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창원 민주수호 강연회... "유신잔재 청산에 모든 사람 모아야"
15.01.08 09:28l최종 업데이트 15.01.08 09:28l
▲ 함세웅 신부는 7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한국민주주의 진로"라는 제목으로 '민주수호 강연회'를 열었다. | |
ⓒ 윤성효 |
함세웅 신부가 '민주수호'를 외쳤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74년 민주회복국민회의 대변인을 맡았던 함 신부는 그의 딸이 정권을 잡아 하는 일들을 보면서 다시 한국 민주주의 진로를 걱정하며 성당 바깥으로 나섰다.
함 신부는 민주수호경남운동본부가 7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연 민주수호 강연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강연회에는 김영만 6·15경남본부 상임대표와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고문 등이 참석했고, 많은 사람들이 강연장을 메워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함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박근혜씨'라고 불렀다. 불법으로 당선됐다는 게 하나의 이유였다. 이날 함 신부는 새정치민주연합(옛 민주당)에 대해 그는 "싸우지도 않고, 바보다, 능력이 없다"라는 평도 내놨다.
그는 "2012년 12월 19일 저녁 개표할 때 한 방송에서 '박근혜 당선 유력'이라는 자막이 나오니까 새정치연합 개표참관위원들이 자포자기하고 도장 찍고 나갔다"라면서 "개표용지에 도장을 같이 찍었으니 공범자들이다, 불법관권선거에 대한 근원적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데 놓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선거를 제대로 잘하기 위해서는 '수개표'를 법제화하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전국 투표소가 3만 개 정도인데, 투표함을 옮기고 집계하는 과정에서 장난을 칠 수 있으니까, 투표한 그 자리에서 개표를 하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현장에 CC-TV도 설치해서 개표와 집계에서 조작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함 신부는 "수개표를 위해 입법청원을 해놨는데, 새누리당이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선거에서는 꼭 그것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그렇게 하자고 야당에 말하니까 영남 지역은 참관인이 부족하다고 하더라, 많은 사람들이 수개표 참관인으로 참여하는 운동을 벌여야 하고, 자녀도 많이 나아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970년대 부총리 부인이 강론 듣고 머리 아프다더라"
함세웅 신부는 이석기 전 의원 등 구속된 7명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부인이 구명운동을 위해 탄원서를 받았을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해 문익환 목사 20주기 추모행사 때였다. 기도하면서 처음에 보니 서명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문익환 목사 이야기를 했다. 문익환 목사한테 서명운동에 동참해야 하느냐고 여쭸더니 '그거 해야지 무슨 소리야'라며 야단을 치시더라. 그랬더니 추모행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서명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1970년대 이야기도 했다.
"감옥 갔다 나와서 동부 이촌동 신부로 갔더니, 당시 부총리 부인이 신자로 왔다. 그분이 저의 강론을 듣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분한테 성경을 다 읽어보았느냐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다. 성경을 다 읽고 와야 한다. 성경에는 세상을 다 끌어안아야 한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십자가에 박힌 예수님도 머리가 아프다, 예수님이 저를 응시하며 야단을 치신다. 신자들이 가져다 주는 것만 받아먹고 교회 건물 안에만 있는 게 신부냐고 하신다. 예수님께서 저 보고 세상으로 몰아넣고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 신부가 됐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함 신부는 "은퇴하고 편하게 쉬고 싶은데 사건이 터지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다"라면서 "젊은 신부들이 모이면 제게 와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힘이 된다고 한다, 작년부터 저를 세상으로 끌어내는 또 다른 힘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진보당이 탄압을 받을 때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공약 지켜라... 한 입으로 두 말하나"
▲ 함세웅 신부는 7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한국민주주의 진로"라는 제목으로 '민주수호 강연회'를 열었다. | |
ⓒ 윤성효 |
함 신부는 유신헌법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그때 유신철폐라고 하면 감옥에 갔다, 그때 이돈명 변호사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해야 할 일이 많은 데 감옥에 가면 되겠느냐'고 하시더라"라며 "그러면서 '너희들이 만든 유신헌법이나 잘 지켜 달라'고 하더라, 유신헌법에도 꼭 지켜야 할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 그러면 긴급조치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욕할 가치도 없지만, 욕하지 말고, 그 사람이 후보 때 이야기했던 것만 지켜라고 하면 된다"라면서 "그는 거짓말쟁이의 왕이다, 자기 배반이다, 네가 말한 거 약속지켜라고 해야 한다, 왜 한 입으로 두 말 하느냐"라고 일갈했다.
