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판기] "삼성일가 지분율 고려" 언급... 승계계획안 작성 핵심 증인, 심문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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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료사진) | |
ⓒ 유성호 |
- 검사 : "증인이 이메일로 보고한 것들을 보면, 당시 김○○ 미래전략실 부장과 연락을 많이 했다. 김 부장 위의 상사는 누구인가?"
- 증인 : "상사는 이왕익 당시 상무다."
- 검사 : "그 위는?"
- 증인 : "김종중 전략1팀장이었는데..."
- 검사 : "그 위는?"
- 증인 : "외부에서 본다면 (당시 미래전략실장이었던) 최지성 실장님..."
사다리를 타듯 질문하던 검사가 정리했다. "그 위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있고. (정리하자면) 이재용, 최지성, 김종중, 이왕익, 김○○. 이런 라인 아닌가". 이 부회장이 직접 승계 관련 합병 계획 보고를 직접 받았는지 여부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증인은 이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핵심간부들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2차 공판. 이 부회장 승계 계획안인 일명 '프로젝트G'를 작성하는 데 참여한 삼성증권 IB본부 출신 실무자 한아무개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04년부터 2018년 초까지 삼성증권에서 일한 '삼성맨'으로 현재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다.
"2013년의 VC가 누구냐"
G프로젝트 문건부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계획을 수립할 당시 미래전략실(미전실) 관계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등 130여 건의 증거를 두고 심문이 진행됐다.
증거 제시는 '이재용 보고 사실'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변호인 측은 이 부회장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유도 신문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위 질문도 마찬가지다. 증인은 "보고하고 협의 하겠다 정도로 이해했지, 실제로 (이 부회장이) 어떻게 관련되어있는지는 알기 쉽지 않다"고 얼버무렸다. 검찰은 심문 중간 중간 이 부회장에 보고한 사실을 언급한 미전실 관계자의 메일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2013년 7월 24일<br />최 변호사님, VC 보고 후 일정이 첨부처럼 바뀌었습니다. 사회적 논란 소지는 배제하시고 법률적 측면에서 일정에 문제가 있는 지 검토 부탁합니다.
제시된 위 이메일 중에선 부회장을 뜻하는 'Vice Chairman'의 약칭 'VC'를 표기한 내용도 있었다. 미전실 준법경영실 소속 변호사에게 김○○ 미전실 부장이 보낸 메일로, 제일모직의 전신인 삼성 에버랜드 상장 일정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된 이후 변경됐다는 내용이다.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상장 일정에 이 부회장도 관여했다는 증거가 된 내용이다.
증인은 다시 얼버무렸다. 검찰의 "VC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아마도 추측한다면"의 단서를 달고 '부회장'일 것이라고 했다. 검사는 "2013년 7월에 VC가 누군지 추정할 수 있지 않느냐"고 다시 묻자 "개인을 기준으로 그걸 어떻게 칭했는지 기억하기 어렵다"고 피해갔다. "결국 이재용에게 보고된 후 최종 일정이 변경된 것 아니냐"는 질문엔 "보여주신 문건만으로는 그렇게 추측할 수 있다"고 했다.
2013년 3월 22일 오전 11시 38분<br />급해서 아래와 같이 우선 보고했음.
김○○ 미전실 부장이 증인에게 미전실장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한 사실을 언급한 대목도 계속 제시됐다. 검찰 측은 "증인에게 메일을 보내면서 미전실과 부회장에게 보고한다, 보고했다, 보고용이라 이렇게 했다는 부분이 있다"고 묻자 증인은 "이렇게 알려주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답했다. 검사 측이 다시 "미전실 간부가 거짓으로 기재했을 가능성도 있나"라고 묻자 "거짓으로 기재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G프로젝트는 "이건희 일가"를 위한 것
대주주 지분 강화. 삼성전자 물산 지배력 강화. 그룹 지분율 낮은 모직, 호텔, 기획 지분율 강화. (중략) 향후 후계 구도에 따른 지분 정리가 용이한 구조로 개편.
이건희 회장 사망으로 인한 삼성생명 지분 축소 시... (중략) 삼성물산은 대주주 지분이 1.4%에 불과하고 그룹 지분율이 13.8%에 불과해 지분확대가 필요.
검찰 측이 오전 심문에서 제시한 2012년 12월 증인이 작성한 프로젝트G 문건과 검토 결과보고서엔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계획안들이 줄줄이 열거돼 있었다. "제일모직은 사업 특성에 맞춰 분할 합병을 통해 사업을 조정하고 지배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검찰은 여기서 또 물었다.
- 검사 : "삼성물산 지분 확대를 위한 보고서를 보면, 대주주는 누구를 의미하나?"
- 증인 : "전반적으론 삼성그룹의 경영 대주주를 말한다."
- 검사 : "그게 누구인가."
증인은 이 질문에 "이건희 일가"라고 답했다. 증인은 "지분이 축소돼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하고, (변화하는) 규제에 맞춰나가면서도 경영권 위협이 없도록 만드는 것을 크게 전제하고 있다"고 문건의 작성 취지를 다시 설명했다. 다만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첨언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해당 증인에 대한 검찰 측 심문으로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거의 하루 동안 시간이 할애됐다. 이마저도 시간이 부족해 다음 기일에 이어 주신문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변호인들이 같은 증인을 대상으로 총 세 번의 기일에 걸쳐 반대신문을 예고한 터라, 검찰 측 재주신문까지 고려하면 해당 증인에 대한 심문은 6월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그만큼 한씨가 해당 재판의 핵심 증인이란 뜻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재판을 마무리하며 증인에게 "(삼성 관련자와 앞으로) 접촉하지 않는 게 맞고, 주위 사람,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이야기해선 안 된다"고 주지시켰다. (관련 기사 : '삼성일가 승계 프로젝트' 작성자, 이재용 재판 첫 증인된 까닭 http://omn.kr/1sy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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