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전환, ESG를 실천하는 사람들] 이택규 지평교회 담임목사
21.10.23 19:59최종 업데이트 21.10.23 19:59안치용 소진영(carminedraco)▲ 지평교회 이택규 목사 | |
ⓒ 생활ESG행동 |
"(신도들에게) 2040년 안에 사라질 것을 작정한 교회가 되자고 말해요. 교회의 존재 이유는 하늘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것인데, 그때까지 우리가 기후 재앙을 막아내지 못하면 교회가 굳이 있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19일 서울 여의도 생활ESG행동 사무실에서 '녹색교회 운동과 ESG'라는 주제로 열린 생활ESG행동 라운드테이블에서 지평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 이택규 담임목사는 목회 목표를 이렇게 말했다.
이 목사는 2006년에 경기 부천시 원미동 지평교회 신도들과 함께 교회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함으로써,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최초의 한국 교회 담임목사라는 흥미로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환경목회와 환경운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한 20년
이 목사는 1999년 원미산 자락에서 이 목사 부부, 동생 부부, 처제 부부 그리고 평신도 하나 이렇게 일곱이서 지평교회를 개척하여 지금까지 사역 중이다. 20여 년을 한 자리를 지키며 목회하는 동안 그는 지역사회와 함께한다는 목회원칙을 지켰다.
교회 문을 연 1999년은 외환위기 직후라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고 더불어 자녀를 학원에 못 보낼 형편인 사람이 많았다. 이 목사는 예배를 드리지 않는 평일에는 교회를 공부방으로 만들어 지역 주민 자녀들을 교회 신도들과 함께 가르쳤다. 이후 교회의 공부방 운동은 여러 곳으로 확산해 '교회공부방연합회'까지 발족하기에 이른다.
2003년 전세 기간이 만료되어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하면서 공부방 운동도 정리된다. 이미 많은 곳에서 그런 활동을 하고 있어서 옮긴 곳에서 다시 공부방을 열 실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할 전세 자리를 구하지 못해 은행 융자와 특별헌금 등으로 6층의 교회 건물을 마련하게 되면서 교회의 역할이 확대됐다.
그 무렵 원미산 일대를 깎아서 놀이동산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에 대항해서 '원미산 지키기 시민모임'이 생겼을 때 지평교회가 참여하고, 교회는 원미산 지키기 운동의 베이스캠프로 기능했다. 그때 지역사회에 환경운동 단체가 없다는 걸 알게 돼 지평교회는 2005년에 부설기관으로 환경교육센터를 만들었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2006년에는 '교회에 옥상이 비어 있으니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자'는 권유에 따라 교회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깔았다. 이 일로 지평교회는 교회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최초 교회가 된다.
이 목사는 "환경문제에 해박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실천을 한 것도 아닌데 '최초'로 언론에 보도되고 하니까 창피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태양광 패널 설치를 계기로 이 목사와 지평교회 교인들은 환경문제에 각성하게 된다. 교인들은 창조 세계의 훼손과 보전을 신앙의 중요한 내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목회를 추구하다 보니 시민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교회에 모였다. 청소년 시절까지 교회를 다녔지만, 교회의 '부흥과 성장'의 논리에 등을 돌려 교회와 멀어진 사람들이 지평교회에 모여들었다. 'CO₂ 가계부 작성', '소박한 밥상' '잔반 안 남기기', '줍줍(쓰레기 줍기)' 등 생활 속 환경운동 실천을 신앙인의 기본자세로 받아들이는 데 모두 동의한다.
녹색교회
영상으로 예배하는 현재의 코로나19 국면 전까지 지평교회는 매월 4번째 주일을 '녹색 주일'로 지켰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교회에 오는 것은 물론 그날은 예배도 전등을 끈 상태에서 진행한다. 최소 에너지 사용을 실천하는 주일을 한 달에 한 번이나마 지킴으로써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하고 무엇보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회로 삼자는 취지였다.
지평교회는 한국의 '녹색교회' 운동에 함께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2006년에 전국적으로 '녹색교회'를 처음 선정했다. 현재까지 교단과 관계없이 1년에 3~4개 교회가 녹색교회로 선정되고 있고, 이택규 목사가 사역하는 지평교회도 2008년에 선정되었다. 교회 옥상에 최초로 태양광 패널을 깐 교회이니 녹색교회 운동에 참여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녹색교회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교회 목회자가 생태친화적인 설교를 어떤 빈도로 하는지, 교회 내에 환경위원회나 환경 관련 부서가 존재하는지, 교회의 신앙생활에 창조세계 보전의 실천 내용이 포함되었는지 등 수십 개 항목을 만족시켜야 한다.
