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등, 21일 한미정상회담은 결정적 분수령
5월 21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남북, 북미관계 순환 발전의 결정적인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구상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유연하게 다시 나와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이 모색되기 시작하길 바라고, 미국에게도 북미 대화를 조기에 재개하는 실질적인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13일 통일연구원·국립외교원·국가안보전략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이 주최한 공동학술회의 축사를 통해 최근 윤곽을 드러낸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하고 오는 "5월 21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큰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정책의 목표로서 명시한 것에는 그동안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합의의 과정에서 있었던 대북정책의 토대를 계승하겠다는 미 정부의 입장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외교적 해법'과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의 한계를 넘어서는 한 단계 발전된 접근으로 실질적으로 문제해결에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이 같은 정책기조는 "북미가 서로 양보와 보상을 주고받으며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나아가 "(미국이)'동맹과의 협력'을 지속 강조하는 점은 이번 대북정책 검토 결과 뿐 아니라 향후 추진 과정에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이 충분히 존중되고, 우리 정부의 역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대북정책의 큰 방향에 있어 형성된 이 같은 한미간의 공감대는 지난 몇 개월간, 각급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서 지속적으로 조율되고 소통된 결과"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실질적인 행동과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남은 것은 '속도'와 '여건'의 문제"일뿐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기 1년을 남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남은 1년을 미완의 평화에서 불가역적 평화로 나아가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겠다"고 한 언급을 상기시키고는, 한국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바이든표 대북정책과 북의 호응이 결합된다면 보다 근본적인 평화의 역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남북관계 증진과 북미관계 발전 선순환의 틀을 강조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개 필요성에 대해 미국을 강력하게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한미 협력방안'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21일 열릴 한미정상회담이 대북정책 수립과 올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한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남북대화를 지지한다는 언급을 해 준다면 한국이 북미관계 발전을 위한 제 역할을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내에서는 비핵화협상이 전진이 없는 가운데 남북관계가 발전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그릇된 인식이 있는데, 사실상 지금까지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되고 그걸 디딤돌 삼아 북미관계가 진전되어 정상회담과 합의까지 이르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단계적 동시행동'에 대해서는 스냅백 조치를 전제로 공개 제안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시했다.
이미 북은 국가발전 전략을 경제발전 전략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북에 대해 제재완화를 하면 투자가 확대되는만큼 스냅백은 북으로서도 더 큰 손해를 감수해야 되는 상황. 그런만큼 일련의 핵폐기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데 이제는 스냅백을 전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임기내 실현 가능한 북핵 해결책을 모색하는 실용적 접근 △단계적 협상 가능성 시사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동시적 조치로 제재완화 가능성을 제시하고 동시행동도 수용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설명했다.
특히 동맹과의 협력은 미국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우리에게는 도전적 요소이기도 하지만 기회의 공간이 열린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렇지만 일본과의 협력을 중요시하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니만큼 일본발 도전요소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정책방향에는 현실적인 대북접근을 위한 두가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깔려있다고 보았다.
먼저 북의 핵무기 보유는 생존의 필요충분조건인가? 를 물었을 때 만일 그렇다면 생존을 위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북을 상대로 굳이 협상할 이유가 없다는 회의론이 득세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결론도 단정적으로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이 장관의 생각이다.
그러나 설사 북핵이 생존의 유력한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북이 핵무기를 제대로 보유한 것은 2006년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10여년에 불과한 기간이고 가장 위험한 1990년 이후 20년간 핵없이 생존했다는 점에서 핵이 필수불가결한 요인은 아니라는 게 유력한 추론이다.
즉 비핵화협상은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북을 일방적인 제재로 굴복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인데, 이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짚었다.
북은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폭넓게 경제개혁을 해왔고 비록 어렵지만 하루 세끼는 먹고 살 수 있는, 외부의 생각보다 강력한 자가동력을 만들어 놓았으며, 이것은 북 스스로 선언했고 우리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결론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의미가 있으며, 협상 성공을 위해서는 북미간 주고받기 동시행동이 불가피하다는 것, 아직 그 공간이 열려있긴 하지만 거기까지 가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같은 방향에 어느정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환호했지만, 바이든표 대북정책은 합의 가능한 내용이 훨씬 적더라도 얼마나 공고하게 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오히려 더 있다고 했다. 북이 어쨌든 미국의 대북정책을 받았다는 점도 중요한 시사점이다.
