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천천 생태 연못, 비 올 때마다 반복되는 두꺼비 로드킬
▲ 부산 아기 두꺼비 구조작전... 취재기자도 뛰어든 이유 15일 부산광역시 연제구에 비가 내리자 두꺼비 지킴이 환경단체 온천천네트워크, 생명그물의 활동가 일곱 명이 주말 휴식을 반납하고 출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 현장으로 나와 아기(새끼) 두꺼비 구조작전을 펼쳤다. 기자도 취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장비를 내려놓고 한참 동안 활동가들과 함께 아기 두꺼비들을 도로 건너편으로 옮겼다. 그러는 사이 2차선 도로로 차량이 계속 오갔다. 주말이라 차량이 많지 않았지만, '떼죽음' 사태를 피하지는 못했다. 두꺼비 지킴이인 활동가들로부터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영상 : 김보성, 온천천네트워크, 생명그물 편집 : 이주영 | |
ⓒ 이주영 |
▲ 15일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생태 연못에서 아기 두꺼비들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화단을 넘어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가는 과정이다. 수만 마리가 서식지를 찾아 이동했지만, 많은 수가 로드킬을 당했다. | |
ⓒ 김보성 |
"발밑 조심해주세요."
"저기도 엄청 많아요."
15일 부산광역시 연제구에 비가 내리자 두꺼비 지킴이 환경단체 온천천네트워크, 생명그물의 활동가 일곱 명이 주말 휴식을 반납하고 출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 현장으로 나와 아기(새끼) 두꺼비 구조작전을 펼쳤다. 기자도 취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장비를 내려놓고 한참 동안 활동가들과 함께 아기 두꺼비들을 도로 건너편으로 옮겼다.
구조 장비는 붓, 즉석밥 용기, 작은 그릇, 물통, 받침. 엄지손톱 크기보다 작은 두꺼비들을 로드킬(동물찻길사고)에서 구하기 위한 도구였다. 비닐장갑을 끼고 꼬물꼬물 움직이는 두꺼비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10분여 동안 수백여 마리가 통에 담겼다. 이런 식으로 구조한 두꺼비만 수천여 마리로 추정된다. 그러는 사이 2차선 도로로 차량이 계속 오갔다. 주말이라 차량이 많지 않았지만, '떼죽음' 사태를 피하지는 못했다. 두꺼비 지킴이인 활동가들로부터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모두를 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스팔트 도로 위를 지나던 두꺼비들이 바퀴에 깔리면서 운전자들은 의도치 않게 로드킬의 가해자가 됐다. 곳곳에서 차에 치이거나 발에 밟힌 두꺼비가 눈에 띄었다. 어림잡아 수만 마리의 아기 두꺼비들이 온천천에서 길 건너 연신초등학교와 한국전력 시설로 넘어가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비 내린 주말, 부산 도심서 펼쳐진 두꺼비 구조작전
▲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붓을 이용해 아기 두꺼비들을 통에 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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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구조한 아기 두꺼비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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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성체 두꺼비 여러 마리가 부산의 도심 하천인 온천천 연못에 알을 낳았다. 60일 간의 유생 기간을 거쳐 지난달 1일과 5일 일부가 이동했고, 이날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면서 집단적 이주가 이루어졌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부산과 경남 일대의 강수량을 10~40mm로 예보했다.
꼬리까지 떼어내고 아가미가 아닌 피부와 폐로 호흡을 시작한 아기 두꺼비들은 우천 시 흙냄새를 따라 본능적으로 뭍이나 산으로 이동한다. 수명이 20~30년인 두꺼비가 온천천 주변에 서식하며 해마다 산란과 이동을 반복하고 있다. 대구 망월지나 창녕 주남저수지 등 습지가 아닌 부산 도심 한가운데에서 두꺼비들이 이처럼 대거 산란하고, 대이동을 하는 과정은 생태계의 경이로운 장관이다.
양서류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종이다. 이들이 사라지면 도시의 기후와 환경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환경 지표 생물인 이들이 도시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생물 다양성과 건강성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는 두꺼비를 보호종으로, 환경부는 포획금지종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부산 온천천 아기 두꺼비들의 대이동은 고난의 연속이다. 달리는 자전거와 차를 피해 도로를 가까스로 건너야 하고 인도의 경계석은 또 다른 장애물이다. 황소개구리와 북미산 거북 등도 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도시의 환경오염도 양서류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 아기 두꺼비가 성체가 되기까지 생존율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복을 상징하며 과거 흔하디흔했던 두꺼비가 어느새 멸종위기등급 '관심대상'이 된 이유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두꺼비가 죽어갑니다"
▲ 비가 내린 15일 부산 온천천 주변에서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아기 두꺼비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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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구조된 두꺼비들은 건너편 화단 쪽으로 옮겨졌다. | |
ⓒ 김보성 |
"어린 두꺼비가 로드킬 당하는 현장을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두꺼비가 도로에 가득 있어요. 급히 구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비가 오는 날만이라도 차량을 통제하고, 이동을 돕는 논의와 대책이 필요해요"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펼친 최대현 생명그물 대외협력국장은 온천천 두꺼비들을 살릴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말로만 '부산 생태도시'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두꺼비와 도심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작은 연못에서 태어난 두꺼비는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든 도로와 구조물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온천천을 관리하는 연제구청의 협조로 울타리가 세워졌고, 자전거 운행을 막아 연못 주변의 로드킬은 잦아들었다. 부산시 하천관리과도 환경단체와 함께 시민 협조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매년 서식지를 찾는 과정에서 '떼죽음'이 반복된다. 연못을 벗어나 아스팔트를 건너가는 아기 두꺼비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인간의 작은 배려다. 4~5월 대이동 기간 생태통로를 만들고, 이동 길목의 차량 우회만으로도 두꺼비의 생존확률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이지영 온천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아파트나 집 앞에 양서류가 산다는 것이 고맙고 신기한 일이다. 두꺼비들이 없다면 우리도 살 수 없는 환경이라는 이야기다. 새끼 두꺼비를 위해 통행이 불편해도 괜찮다는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생태 연못을 나와 화단을 넘고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야 하는 아기 두꺼비들의 여정은 쉽지 않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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