이어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시위하고 박근혜 타도를 격렬하게 외쳐서 감옥에 가기보다 오히려 꾸짖으면서 해야 한다"라며 "박근혜씨가 후보 때 이야기 한 것을 제대로 지적하는 것처럼, 그런 묘안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함 신부는 우리 민족이 참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이 싸우고, 6·25 전쟁 때 서로 죽이고, 독재자와 졸개자들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으며, 분단이 청산되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 공동의 잘못"이라면서 "선거에서 표를 찍은 사람뿐만 아니라 바꾸지 못한 사람들이 연대 책임도 있다, 우리는 하느님과 선조 앞에 참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죽기 전에는 순수해지게 돼 있다"라면서 "지금은 연초인데, 내 생애를 어떻게 마감해야 되는가를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깊은 성찰과 함께 내일을 위한 준비"
이날 함세웅 신부는 헌법재판소(아래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하기 이틀 전(2014년 12월 17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원탁회의를 하는데, 모든 분들이 헌재가 이 사건을 기각해야 된다고 하더라"라면서 "그런데 두 분은 같은 뜻이지만 조금 다른 말을 했다, 그 다음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지금은 (정당해산 결정이) 기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해산 뒤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고, 암울한 시대의 검찰·관권·행정부 독재시대 때 통합진보당 해산은 너무나 당연하고 이런 시대에 해산되지 않으면 언제 해산될 것이며 그래야 이 정권이 독재라는 것을 더 확인하게 된다는 말도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죽게 됐다, 죽은 다음부터 새로운 시작이고 살려내야 한다, 역사와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을 살려내는 것이고 그것은 부활이다"라면서 "부활은 깨닫는 것이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부활은 환생이 아니라 고통을 그대로 수락하고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여 십자가를 껴안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힘도 없는데…'라고 한다"며 운을 뗀 그는 "여기서 내공을 키워야 한다, 정권과 그 하수인의 결정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수락하면서, 거짓 언론을 넘어서서 그 다음에 더 큰 일을 생각하고 계획하는 일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깊은 성찰과 함께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자"라고 호소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한 것과 관련해 함 신부는 "노무현 대통령은 2012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로 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3년 연장했는데, 박근혜는 무기한 연장했다"라면서 "이는 대통령 취임선서문과 어긋나는 것이다, 군사작전권을 포기하는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지킬 수 있나, 이것을 야당도, 언론도 말하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음식처럼 소식도 건강하게 들어야"
강연회에서는 언론 이야기도 나왔다. 함세웅 신부는 "한국의 썩은 언론, 특히 '조·중·동'은 국민의 머리를 썩게 만든다"라면서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건강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소식도 건강한 소식을 들어야 한다, 거짓과 썩은 소식을 들으면 머리가 썩는다, 우리가 언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언론정화개혁운동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함 신부는 "정권을 바꾸고, 아름다운 공동체와 통일 공동체를 위해 함께 모여야 한다, 지금은 10인 10색이다, 진보진영도 NL이니 PD니 한다"라면서 "신학에는 원죄론이 있는데 원죄의 핵심은 인간의 분열성과 탐욕이다, 그것을 깨뜨리지 않고는 화합과 통일이 이뤄질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을 위한다면 큰 목적을 위해 양보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NL, PD의 분류를 배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함께 가야 한다"라면서 "친일청산과 유신잔재 청산, 분단 청산, 신자유주의 타파를 위해 모든 사람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민주정신과 아름다운 공동체를 위한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함세웅 신부는 "1987년 체제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끝이 났다, 해산 반대했던 김이수 재판관만이 1987년 정신을 갖고 있다"라면서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8대 1'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6월항쟁의 정신과 3·15부정선거와 싸웠던 정신, 김주열 열사정신을 다시 재연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각자 얼굴도 다르고, 단체도 다르다, 그러나 단체이기주의를 버리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위해 양보하면서 더 큰 집을 위해 합쳐가는 운동을 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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