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동절대회 개최 “110만 총파업으로 사회대전환 이뤄내자”
“대한민국 4대 재벌 LG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새해 첫날부터 자기 일처럼 분노하고 연대해준 노동자·시민 덕분입니다. … 연대의 힘으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음을 잊지 않고 우리도 그 연대의 일부가 되겠습니다.” - 공공운수노조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 홍이정
1일 노동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제131주년 세계노동절대회’가 열렸다. 본 대회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개최됐다.
당초 대회는 해고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에 연대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으나, 전날 노사 합의가 성사됨에 따라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됐다. 청소노동자들은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연대·지지해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우리도 그 연대의 일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말 고생 많으셨다. 잘 싸워줘서 감사하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지는 대회사에서, 양 위원장은 “LG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포기하면 2천만 원을 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노조만이 노동자들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임을 알기에 그렇다. 현대위아 평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천만 원을 줄 테니 자회사로 가라는 회유에도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는 더 이상 비정규직으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노조로 단결하고 민주노조를 지키는 것만이 이 잔인한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고,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지옥 같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홍이정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또한 “내가 세상을 바꾸는 주체인 노동자라서 기쁘다”라며 “간접고용 청소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임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가속화되는 양극화...“이대론 안 돼, 바꿔야만 한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감사의 말로 시작된 이날 노동절 대회는 노동자·민중이 직접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는 데 나서자는 하나 된 목소리로 진행됐다.
양 위원장은 “재난과 위기가 불평등을 가속화시킨다는 공식을 반드시 깨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에 있나, 코로나19가 몰고 온 재난은 과연 평등한가”라며 “재벌, 대기업은 연일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남겼다고 떠든다. 그러나 재난은 노동자를 또다시 거리로 내몰고, 위기는 또다시 노동자에게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받던 청소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었다고 해고되고,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약속 및 노동존중 사회 약속 등은 깨졌다. 투기자본은 회사를 망가뜨리고, 기술의 발달은 일자리를 빼앗는다. 경제 질서의 변화, 산업구조의 재편 등도 모두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이 불평등 세상을 뒤집어 엎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131년 전 노동자들이 존엄을 선언하고 투쟁에 나섰듯이! 해방 이후 전평이 노동자·민중의 생존과 인민항쟁을 이끌었듯이! 96·97년 노개투 총파업으로 악법을 되돌렸듯이! 2021년 하반기 총파업 투쟁으로 불평등 세상을 확 바꿔 내자”라고 외쳤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도 지난 수십 년 동안 확대된 소득격차·자산격차·빈부격차,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거리로 내몰리고 벼랑 끝에 선 노동자·자영업자·청년·여성·장애인·빈곤층의 현실, 곪아 터진 불법 부동산 투기 문제 등을 짚으며 “이대로는 안 된다. 바꿔야한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가진 자와 기득권 세력의 탐욕을 보장하고, 불평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이 사회구조 시스템을 확 바꾸어야한다. 사회대전환을 이루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켜야 한다. 국가소유 주택으로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한다. 국가가 일자리를 책임지고 생계대책을 세워야한다. 무상의료, 무상돌봄, 무상교육으로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장해야한다”라며 “하지만 누가 할 건가. 누가 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어 “기존 정치권이 할 수 없다는 건 이제 증명됐다”라며 “우리가 하자. 노동자·민중의 힘으로 쟁취하자”고 했다.
양 위원장과 김 본부장 등은 이같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110만 조합원 총파업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불평등 구조를 타파하는 일을 “한 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선언문에서 정부와 16개 광역시도 지방정부에 “포스트 코로나, 산업구조 재편과 불평등·사회양극화 해소, 노동기본권 전면 확대를 위한 노정교섭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노동존중 세상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11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대한민국, 사회대전환의 의제를 전면화하기 위한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코로나로 해고된 노동자들
“포기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
노동절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와 다가오는 경제위기 등으로 해고돼 거리에서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5월 해고된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 부당해고 판정에도 불구하고 복직하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중 한 명인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도 참가해 “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해야 할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은 오늘로 19일째 곡기를 끊고 죽을 각오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케에오는 75%의 임금을 지원해주겠다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제도를 25%의 임금부담 때문에 싫다며, 제도를 신청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라는 서명을 강요하다가, 서명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이후 지노위·중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이 나왔지만, 해고노동자들은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복직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김정남·기노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는 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서울고용노동청장은 지난달 노조와의 면담에서 아시아나케이오 회사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노동자를 위해 있어야 할 노동청이 ‘자본청’임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며 “언제까지 싸워야 하나. 아시아나케이오는 지금 당장 부당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법원은 진짜 사장 박삼구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3년 전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며 투쟁을 시작한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트지회, 특수고용직이란 이유로 노조 결성 1년 동안 사측에 교섭에 응하라고 투쟁하고 있는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 이스타항공 사태 발생 후 1년 2개월 동안 사측의 비리 등을 폭로하며 투쟁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 조종사지부, 저출산·신입생미달 및 재정을 이유로 집단 해고돼 복직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민주일반연맹 부산일보노조 신라대지회 관계자도 참여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LG트윈타워 본 대회 집회는 민주노총 내부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앞뒤 2m 간격으로 띄어 앉았고, 마스크와 페이스쉴드 등 방역물품을 착용했다. 집회를 주최한 민주노총 사무총국은 취재기자들에게 방역물품을 나눠주기도 했다. 또 집회 참가자들이 한곳으로 몰리지 않도록 30여 곳에 집회신고를 하고 분산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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