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일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과 관련해 고강도 대북 제재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나서자 많은 전문가들이 놀라워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신년사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나온 대북조치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에 대한 비판 그리고 대미 관계정상화 의지를 표명한 북한의 신년사
북한의 신년사는 언제나 그러했듯, 미국과 관련 원칙적인 비판은 물론 관계개선에 대한 입장까지도 담고 있는 것이었다.
신년사에서 확인되는 북한의 미국 비판은 예년과 다름없이 포괄적이며 총체적이다.
먼저, 지난해 국제정세와 결부시켜 미국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여러 나라와 지역들에서 전란과 류혈참극이 계속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은 엄중히 위협’당했다고 하면서 신년사는 이를 제국주의자들의 횡포와 전횡에 의한 결과라고 했다. 북한이 언급하는 제국주의자는 미국에 대한 다른 표현이다.
다음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격화되고 전쟁위험이 더 커진 것에 대해서 미국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북한을 ‘고립 압살하기 위한 미국의 극단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이 빚어낸 결과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신년사는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미국이 간섭과 방해를 했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개선과 조국통일을 위해 중대제안들을 내놓고 그 실현을 위하여 성의 있는 노력을 했지만 이에 성과가 나지 않았던 것은 미국의 ‘방해책동’ 때문이라고 한 것이다.
이는 예컨대 지난해 초 남북관계개선 흐름이 조성되었을 무렵 미국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그 규모와 강도를 전례 없이 높이는 것 등으로 가로막았던 것에 대한 지적일 것이었다.
신년사의 미국 비판은 그러나 그대로 끝나지 않고 미국과의 관계발전 의지 표명으로 이어진다.
“우리 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를 적극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단 원론적인 차원의 입장 표명을 한다.
그리고는 곧바로 보다 구체적으로 나아간다.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과 무분별한 침략책동에 매달리지 말고 대담하게 정책전환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북한이 이렇듯 미국에 대해 대북적대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과연 어떤 입장과 자세를 보일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연했다. 올해 북미대결전의 첫 시작을 북한이 먼저 치고 나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입장은 강하게 그리고 곧바로 나온 것이었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화들짝 놀라야했던 것은 일단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공세가 강경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또한 그 신속성에 놀라야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것이 새해 업무에 복귀하기도 전인 휴가지였던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그 어떤 ‘도발’에도 즉, 핵과 미사일은 물론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도 한 치의 용납도 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고 읽었다. 북한 신년사에 대한 부정이라 해도 될 만했다.
미국 내의 정치적 노림수로서의 대북강경공세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제재 결정과 관련하여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북한 정찰총국과 광업개발공사, 단군무역회사 등 단체 3곳과 개인 10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것인가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실효성 문제를 오바마 행정부 또한 모르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후속조치를 언급하고 있는 이유다. 그렇지만 후속조치와 관련된 상을 전문가들은 누구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없어서이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거론되기는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미국의 법률형식에 따르면 테러지원국 지정과 사이버 공격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것이다.
새해 벽두에 보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경할 듯이 보이는 대북공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 관련 말고 그 정치적 의도가 무엇일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국제적인 정치외교적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내 정치지형에 따른 국내정치적 의미를 말한다.
소니 해킹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 소니 내부 갈등의 한 양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북한이 최근 소니 해킹을 명백히 부인하고 있고 미국에게 함께 조사를 하자는 공세적 입장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상당부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단, 소니 해킹 배후와 관련된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오바마 행정부에게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있게 될 모든 문제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을 낸 미국연방수사국(FBI)에게 떠넘기면 되는 문제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강경 공세의 배경으로 보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공세를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에 결부시켜 분석하는 견해 또한 적지 않다.
쿠바와 53년 만에 국교정상화를 추진해가야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반대진영의 반발을 없애려는 정치적 노림수로 대북공세를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발전을 놓고 한국정부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수도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공세와 관련하여 의미 있게 나오고 있는 분석들은 역시, 우리정부와 관련된 것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년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상에 대해 미국이 우리정부에 대해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력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 미국은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중한 자세라는 것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합뉴스 1일자는 이에 대한 정보들을 매우 풍부하게 제공해주고 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인권 논란에 따른 국제적 고립구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유화공세를 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박근혜 정부가 대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시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핵무기 프로그램에 강하게 집착하는 기존 정책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음을 대외적으로 확인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취소를 대화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거론한 대목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마치 한국이 한미 합동군사훈련 취소 등 적절한 대화의 조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식"이라며 "서울과 워싱턴이 평양을 대화테이블에 되돌리기 위해 새로운 양보를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신중한 자세조차도 아니다. 명백히, 부정하는 견해인 것이다.
대북 대화파로 분류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연구원 역시 북한의 이번 대남제안이 진정성 있는 요소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계책일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의 분석도 다르지 않다.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들은 한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단정까지 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이어 남북대화를 한반도 긴장을 관리하기 위한 실무적 차원의 문제로 범주화하기도 한다. "한국 정부가 실무적 차원에서 한반도 긴장을 관리하기 위한 남북대화를 추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한 것이다.
이것들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태도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남북과 북미를 포함하는 전반적 대화국면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근본적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연초에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도 아닌 휴가지인 하와이에서 대북제재조치에 서명을 한 것은 따라서 북한의 강력한 남북대화 의지 북미대화 의지를 반대하는 것으로 읽어도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반대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아니면 남북관계 개선을 막지 못하는 조건이라면 속도조절을 우리정부에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 북미관계 개선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에 험로를 예상케 하는 징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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