매년 5월 마지막 주에 환경 주일 연합예배에서 새로운 녹색교회가 선정된다. 현재 100여 개 교회가 녹색교회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에는 녹색교회들이 교단과 지역 차원의 연대를 이루어 창조세계 보전에 힘을 보태자는 목표 아래 녹색교회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지역을 넘어 세계와 함께해야 할 위기의 시기
- 생명을 살리는 교회
- 작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
-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교회
- 평신도 중심의 교회
- 민족의 통일을 준비하는 교회
지평교회의 5대 비전이다. 실제로 지평교회는 신도가 70~80명에 불과한 작은 교회이고 비전에 들어 있듯이 지역사회를 중시한다. 이 목사는 "이제는 지역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6차 보고서를 발간했다.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평가를 위해 1988년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임계 온도라고 정의된 1.5°C를 넘어서는 시기가 2050년이 아니라 2040년이라고 기존의 전망을 10년을 앞당겼다. 21세기 지표면 평균온도 상승제한 목표가 1.5°C인데 100년 중 40년이 지날 무렵에 임계치에 달한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다.
"2040년이라고 하면 20년도 채 안 남았는데, 사실 10년 안에 결판이 나겠죠. 그래서 우리는 2040년 안에 사라질 것을 작정한 교회가 되자고 했어요. 교회의 존재 이유는 하늘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건데, 그때까지 우리가 기후위기를 막아내지 못하면 교회가 굳이 있을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모든 것을 여기에 쏟아부어야 하늘나라가 지켜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땅의 일을 염려하지 말고 사라지기를 작정해야죠."
이 목사는 IPCC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서 2040년 안에 사라지는 교회가 되도록 작정하자고 교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계만 놓고 얘기를 하자면 각각의 교회의 역할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이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교단들이 '1.5 선교 정책'을 확립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9월 말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은 총회를 통해 탄소중립기장선언을 채택했다. 이 목사는 생태공동체운동본부 집행위원장으로서 탄소중립기장선언의 후속조치를 준비 중이다. 특별히 각 종교, 각 교단은 대통령 선거, 다가올 지방 선거에서 탄소중립 정책의 수립과 실천을 약속하라고 후보들에게 요청해야 한다고 이 목사는 촉구했다.
이 목사는 "기업이나 정부 부처, 환경운동단체까지도 불가능하다고 하는 기후위기 극복이란 문명사적 과제를 종교가 앞장서서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종교는 꿈을 이야기하는 곳이니까요. 시대의 엄중함 속에 교회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신이 창조한 세계를 잘 돌보는 것이 신앙인의 책무라고 역설했다. ESG와 환경 위기와 관련한 다양한 용어가 많이 있지만 교회에서는 신앙의 언어로 그러한 사회적인 담론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교회가 살아야 하는 게 아니라, 예수와 그의 정신이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글
안치용 ESG연구소장 · 소진영 바람 저널리스트
사진
최동휘 생활ESG행동 활동가
교회 문을 연 1999년은 외환위기 직후라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고 더불어 자녀를 학원에 못 보낼 형편인 사람이 많았다. 이 목사는 예배를 드리지 않는 평일에는 교회를 공부방으로 만들어 지역 주민 자녀들을 교회 신도들과 함께 가르쳤다. 이후 교회의 공부방 운동은 여러 곳으로 확산해 '교회공부방연합회'까지 발족하기에 이른다.
2003년 전세 기간이 만료되어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하면서 공부방 운동도 정리된다. 이미 많은 곳에서 그런 활동을 하고 있어서 옮긴 곳에서 다시 공부방을 열 실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할 전세 자리를 구하지 못해 은행 융자와 특별헌금 등으로 6층의 교회 건물을 마련하게 되면서 교회의 역할이 확대됐다.
그 무렵 원미산 일대를 깎아서 놀이동산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에 대항해서 '원미산 지키기 시민모임'이 생겼을 때 지평교회가 참여하고, 교회는 원미산 지키기 운동의 베이스캠프로 기능했다. 그때 지역사회에 환경운동 단체가 없다는 걸 알게 돼 지평교회는 2005년에 부설기관으로 환경교육센터를 만들었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2006년에는 '교회에 옥상이 비어 있으니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자'는 권유에 따라 교회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깔았다. 이 일로 지평교회는 교회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최초 교회가 된다.
▲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지평교회 옥상 | |
ⓒ 생활ESG행동 |
이 목사는 "환경문제에 해박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실천을 한 것도 아닌데 '최초'로 언론에 보도되고 하니까 창피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태양광 패널 설치를 계기로 이 목사와 지평교회 교인들은 환경문제에 각성하게 된다. 교인들은 창조 세계의 훼손과 보전을 신앙의 중요한 내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목회를 추구하다 보니 시민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교회에 모였다. 청소년 시절까지 교회를 다녔지만, 교회의 '부흥과 성장'의 논리에 등을 돌려 교회와 멀어진 사람들이 지평교회에 모여들었다. 'CO₂ 가계부 작성', '소박한 밥상' '잔반 안 남기기', '줍줍(쓰레기 줍기)' 등 생활 속 환경운동 실천을 신앙인의 기본자세로 받아들이는 데 모두 동의한다.
