 같다. 왜냐하면 KBS 같은 경우, 마지막에 공정하는 CG라든가 편집 쪽에서는 굉장히 기술적인 업무만 맡을 수밖에 없다. 일이 오면 처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아이템을 두고 어떻게 하면 원래 생각한 방향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구성원 전체가 고민하는 형태가 된 것이다. 물론 조직이 좀 더 커지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또, 여기는 이 아이템이 우리끼리 하는 얘기로 ‘얘기가 되냐, 안 되냐’ 여부가 1번이자 100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일선 기자, PD, 제작자들은 아이템을 생각할 때 ‘이게 아이템이 되냐, 안 되냐’만을 고민한다. 그런데 KBS는 고려할 게 많이 있다. 아이템 자체의 기사 가치가 아닌 다른 것들. 예를 들어 과연 통과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지는 않은가? 균형을 맞춰야 하지 않나? 등등. 그게 반드시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KBS라는 언론사가 가진 영향력과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7~8년 정도는 정치적인 면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강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 불만을 갖는 사람도 많고. <뉴스타파>에서는 그런 고려는 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템을 바라보는 눈이 좀 심플해졌다고 해야 할까. 기사 가치만 보면 되니까. 기사가치라는 틀 안에서 시의성, 타당성 등을 따지지만 어쨌든 기사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KBS에서는 기사 바깥을 계속 신경 쓴다는 것이 차이고”
2. <뉴스타파> 보도 중 기억에 남는 ‘자신의 보도’를 꼽아 달라.
“좋은 보도라고 보기는 힘든데 신기했던 게, 예전에 <4월 16일, 대통령 7시간 실종 미스터리>라는 짧은 꼭지를 만든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되게 세더라. 관련 정보가 비공식적으로만 유통이 되고 지상파를 중심으로 한 주류 매체에서 (7시간을) 잘 안 다루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취재가 안 돼 팩트가 없는 상황이긴 했으나, 중요한 부분이었으니 의혹제기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때였는데 (타 언론에서) 별로 안 하니 시청자들은 그런 정보에 대해서 갈증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현장취재가 아닌 제작물이었는데도 반응이 뜨거웠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타 언론이)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던 사례가 아닌가 싶다”
3. <뉴스타파> 3주년을 맞는 소감은?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세 들어 살다가 나름 큰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고, 회원수도 35000명이 맥시멈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많이 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아직도 ‘제대로 출범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본다. 사람들 머릿속에 공식적인 언론사, 비공식적인 언론사가 나뉘는데 아직 저희가 제대로 된 언론사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여전히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지금은 아주 큰 틀에서 ‘진실’과 ‘사회적 약자’를 언급하며 우리 방송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방향성이 아주 잘 갖춰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2~3년 동안에 지금까지 했던 3년보다 좀 더 좋은 성과나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기존에 있었던 주류 언론사들의 시스템을 자칫하면 우리가 닮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밖에서는 ‘안정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시점이 저희에게 오히려 조금 더 중요하고 어려운 시점이라고 보는 이유다. 조금 더 바뀌고, 그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어딘가에 끌려가기 시작하면 구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꽤 있다. 구성원 자체가 기존 매체 출신들이 많기 때문에 한번 안도하기 시작하면 조금 안 좋아질 가능성도 많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2~3년 동안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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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 <뉴스타파> 취재2팀, 전 OBS 기자 | ||||||
“지상파 보도에서는 ‘중립’이라는 가치를 형식적인 측면에만 두는 경우가 많다. 선거보도 할 때도 여야 후보 발언을 초수로 정확히 끊어서 싱크(음성)를 따야 한다든지… 선관위에서 요청하는 부분이고 어느 정도 형식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런 관행이 확대돼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주제까지도 무리해서 양쪽 균형을 맞춰주는 건 문제다. 이건 반론을 넣는 것과는 매우 다른 문제다.