다만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북핵문제 진전을 위한 한미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북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는 체제안전에 관한 불필요한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북전단살포문제는 1972년부터 지금까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남북이 합의한 사항이기도 하고 북의 체제 안전에 대한 우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인 만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이번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스가 일본 총리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를 말했지만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북비핵화'라는 표현도 '한반도 비핵화'로 썼지만 '제재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일본의 '제재해제 불가' 주장이 수용되는 분위기인데, 우리에게 닥친 중요한 상황인만큼 일본의 부정적 영향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에 대한 초기단계 해법에 대해서는 북이 하노이회담에서 제안한 내용, 9.19 평양공동선언의 비핵화 부분,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 관심을 모두 반영하여 일괄 교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은 영변 핵물질 생산시설 영구폐기와 동창리 시험장 및 발사대 영구폐기, 핵 및 ICBM개발 동결 등을 조치하고, 이에대해 미국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의 유엔대북제재 결의내용(2270호, 2375호 등)중 민수경제 분야 제재 항목 해제와 동결에 대한 보상으로 에너지 지원을 약속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북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내세운다면 발사체 개발 포기를 담보로 제3국 발사 대행을 적극 알선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책연구기관장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을 제시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지난 30여년 동안 추진했던 미국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내놓은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외교를 통해 유연하고 점진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이렇듯 "북미 평화-비핵 교환협상의 재개를 가로 막았던 코로나 사태가 백신접종으로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남으로써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새로운 대북접근법이 성공하려면 기존 대북협상과정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붕괴론에 근거한 전략적 인내는 체재변화가 아니라 오히려 북핵 고도화를 방치 △평화협상을 후순위로 하는 동결 대 보상 방식의 미봉책은 북핵개발을 용인 △북핵을 '통제가능한 위협'으로 보고 북한위협론을 미·중 전략경쟁에서 대중국 전략차원으로 다루다 초점을 상실 △북핵협상 과정에서 중국을 배제와 관여의 대상으로 반복하면서 제 역할을 이끌어내지 못함 △톱다운방식의 일괄타결 노력이 각각 국내구조의 반발로 답보 △북 수령체제의 특수성 반영한 협상전략을 마련하지 못했거나 북의 의도를 무시 또는 오독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등이다.
고 원장은 바이든 정부가 군사적 수단과 제재를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합의를 존중하고 단계적·실용적 접근을 모색할 경우 북이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비핵 교환 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해서 먼저 "북한의 핵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기초 위에 핵동결, 핵능력 감축, 군비통제 등으로 이어지는 점진적·단계적 비핵화 수순을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북이 요구하는 체제안전보장(한미군사연습 중단,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과 제재 완화 관련 수순을 이와 연계하여 안보-안보 교환 프로세스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도 축사에서 전례없이 빠르게 나온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직 전체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기조로 북에도 전달된 것에 안도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의 특징으로는 △한미간 완전 조율된 결과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 강조 △단계적 해결 강조△싱가포르 합의문 추인 등을 꼽았다.
남북, 북미 대화가 끊어진 가운데 유일하게 연결되어 있는 한미가 동력을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북의 고도화·다양화된 핵능력을 감안할 때 트럼프 정부가 추진한 포괄적 해결보다는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단계적인 접근이 중요하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전임 트럼프 정부가 추진해 온 싱가포르 합의를 추인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북미간 불신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누가 먼저 양보하고 시동을 걸만한 불쏘시개는 무엇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1492년 아일랜드 비틀러와 피츠제럴드 백작 사이 '전쟁과 화해'에 대한 일화가 있는 더블린의 성 패트릭 성당내 '화해의 문'에 대해 소개하고는, 리비아식 핵폐기를 생존의 위협으로 인식하는 북과 달리 설사 실패하더라도 체면이 깎이거나 국익이 손상되는 것에 불과할 미국과 한국의 양보가 '화해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도 축사에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야기되고, 양국 고위실무진 사이의 협의를 통해 나올 것이지만 윤곽만으로도 2018년의 희망을 볼 수 있겠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또 "미국의 새 대북정책 윤곽을 보니 한국 정부의 구상을 미국이 경청한 결과이며, 실천력을 가질 수 있는 토대는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하면서 "우리의 과제는 대북정책과 외교전략 사이의 전략적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걸 의원은 축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과 일본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데 있어서 우리 정부가 해야하는 중요한 역할은 결국 북을 상대하는 것"이라며, "의지가 있다면 1년 임기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정은 총비서가 이끄는 북은 이전과 달리 냉정한 현실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남쪽도 다른 외국과 다름없이 대우하겠다는 태도가 역력하다. 이것이 어려운 문제이자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토론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와 21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한미 협력방안' 주제의 발제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과 대화를 모색하는 '전략적 관여' 정책이라고 명명하고, 이는 관여정책으로 일관된 민주당 정부의 대북철학과 기조가 반영된 것이며, 우리 정부와도 일치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북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전히 공개될 때까지 대미 '전략적 인내'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정철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이 대북정책 기조를 정한 뒤 북측과 벌어진 공방에 대해 언급하면서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구태의연한 적대정책이냐고 따진데 대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적대가 아니라 해법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답을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대화가 진행되었고 이후 북측이 '잘 접수했다'고 답을 보낸 배경이 되었다고 과정을 해설했다.
미국으로서는 북으로부터 직면한 위협을 정확한 출발점으로 삼지 않았던 것이 실패 이유라고 분석하면서 여기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미국내 공감대가 있다고 판단했다.
오바마 시절 미국이 비핵화를 입구에서 다뤘다면, 바이든은 비핵화를 궁극적 목표로, 출구에서 다루겠다는 차이가 있고 군비통제 영역으로 입장이 옮겨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이를 북측 입장에서는 대화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교수는 미국이 앞으로 진지한 대북협상을 위해서는 북을 정중하게 호칭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8월 군사연습 중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는 이혜정 중앙대교수와 민태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가했다.
이날 '한미의 대북관여 필요성'을 다룬 제2세션에는 김상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하고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가해 의견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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