녹색교회
영상으로 예배하는 현재의 코로나19 국면 전까지 지평교회는 매월 4번째 주일을 '녹색 주일'로 지켰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교회에 오는 것은 물론 그날은 예배도 전등을 끈 상태에서 진행한다. 최소 에너지 사용을 실천하는 주일을 한 달에 한 번이나마 지킴으로써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하고 무엇보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회로 삼자는 취지였다.
지평교회는 한국의 '녹색교회' 운동에 함께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2006년에 전국적으로 '녹색교회'를 처음 선정했다. 현재까지 교단과 관계없이 1년에 3~4개 교회가 녹색교회로 선정되고 있고, 이택규 목사가 사역하는 지평교회도 2008년에 선정되었다. 교회 옥상에 최초로 태양광 패널을 깐 교회이니 녹색교회 운동에 참여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녹색교회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교회 목회자가 생태친화적인 설교를 어떤 빈도로 하는지, 교회 내에 환경위원회나 환경 관련 부서가 존재하는지, 교회의 신앙생활에 창조세계 보전의 실천 내용이 포함되었는지 등 수십 개 항목을 만족시켜야 한다.
매년 5월 마지막 주에 환경 주일 연합예배에서 새로운 녹색교회가 선정된다. 현재 100여 개 교회가 녹색교회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에는 녹색교회들이 교단과 지역 차원의 연대를 이루어 창조세계 보전에 힘을 보태자는 목표 아래 녹색교회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 지평교회 이택규 목사(가운데)와 최동휘 생활ESG행동 활동가(오른쪽) 그리고 소진영 바람 저널리스트(왼쪽) | |
ⓒ 생활ESG행동 |
지역을 넘어 세계와 함께해야 할 위기의 시기
- 생명을 살리는 교회
- 작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
-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교회
- 평신도 중심의 교회
- 민족의 통일을 준비하는 교회
지평교회의 5대 비전이다. 실제로 지평교회는 신도가 70~80명에 불과한 작은 교회이고 비전에 들어 있듯이 지역사회를 중시한다. 이 목사는 "이제는 지역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6차 보고서를 발간했다.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평가를 위해 1988년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임계 온도라고 정의된 1.5°C를 넘어서는 시기가 2050년이 아니라 2040년이라고 기존의 전망을 10년을 앞당겼다. 21세기 지표면 평균온도 상승제한 목표가 1.5°C인데 100년 중 40년이 지날 무렵에 임계치에 달한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다.
"2040년이라고 하면 20년도 채 안 남았는데, 사실 10년 안에 결판이 나겠죠. 그래서 우리는 2040년 안에 사라질 것을 작정한 교회가 되자고 했어요. 교회의 존재 이유는 하늘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건데, 그때까지 우리가 기후위기를 막아내지 못하면 교회가 굳이 있을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모든 것을 여기에 쏟아부어야 하늘나라가 지켜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땅의 일을 염려하지 말고 사라지기를 작정해야죠."
이 목사는 IPCC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서 2040년 안에 사라지는 교회가 되도록 작정하자고 교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계만 놓고 얘기를 하자면 각각의 교회의 역할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이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교단들이 '1.5 선교 정책'을 확립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9월 말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은 총회를 통해 탄소중립기장선언을 채택했다. 이 목사는 생태공동체운동본부 집행위원장으로서 탄소중립기장선언의 후속조치를 준비 중이다. 특별히 각 종교, 각 교단은 대통령 선거, 다가올 지방 선거에서 탄소중립 정책의 수립과 실천을 약속하라고 후보들에게 요청해야 한다고 이 목사는 촉구했다.
이 목사는 "기업이나 정부 부처, 환경운동단체까지도 불가능하다고 하는 기후위기 극복이란 문명사적 과제를 종교가 앞장서서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종교는 꿈을 이야기하는 곳이니까요. 시대의 엄중함 속에 교회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신이 창조한 세계를 잘 돌보는 것이 신앙인의 책무라고 역설했다. ESG와 환경 위기와 관련한 다양한 용어가 많이 있지만 교회에서는 신앙의 언어로 그러한 사회적인 담론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교회가 살아야 하는 게 아니라, 예수와 그의 정신이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 왼쪽부터 소진영(바람 저널리스트), 최동휘(생활ESG행동 활동가), 이택규 목사(지평교회), 이윤진(지속가능바람 사무국장)이 라운드테이블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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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ESG연구소장 · 소진영 바람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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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휘 생활ESG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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