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밥을 제대로 주지 않아 배고프다는 말은 ‘쌍팔년도 군대’(단기 4288년, 1955년)에서나 벌어졌던 일이지, 요새는 있을 수 없다고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1년 군대에서도 식사가 부실해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하는 병사들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격리된 병사들이 올린 도시락을 보면 김치 몇 쪽과 반찬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식사 시간이지만 도시락을 받지 못한 병사도 있었습니다. 비격리 병사들도 부식이 적어 정량 급식을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런 군대 내 부실 급식은 병사들이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에 인증샷을 찍어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군 간부들은 처음에는 부실 급식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오히려 제보자를 색출하려고 했습니다. 일부 병사들은 보안 위반으로 휴대폰을 압수당하거나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급기야는 부대 내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육군제보자 징계금지법?... 사진 촬영 자체가 보안 위반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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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병사들과 간부, 군무원, 출입자들은 휴대폰에 ‘국방모바일보안’ 어플을 설치해야 한다. 이 어플은 기존 휴대폰 카메라에 부착하는 보안스티커를 대체하는 앱으로 카메라 기능을 제한하는 어플이다. |
지난 5월 8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육군 제보자 보복징계 금지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병사들이 부실 급식이나 군대 비리를 폭로한 후 보안위반으로 보복 징계를 당할 위험성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작성자는 군대 내 병사들은 휴대폰 카메라 기능을 제한하는 보안 어플을 설치해야 한다며 사진을 촬영했다는 사실 자체가 보안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최근에 개정된 법을 소개하면서 “공익신고시 보안 관련 법령, 내부 규정을 위반해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보안위반 구실로 징계하면 그 자체로 위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글이 사실이라면 육대전에 제보하는 병사들은 처벌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제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군사기밀도 공익신고에 해당, 그러나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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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명시된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는 군사기밀 보호법 등 군 보안 관련 법률도 포함돼 있다. |
‘육군 제보자 징계 금지법’이라고 올라온 것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입니다.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법입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침해에 해당하는 대상 법률 471개를 정해놨는데, 그중에는 병사에게 적용되는 ‘군사기밀 보호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군형법’ 등이 포함됩니다.
여기에 제14조에는 ‘공익신고등의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도 공익신고자등은 다른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따른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군인이 군사기밀이라도 공익신고를 했다면 비밀준수 위반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공익신고자’입니다.
단순히 ‘육대전’에 제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공익신고자’가 될 수 없습니다. 공익신고를 하려면 신고서와 함께 증거를 첨부해 정해진 곳에 신고해야 합니다. 군에서는 중대장이나 대대장 등 지휘관이나 군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해당됩니다.
육대전에 제보했으니 보안 위반을 면제 받는 것은 아닙니다. 공익신고자로 인정 받아야 처벌이 면제됩니다. 만약 공익신고자로 인정 받지 못하면 보안 위반으로 처벌이나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카이스트 병역특례를 언론에 제보한 신고자가 국민권익위로부터 공익신고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거나 군 납품비리 의혹을 신고했다고 군 기밀 유출로 보복 수사를 받는 등 ‘공익신고자’ 인정은 쉽지 않습니다.
부실 급식 논란이 터진 후 군대 내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으로 구타나 가혹행위, 탈영이나 자살 등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긍정론에 밀려 병영제도 개선 제보 시스템을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국방부는 병영 제도 재선과 공익제보를 할 수 있도록 신고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새로운 신고채널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군대 내 소원수리가 있어도 병사들이 외부로 알리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비리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효용성에 의문이 듭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부실 급식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병사 한 끼 급식비를 293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는 ‘격리장병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부실 급식은 사라질 것 같지만, 여전히 육대전에는 부실 급식과 배식 실패로 인한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대한민국 군대에서 비리가 사라질까요? 그런 날이 올 수 있다고 믿는 군필자는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기자도 믿지 않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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