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0월 22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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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책임관이 제 역할을 하려면 '쉽고 바른 공공 언어 사용' 철학을 세우고, 예산·전문 인력 등 현실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국어문화원연합회가 후원한 '공공 언어 바르게 쓰기 위한 국어책임관 역할 모색 토론회'가 18일 오후 2시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볼 수 있다.
박옥순 경남도의원과 김민국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장이 발제자로, 김덕현 한글학회 경남지회장과 김태균 경남도교육청 국어책임관(홍보담당관), 조재영 경남도민일보 경제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 좌장은 김정대 경남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여건 마련 시급 = 공공 기관마다 지정된 국어책임관이 공공 언어 길잡이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김민국 원장은 이상적인 국어책임관 제도가 정착하려면 다섯 가지 전제를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쉽고 바른 공공 언어 바로 쓰기' 철학이다. 당위나 모범이 아닌 정보 접근 평등성, 국민과 원활한 의사소통, 업무 투명성과 효율성, 언어 약자와 소외계층 배려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장기적 안목과 지속적 관심, 관리 △상향식 모델과 하향식 모델 조화 △협조 체계 구축 △국어 전문 인력 양성·충원 등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국어책임관 활동은 대개 직원 대상 공공 언어 개선 위탁 교육이나 관련 자료 제공에 머무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독립 예산 확보를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어책임관 겸직 구조와 전문성 부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국어전문관 제도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난해 국어전문관을 법제화하고자 국어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불발됐다. 충북도는 이와 별도로 조례로 국어전문관 도입 근거를 마련했다.
국어책임관 독립 부서를 두는 방법도 있다. 도 단위 상위 행정기관에 독립 부서를 만들어 전담 인력을 두고 직접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행정 용어 통일, 수어 동영상 제작 등 여러 사업을 총괄 진행하는 방식이다.
김 원장은 "공공 언어를 쉽고 바르게 쓰기 위한 업무는 무궁무진한데 독립 부서에서 많은 일을 해 준다면 언어 복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할 일 = 독립 예산, 독립 부서 모두 이상적이지만 현재 국어책임관 제도가 걸음마 수준인 단계에서는 꿈같은 일이다. 거시적인 중장기 방법과 함께 당장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김 원장은 지금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협조 체계를 제안했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 간 협조 체계, 국립국어원이나 지역 국어문화원과 협조 등 형태다.
또한 국어책임관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과 연수를 강화하거나 국어책임관을 포상, 승진 등에서 우대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어책임관뿐 아니라 공무원 국어 바르게 쓰기 능력을 높이는 방안도 소개됐다. 박옥순 도의원은 "공무원들에게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 토박이말을 살려 쓰면 일종의 혜택을 주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며 충북도 사례를 들었다. 충북도는 2010년부터 직원 대상으로 '국어능력 인증 가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6·7급은 국어능력인증시험 2급 이상 되면 가점을 0.5점 준다.
김태균 국어책임관도 "공무원 시험 필수 과목 중에 한국사는 있지만 한국어 관련 자격 검증은 없다"며 "지자체나 각 기관에서 승진 시험을 심사하다 보면 이런 부분이 등한시되는데 한국어능력시험에 가점을 준다든지 승진 때 기초 자격 요건을 두는 제도를 마련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어책임관 한계 = 국어책임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다시 한 번 강조됐다.
'공공 기관 말글살이, 도민 소통의 시금석'을 주제로 발제한 박옥순 도의원은 보도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소개했다. 박 의원은 "국어책임관 제도에 가장 흔한 수식어가 '유명무실'이다. 결국 문제는 의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에 수만 자씩 쏟아지는 문서를 다른 업무가 있는 문화예술과장이 모두 세심히 살필 수는 없다"며 "자신도 전보 인사로 국어책임관이 됐는데 갑자기 과장이 됐다고 전문성이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더 구체적으로 국어책임관 제도가 가진 한계를 △관련 예산 부족 △겸임 구조 △전문성과 권위라고 꼽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도교육청 역시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국어책임관 업무를 독립적으로 떼놓지 않고 홍보담당관이 겸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태균 국어책임관은 오전 6시 30분 출근한다. 가장 먼저 언론이 보도한 기사들을 확인하고 언론에 대응하는 일을 한다. 오전 내내 공보 업무를 보다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린다. 오후에는 도교육청 정책이나 소식을 뉴스로 제작해 누리집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각 부서에서 쏟아지는 보도자료를 들여다본다.
김 국어책임관은 "현실적으로 전체 일과 가운데 국어책임관으로서 역할은 5∼10%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토론회를 참관한 정영철 경남도 국어책임관(문화예술과장)은 "여러 한계점이 있는데 첫째는 의식 문제, 둘째는 제도적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도에서 관심을 둘 부서가 문화예술과, 소통기획관실인데 부서에 한정하지 않고 전 직원이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국어전문관 제도나 각종 교육 문제도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김영진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도교육청이 발간한 책 <학교 내 일본어식 용어 이렇게 바꿔요> 활용을 물었다.
책 집필위원장이자 신월중학교 교장인 김덕현 지회장은 "지난 2월 학교별로 책자를 1차로 배포하고 더 많은 학생이 볼 수 있도록 벽에 붙일 수 있는 홍보지를 만들어 2차 배포했다"며 "변화가 일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거로 생각했는데 '수학여행(문화체험여행)'이나 입학·졸업 '사정회(평가회)'와 같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감수 김정대 경남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김해수 김희곤 기자 (hskim@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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