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5.13 06:00 수정 : 2021.05.13 07:51
정부, 보호생물지정 추진
연내 2종·내년부터 4종 추가 검토
국산 수산물 수출길 고려
미국 보호기준 충족 일환
정부가 국내 해역에서 서식하거나 혼획(어업 활동 중 섞여 포획)되는 모든 고래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는 조업 중 의도치 않게 잡히더라도 위판 등 유통이 전면 금지되고, 연구용으로만 활용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이는 국제사회의 고래류 보호 규제 강화와 올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고래류 보호 수준에 대한 평가를 염두에 둔 선제적 조치다. 미 NOAA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내 수산물의 대미 수출길이 막힐 수 있어서다. 정부는 다음달 고래류 위판 금지로 우려되는 어민들의 소득 감소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관련 연구용역도 맡길 예정이다.
12일 해양수산부의 해양생태계법 시행령 등 일부 개정 추진계획을 보면, 해수부는 연내 범고래, 흑범고래 등 2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신규 지정할 계획이다. 국제포경협회(IWC) 가입국인 한국은 현재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를 비롯해 남방큰돌고래 등 고래류 10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해수부는 또 내년부터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등 4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면 포획·보관·위판·유통 등이 전면 금지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고래류 보호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이번 해양보호생물 지정 확대 방안은 국제 보호종이면서 국내 해역에서 자주 혼획되는 사실상 모든 고래류에 대한 강력한 보호 조치”라고 말했다.
이는 고래류 보호를 강화하는 국제사회 흐름과 미 NOAA의 까다로운 ‘동등성 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자국 내 고래류의 혼획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은 2017년 해양포유류보호법 개정을 통해 해양포유류의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을 일으키는 어획기술로 포획된 수산물이나 수산가공품의 수입을 2023년 1월부터 전면 금지토록 했다.
예를 들어 안강망 어업으로 상괭이를 혼획한 경우 해당 국가가 적절한 혼획저감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강망 어업을 통해 어획한 해당 국가의 모든 수산물과 수산가공물의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130여개 국가는 오는 11월까지 고래류 보호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NOAA에 제출해야 한다. NOAA는 1년간 심사를 거쳐 내년 11월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국내 수산물의 연간 수출액은 23억1000만달러로, 이 중 미국 비중은 약 13%(3억1000만달러)다.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대미 수출 제한에만 그치지 않고 유럽 등 주요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평가에서 기준치를 밑돌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우리 수산물의 수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미칠 수 있다”며 “NOAA의 평가 항목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지만, 평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시행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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