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1-10-28 04:59수정 :2021-10-28 07:35
현대캐피탈 미국법인, 중고차 가격 올라 이익 껑충
현대차, 생산 차질로 재고 줄고 잉여현금 3조3천억
허츠의 모회사인 ‘허츠 글로벌 홀딩스’가 미국 나스닥시장 재상장을 위해 이달 중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S-1, 투자 설명서)에도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난다.
이 회사가 올해 상반기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EBITDA)은 6억42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손실액 8억3천만달러)에 견줘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 동안 1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던 회사가 올해는 같은 기간 7천억원 이상을 쓸어 담은 것이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1년치 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그 결과 렌터카 요금이 훌쩍 뛰었다. 미국 <시엔엔>(CNN)은 최근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 렌털 요금이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9월보다 51%나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렌터카 운용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허츠의 대당 월 매출(RPU)은 지난해 상반기 615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274달러로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렌터카 가동률(렌터카 이용 일을 전체 차량의 이용 가능일로 나눈 비율)도 49%에서 76%로 상승했다. 소비자에게 이전보다 훨씬 높은 요금을 받으며 차를 쉴새 없이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6월 사모펀드 등 투자회사를 새 대주주로 맞으며 구조조정에서 벗어난 허츠가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대규모 전기 렌터카 발주까지 나선 셈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득이 된 사례는 더 있다. 이형석 현대카드·캐피탈 상무(재경본부장)는 지난 26일 실적 발표회에서 “미국 현지 법인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증가했다”며 “할부 수익 확대와 비용 안정화, 높은 중고차 시세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 법인 현대모터아메리카의 자회사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 할부 금융뿐 아니라 보유 차량을 빌려주고 매달 사용료를 받는 리스 사업을 한다. 이런 리스 차량은 계약 만료 때 소비자가 차를 반납하면 리스 회사가 이를 중고차 시장에 처분한다. 그런데 요즘 미국 중고차 시세가 치솟아 보유 차량을 장부가격보다 비싸게 팔며 큰 차익을 얻는다는 이야기다. 이 역시 차량용 반도체 품귀가 빚은 또 다른 파장이다.
‘반도체 품귀가 주주 배당에 도움이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전날 올해 경영 실적 전망 수정치를 내놨다. 올해 초 예상 대비 숫자를 가장 많이 고친 건 바로 자동차 사업 ‘잉여현금흐름’(FCF)이다. 잉여현금흐름은 완성차 팔아서 번 현금에서 투자액·세금·각종 비용 등 지출을 제외하고 회사에 실제로 쌓인 현금을 가리킨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기획재경본부장)은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전망인 데다,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에 따른 생산 차질로 재고 자산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신차 공급이 달리며 회사 창고와 야적장에 세워놓은 완성차 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회사에 쌓인 현금도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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