이렇다 보니 될 아이템도 안 되고 처음 취재와 달리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뉴스타파>는 구성원들이 토론하면서 가치판단을 해 나가기 때문에 제약 없이 취재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아이템 발제하고 취재할 때 기분이 좋고 신이 난다. OBS에 있을 때는 내부에서 부딪치고 싸워야 되는 부분이 무척 많았다. 내가 어떻게 발제하면 팀장이나 부장이 이 아이템을 받아들일까, 하면서 자체검열하거나 포기하는 때가 있었다. 아이템 발제부터 보도까지 집단지성을 발휘해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사소하지만 개인적인 변화도 있다. OBS에 있을 때는 아침에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고 바쁘기는 한데 보도 결과는 좋지 않아서, 집사람이 “이런 뉴스 만들면서 아침부터 나가느냐”는 핀잔을 해 속상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와서는 그런 게 없어졌다. 기분 좋은 변화다”
2. <뉴스타파> 보도 중 기억에 남는 ‘자신의 보도’를 꼽아 달라.
“들어오고 나서 초반에 합동신문센터 얘기(<‘한국의 관타나모’ 탈북자 합동신문센터>)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최승호 PD가 가진 기초 데이터를 활용해 취재했기 때문에 온전히 제 힘만으로 한 건 아니다. 그래도 현장취재를 열심히 해서 국정원 직원과 몸싸움도 하면서 만들었다. 이거야말로 OBS에 있었으면 발제조차 못했을 만한 아이템이란 생각이 든다. 형식적으로나 보도 이후 기여 면에서 기억에 남는다.
나라사랑 교육 강사진 명단(<뉴스타파, 2014년 나라사랑 강사진 120명 명단 단독입수>)을 오랫동안 확인해서 보도한 적이 있는데 다른 언론에서 많이 받진(인용하진) 않았지만, 데이터팀과 협업하며 수많은 데이터들을 모아 어떻게 분석하고 유용화할 것인지를 고민한 시간이어서 인상적이었다”
3. 올해 집중하고 싶은 취재 분야는?
“세월호 특위가 시작되는 만큼 세월호 사안에 더 붙어서 감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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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훈 기자 / <뉴스타파> 총괄 프로듀서, 전 YTN 기자 | ||||||
“아이템이 결정되어 보도하는 과정이 가장 많이 다른 것 같다. 일단 여기는 각자 가진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한다. 토론을 하다 보면 자기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게 상대방에 의해 보충이 되면서 처음에는 부족했던 아이디어가 완성형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개개인의 능력 최대화할 수 있는 토론문화, ‘집단지성’이 <뉴스타파>의 가장 큰 힘이다.
지명도가 낮거나 언론사 힘이 미약한 점은 신생 매체가 모두 겪는 어려움일 거라고 본다. 다만, 중요한 인물을 인터뷰하는 것이 어려운 점은 있다. 예를 들어 여당 대표, 야당 대표라든지 영향력 있는 거물급 인터뷰이가 있다면 큰 방송사일 경우 메인뉴스에 출연을 하거나 중계차 연결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저희는 라이브 방송하기가 힘들고 스튜디오에 초청하기도… 그쪽에서 볼 때 저희는 작고 매체 영향력이 작기 때문에, 저희는 인터뷰하고 싶은데 그쪽에서는 인터뷰할 메리트가 없다는 거다. 물론 알아서 방송에 나와주는 관계라면 비판적인 보도가 쉽지 않을 수 있겠죠”
2. <뉴스타파> 보도 중 기억에 남는 ‘자신의 보도’를 꼽아 달라.
“2013년에 국정원 트위터 대선개입 사건 보도(<트위터 핵심계정은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확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 달 동안 매달렸지만 ‘이게 과연 될까’ 의심했던 취재라… 하지만 나중에 국정원 직원 신상까지 밝혀내고, 조직적으로 트위터를 통해서 대선개입했다는 것을 확정지을 수 있게 됐다. 나중에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지고 채동욱, 윤석율 등도 교체되는 걸 보면서 그 취재가 참 의미 있는 보도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올해 집중하고 싶은 취재 분야는?
