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나 유명인 언급에 급등급락하는 암호화폐…주의 사항 전달하고 투자 실패 사례도 함께 언급해야
-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 승인 2021.05.19 00:36
5월18일 포털에서 ‘비트코인’을 검색하면 이날 하루 기준 640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검색 기간을 최근 1주일로 늘리면 3220건이 검색된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 이후 비트코인을 전량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연일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 내용은 대부분 머스크의 말(트윗) 하나에 비트코인이 얼마나 오르고 또 얼마나 내렸다는 내용 위주다.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 값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비트코인 보도가 쏟아지는 것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투자가 주식보다 훨씬 더 변동성과 위험성이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이 암호화폐를 투자 관점에서 보도할 때 주의 사항을 함께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비트코인 체험기 등을 전달하며 ‘대박 사례’를 보도하는 것은 위험성 높은 암호화폐 투자를 조장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아무리 투자가 개인의 선택이라고 할지라도 기사에 대박 사례와 위험성을 함께 일러주는 내용도 포함돼야 개인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다.
대표적 대박 사례 보도로 “‘암호화폐로 22억 대박’ 30세 파이어족의 투자 노하우”(머니투데이 4월7일), “파이어족 진짜 있네, ‘투자로 35억 벌어 29살에 퇴사했어요’”(조선일보 4월10일), “코인으로 650억 벌고 삼성전자 퇴사한 직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위키트리 4월20일), “1000원 주고 산 코인이 23억원으로, 도지코인 뛰어넘는 초대박 코인 탄생”(위키트리, 5월11일)”, “‘도지코인 대박’ 사표낸 골드만 임원…국내 사례도 속출”(한국경제 5월12일)과 같은 제목들의 기사다. 다만 위키트리의 경우 기사 내에 “암호화폐는 매우 변동성이 높은 투자 상품입니다.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대박 사례를 전하면서 다른 문단에 손해를 본 사례를 함께 배치한 기사들도 있었다.
암호화폐 전문지의 한 기자는 “코인 대박 사례를 전한 기사나 체험기, 코인으로 돈을 벌어 은퇴를 했다는 ‘파이어족’ 인터뷰 등 투자를 조장하는 뉘앙스가 강하다”며 “개인적으로 기사를 쓰면서 투자를 조장하는 느낌이 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다. 기사 내 사례를 여러 유형으로 나눠 다양하게 담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특히 최근 암호화폐 전문지가 아니더라도 일간지나 경제지에서 비트코인 체험기나 ‘김치 프리미엄’ 거래법 등을 알려주는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새로운 거래 방법을 알려주는 기사는 관련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암호화폐 투자 세계는 아직 규제 회색지대이고 매우 변동적이라 기사를 쓸 때 해당 거래법이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금방 규제를 받을 수 있다. 필요하면 변호사 자문 등을 기사에 함께 넣는 것도 좋다”고 전했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원화로 암호화폐를 살 때와 외국 거래소에서 달러화 등으로 암호화폐를 살 때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거래량 적어 기사 하나로도 가격 변동 가능…기자 소개에 투자한 암호화폐 공개하기도
암호화폐를 투자 관점에서 보도할 때 조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암화화폐 시장 역시 기사나 유명인의 발언으로 인해 가격이 심하게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은 아니지만 BJ철구 사례를 살펴보면, 2월21일 아프리카TV BJ 겸 유튜버 철구는 암호화폐 투자 생방송을 진행했다. 철구는 당시 5000만원을 투자했고 8분 만에 4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벌었다. 거래량이 적은 암호화폐의 경우 유명 BJ가 이를 언급할 시 시청자들이 따라 사면서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
이 때문에 3월28일 ‘주식 투자 실시간 스트리밍 노출 금지 청원합니다’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은 “아프리카 BJ들이 매수하는 종목이 그대로 실시간으로 노출되며 시장에 큰 파동을 야기한다”며 “그의 매수와 함께 하락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암호화폐나 주식 투자 시장 모두에 적용되는 원리다. 이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특정 코인 이름을 기사에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기자 소개란에 직접 어떤 코인에 투자하고 있는지 밝히는 언론사도 있다.
암호화폐 전문지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기자 소개란에 직접 어떤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지 밝힌다. 김병철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국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코인데스크와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모두 기자들의 투자 여부를 공개하고 있다”며 “두 회사 모두 내부 규정에 따라 취재정보를 개인 투자에 활용하거나, 개인 이익을 위해 기사를 쓰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그렇지만 아예 투자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암호화폐 투자를 해보지 않고서 취재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기도 한다”며 “기사가 기자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다른 영역(부동산·금융·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다만 암호화폐는 아직 다른 자산보다 시장 크기가 작고, 가격 변동성이 높아 기사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라며 “투자하는 암호화폐 목록의 공개가, 기사에 대한 독자 신뢰도를 높이고, 기자 스스로 유혹을 빠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이용한 범죄 조명하는 탐사보도…수사에 도움 주기도
최근 암호화폐 위험성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언론 역시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이를 보도하는 경우가 늘었다. 투자 관점을 넘어 암호화폐로 범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서울신문 탐사기획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의 경우 탐사보도 이후 ‘코인 셜록’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암호화폐 범죄 피해를 접수 받고 있다.
서울신문의 탐사기획은 코인 투자인 줄 알았는데 피라미드 사기였던 사건, 코인을 이용한 사채시장, 코인을 통해 세금을 회피한 사례, 암호화폐를 이용한 성착취물 피해 사건 등 다양한 코인 관련 범죄를 다뤘다. 이후 ‘코인셜록’ 프로젝트도 열었는데 이는 디지털 자산 추적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금융피라미드 범죄, 다크웹 성착취물의 범죄 수익 등을 탐지해 피해자들에게 추적 보고서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보고서는 사법기관에 범죄 피해 신고와 범죄 수익의 추징·몰수 등을 위한 법적 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안동환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암호화폐와 관련해 좋은 보도도 많지만, ‘오늘은 올랐다’, ‘오늘은 내렸다’는 식의 표면적 보도도 많다. 이런 보도들로 인해 암호화폐를 접하게 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물론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지만, 시세 조작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가 굉장히 다양하고, 특히 아직 규제나 처벌 제도가 촘촘하지 못한 상황이 방치돼 있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 투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그 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거나 기술을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은 부족한 상황이다. 투기나 관련 범죄도 경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실질적 제도 정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실제 취재 결과 피라미드 금융 사기, 해킹, 성착취물 등 모든 범죄가 망라돼 있었다. ‘코인 셜록’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150여 건의 사건이 접수됐으며 실제 수사가 진행되고, 수사에 변화가 생긴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안 부장은 “국내에서도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언론이 투자적 관점 외에도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 보도와 피해자 지원 방안, 정부가 보완해야 할 제도에 대한 제언, 앞으로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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