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안전은 뒷전, 중국 겨냥한 미일 MD 전진기지 우려
- 부산=박석분 통신원
- 입력 2021.10.18 18:47
- 수정 2021.10.1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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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분 통신원 / 부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
10월 6일 공군이 부산 해운대구와 함께 개최하려고 했던 그린파인(수퍼 그린파인 블록C) 레이더 장산 배치에 대한 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주민들은 9월 28일 진행한 충북 진천 그린파인 레이더의 전자파 측정 결과도 수용하지 않았다.
사실 진천 그린파인 레이더는 부산에 배치되는 레이더보다 성능이 낮은(블록B) 데다가 전자파 측정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진천 행보가 장산 배치를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되지 않게 만든 주민들의 활동에 박수를 보낸다.
연내에 해운대 장산에 설치한다는 그린파인 레이더는 한 기에 1,700억 원에 달하는데, 두 기가 도입되어 다른 한 기는 전라도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 레이더가 한반도 전역에 대한 북한 미사일을 탐지, 추적, 조기경보하는 데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탐지 능력을 보강해야 하기 때문에 도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국방부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으며 타당하지 않다.
그린파인 레이더(블록B)는 이미 2012년에 충청 지역 두 곳에 배치, 운영되고 있다. 탐지거리가 500~900km인 이 그린파인 레이더는 북한 발사 미사일을 거의 대부분 탐지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또 다시 한반도 전역에 대한 북한 미사일에 대한 탐지, 추적을 내세워 추가 도입을 강행한 것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탐지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그린파인 레이더를 추가 도입한다는 주장도 억지다. 국방부는 북한의 SLBM이 남해, 즉 태평양 쪽으로 진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한국 MD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SLBM 탐지를 위해 그린파인 레이더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북한이 남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건 지상 단거리 탄도미사일(KN-02, 스커드B/C 등)들이다. 이게 600여 기나 된다. 굳이 한반도 남쪽 태평양까지 와서 SLBM으로 공격할 필요가 없다.
사거리 1200km인 KN-11(북극성1), 사거리 1900km인 KN-26(북극성3) 등 북한의 SLBM은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에 대한 공격이 주된 임무다. 즉, 남한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함부로 북한에 대한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 잠수함들은 “바다의 경운기”로 불릴 만큼 소음이 매우 크고 잠수 깊이가 낮아서 쉽게 발각된다. 가까운 북한의 동해상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굳이 발각될 위험을 무릅쓰고 남해나 태평양까지 진출해서 남한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과잉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린파인 레이더를 추가 도입, 배치하려는 군의 의도는 무엇일까?
수퍼 그린파인 블록C 레이더가 1천 km 이상 탐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면 답이 보인다. 중국을 겨냥한 장거리 조기경보레이더를 배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부산과 전라도 지역에 추가 배치되는 그린파인 레이더는 사드처럼 일본, 태평양 지역 미군과 미 본토 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과 중국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여 미, 일에 제공해 주는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MD 작전에 그린파인 레이더가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미 한국 MD는 사실상 정보와 요역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 MD에 편입되어 있다. 이에 대해 정경두 전 국방장관은 2020년 6월, “한미 미사일방어체계 통합 연동훈련 등은 정상적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합참도 “한미 군 당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 상황을 가정해 미사일 탐지 정보를 교환하고 탐지 및 요격수단을 통합해 대응하는 훈련”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연합뉴스, 2020. 6. 10).
이 훈련에서 한국군과 주한미군 및 미군이 각각 보유한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요격수단을 통합해 발사하는 방식을 점검했다는(세계일보, 2020. 6. 10) 보도는 한국 MD가 미국 MD의 하부체계로 깊숙이 편입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나아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사드는 패트리엇 미사일방어체계 레이더와 한국의 그린파인 레이더 등 다른 미사일방어 시스템과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신아일보, 2020. 11. 3)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고있는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아 미국 MD 작전에 한국군 그린파인 레이더를 동원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북·중을 겨냥한 미국의 MD 작전에 그린파인 레이더가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부산 배치 그린파인 레이더는 소성리 사드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을 위한 것임을 의미한다. 우리가 북한은 물론 중국과의 대결에 나서게 될 수 있고, 부산이 미일 MD 작전의 전진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부산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이요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간 대결을 고착시키며 한반도 평화통일에 역행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물론이고 부산시민의 안전을 직접 책임지는 부산시, 해운대구의 대응은 너무도 무책임하고 미온적이며 안이하다. 해운대구청은 국방부로부터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내년 초 장산 정상 개방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가 부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에 두고 각기 자신들의 계획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주한미군 생화학실험실이 있고 미군의 양륙항으로 기능하는 8부두. 55보급창과 핵 전함이 드나드는 백운포 주한미해군사령부의 존재만으로도 부산 시민들의 안전은 항상 위협받는다. 지난 해 해운대 미군 폭죽 난동 사건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그린파인 레이더 추가 배치로 부산 시민들의 안전이 더 위협받는 상황을 허용할 수 없다.
정부는 대북, 대중 군사적 대결을 멈추고 부산시민을 볼모삼게 될 그린파인 레이더 배치를 중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이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부산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는 과잉 전력 배치를 이제 그만해야 한다.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중앙 정부의 전횡에 당당히 맞서 그린파인 레이더 장산 배치를 중단시키고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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