“총괄팀장을 맡고 있어서 이번주 뉴스타파 방송을 어떻게 꾸려갈까를 주로 고민한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간첩조작 사건, 원전묵시록, 세월호 보도 등 굵직한 보도를 했는데 올해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상적인 보도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임팩트 있는 보도를 했을 때 보도의 영향력과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실감한다. 시청자들에게 알려지고 <뉴스타파>의 영향력도 제고되고… 저희가 최선을 다해 좋은 보도를 한다고는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도 알 수 있게 ‘아, 올해 <뉴스타파>가 이런 보도를 했지’ 할 수 있을 만큼 중량감 있는 기획물을 꾸준히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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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가 자유로워졌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MBC가 좋은 시기였다고 해도 이 정도로 자유로운 취재를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더구나 지금은 말할 것도 없고. <뉴스타파>가 국정원 간첩조작에 대해 재작년부터 줄곧 보도하고 있지 않나. 관련 보도만 수십 번을 했을 텐데 MBC에서는 보도 한 두 번은 했겠지만 굉장히 관료적인 시스템이 있고 여러 가지 압력들이 상존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보도는) 불가능했을 것 같다.
큰 매체에 있을 때보다는 아무래도 영향력이 줄어들었으니, 시청자들한테 다가가려는 노력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겠죠. MBC에 있을 때는 방송을 만들면, 이후 과정은 따로 하는 사람이 있는데 여기는 만들고 나서 ‘전달하는 과정’에도 참여하고 책임지는 부분이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기사를 알린다든가. 시청자들에게 기사를 더 많이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2. <뉴스타파> 보도 중 기억에 남는 ‘자신의 보도’를 꼽아 달라. 아니면 오프닝, 클로징 멘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자백 이야기>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다큐가 있는데 새로운 시도를 해 봐서 참 좋았던 것 같다. 지상파에 있었으면 애니메이션으로 이런 프로그램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북한에서 있던 일, 국정원에서 있던 일은 찾아갈 수도 촬영할 수도 없어서 보통 재연을 쓰는데 그건 비용이 많이 든다. 스타일상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한 번 써 보자, 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다양한 형식 실험은 앞으로도 해 보고 싶다. <자백 이야기> 제작할 때만 해도 1주일에 한 번 진행했는데 이제는 2번 진행을 하니, 뭐 좀 취재하려고 하면 잘 진도가 안 나간다. 앞으로는 진행하는 걸 줄이고 취재를 좀 더 해 보려고 한다. 멘트… 멘트는 그동안 너무 많이 해서 고르지 못하겠다”
3. <뉴스타파> 3주년을 맞는 소감은?
(저를 해고한) 김재철 씨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저는 (MBC) 안에 있는 동료나 후배들한테 참 미안한 마음이다. 마치 혼자 탈출한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있어서. 어떻게 보면 이런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게 과거에 비해서 상황이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진실의 수호자’로서 <뉴스타파> 후원해주시는 회원분들이 35000명이나 계시기 때문에 이런 길이 열린 게 아닐까.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노력을 했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후원자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해야겠죠. 2월에는 YTN 조승호, 현덕수 기자와 KBS 심인보 기자까지 3명이나 새로 들어오기 때문에 아마 더 좋은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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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해서 기사를 쓴다는 본질 자체는 바뀐 게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에 대한 ‘자율성’은 여기만큼 존중되는 곳이 없을 것 같다. 사실 개별 사안은 <국민일보>를 포함해 일반 언론에서도 기자의 자율성이 존중되는 편이다. 그런데 중대한 사안이 생겼을 때에는 기자보다는 편집국 상층부의 논의를 통해 기사 방향과 제목이 정해진다. 사실 기사는 ‘부장’이 쓰는 경우가 많다. 몇 개 면에 실릴 몇 매짜리 기사를 몇 시까지 보내라고 이렇게 돼 있지 않나.
하지만 <뉴스타파>는 기자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보도 시점도 마찬가지다. 다른 곳은 보도 시점이 정확히 정해져 있어서 조금 설익은 기사들도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여기는 취재 기한을 충분히 주어서 ‘아, 이제 농익었다’ 할 때까지 기다린다. 사실관계 확인 다 거쳐서 기자들 스스로 자기 양심에 비춰 진실에 접근했다고 느꼈을 때 보도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2. <뉴스타파> 보도 중 기억에 남는 ‘자신의 보도’를 꼽아 달라.
“지난해 제 기억에 남는 보도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세월호 리포트, 하나는 한체대 리포트다. 세월호 취재 때는 걱정이 많았다. 저희는 실시간으로 기사를 올리는 통신사나 타 매체에 비해 제작시간이 느리고, 이미 수백 개의 기사가 쏟아진 상황에서 기존 기자들과 어떻게 다른 관점과 사실을 보여줄까 하는 고민이 컸다.
오후 2시에 출발했는데 가면서도 계속 기사를 봤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제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과 방송 카메라에 담긴 모습이 너무나 달랐다. 전원구출 오보도 있었고, 사상 최대의 구출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실종자 가족들의 말은 달랐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보고 들은 사실을 그대로 담자고 마음먹었다. 저희는 매거진 개념에 가까워 속보 경쟁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세월호 첫 리포트(<정부 재난관리시스템 불신 자초>)를 하고 나니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리포트가 세월호 사안을 꾸준히 좇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한체대 리포트는 제보자가 있었다. 그분은 다른 매체에도 제보를 했지만 촬영까지 마치고도 불방된 적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검증하는 작업이 워낙 지난하고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재를) 포기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도 처음 제보 받고 리포트할 때까지 두 달 가까이 걸렸다. 한체대 교수 112명 중 100명을 조사했으니… 제보자가 말하는 표절 의혹을 검증했고, 저희가 새로 찾아낸 것도 있다.
일반적인 언론사에선 어려웠을 것 같다. 저희는 후원회원들이 있고, 내부에서도 취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아이템은 충분한 취재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만약 중요한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됐으면 꼭 오늘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편성이 돼 있으니까 취재한 것까지만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설익은 것은 가려내고 ‘완료’된 결과를 내보내는 게 가능해서 한체대 리포트를 준비할 수 있었다. 보통 시청자분들이 생체실험 관련 팩트 검사한 리포트만 기억하시는데 최근 교육부 감사결과 리포트(<한체대 교수 백여 명 사상최대 징계사태>)가 핵심이다. 보도 이후, 교육부가 감사를 했고 한체대 교수, 조교 등 116명이 연구윤리 위반 및 연구비 횡령 혐의로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3. <뉴스타파> 3주년을 맞는 소감은?
“맨 처음에 뉴스타파 오게 된 건 이근행 PD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집에서 놀지 말고 같이 있어 보자(* 황일송 기자는 <국민일보> 해직기자다)고 한 거였다. 그래서 정말 일 안하고 같이 있기만 했는데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더라. 1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밤을 꼬박 새고. 잠 안 자고 일하는 걸 보기 미안해서 저도 조금씩 거들어주고 리포트도 하다 보니까 방송기자 일을 하게 됐다.
지난 3년은 시민들이 원하는 언론매체가 시민들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광고주 입김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사실은 사실대로 보도하는 매체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뉴스타파>를 통해 일부 해소가 되고 다시 확산된 게 아닌가… 현재 언론 상황이 바뀌지 않은 한 <뉴스타파>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 같다.
저희가 지향하는 건 진보 매체, 이런 이분법적 구분이 아니다. 기자들이 기자의 양심에 따라 대다수 국민들이 알아야 할 진실에 대해 리포트한다는 것이 저희 목표다. 꼴통 우익 매체는 아니지만 진보 매체라고 하는 것도 좀 어렵다. 3년 동안 어느 정도 성장했으나 앞으로도 더 많이 성장해, ‘독립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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