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화천대유 게이트로 본 부동산 공급방식에서 공공의 역할
한 유력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 제기로 시작된 화천대유 사건은 일파만파 퍼져나가기 시작하더니 전직 대법관,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특별검사와 그의 자녀, 야당 정치인들과 그의 자녀에게까지 얽히고 있다. 6년차 대리의 50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 뇌물 의혹과 야당 유력 대선 후보 부친의 집 매매 의혹이 터졌고, 여기에 재벌가에서 흘러나온 수백억 대의 투자금과 수익금 의혹에도 불이 붙었다.
매일같이 새로운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면서 한편의 범죄 드라마를 구성하는 영화와 같은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화려한 등장 인물에 더해, 그들 사이에서 오고갔다고 추정되는 금액이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러 일반 시민은 그야말로 상상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상’의 이면이 벗겨질 참이다.
이 사건의 등장 인물들이 이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되었는지는 검찰수사 등에 의하여 밝혀질 것이므로 논할 대상이 아니다. 대신 대한민국의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부동산 문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하여 짚어보려고 한다.
개발이익이란 이론적으로는 개발사업이 끝난 후의 부동산 가치에서 개발사업을 시작할 때의 부동산 가치와 각종 개발비용을 차감하여 산출할 수 있다. 개발이익에는 토지의 용도변경, 개발허가로 인하여 발생하는 불로소득과 부동산 시장환경·수요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익, 개발업자의 개성이나 창의성이 발현된 사업 모델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익 등이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언론에서 문제가 되는 개발이익은 정상적인 지가상승이나 통상적인 이윤의 범위를 넘어서는 불로소득의 의미로 사용한다.
그런데 개발사업 후의 부동산 가치는 매우 변동성이 크다. 부동산 경기 확장 국면에서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의 경우 실제 거주할 집이 필요해서 구입하는 수요보다는 시세 차익을 예상하고 구매 행렬에 참여하는 수요자의 심리에 의하여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당겨오는 비용인 대출 금리, 임대사업자등록제도,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양도세 공제제도, 대출제도 등 여러 가지 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변동성을 키운다.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지난 4년 동안, 이러한 모든 요인들이 결합해 투기 수요가 폭발하였고, 부동산 가격의 폭등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나타나듯, 투기 수요로 인한 아파트 가격 상승 기대 심리는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시행사, 투자자에게 천문학적인 소득을 안겨준다. 이익이 있는 곳에 자본과 사람이 모인다. 이익을 분배하고 조정하는 공공의 역할은 희석되고, 오히려 이들과 유착해 자본의 이익을 더 크게 만드는데 기여한다. 개발시행사에서 자문료를 지급받은 국회의원, 전직 대법관, 특별검사가 서민들의 주거 복지와 주거 안정을 위한 자문을 했을리 만무하다. 국토교통부는 이명박 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 때나 관계없이 일관되게 공급 확대(건설사 일감 만들기를 위한), 분양가상한제 폐지 또는 완화(건설사 이익 확대를 위한) 정책을 펴 왔다.
대장동에서 발생한 개발이익 약 1조 원 중 절반은 개발업체가, 절반은 성남시(공공)가 환수했다고 한다. 전용 84㎡ 분양가가 약 8억 원 정도이니, 전체 약 6천 세대가 한 세대 당 1억7천만 원가량 더 높은 분양가를 지불한 셈이 된다. 그런데 네이버부동산 등에 따르면 2019년 분양한 대장동 아파트의 2021년 매도 호가는 18~19억 원 정도이다. 비록 고액을 지불했을지언정, 분양받은 자들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기대할 여건이 조성됐다.
이렇게 살펴보면 대장동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는 모두 해피엔딩 아닌가? 원래의 전답 토지소유자들은 아파트 개발 후를 상정한 토지 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토지 수용시에는 개발이익 배제의 원칙이 적용됨) 어느 정도 거래 시세가 반영된 토지 보상을 받았을 것이며, 민간 시행사는 약 4천5백억 원의 이익을 올렸고, 성남시(공공) 또한 약 5천5백억 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하여 공원조성사업 등 시의 숙원사업을 해결하였다. 아파트건설에 참여한 건설사는 시공 이익을 누렸으며, 8억 원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분양자 또한 18억 원으로 상승한 호가 덕분에 무려 10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시행단계에서 토지매입자금 등을 대출해주고 신탁업무를 처리해준 금융기관, 아파트 소유자 또는 전세입자들을 상대로 대출을 일으켜 이익을 올리고 있는 은행도 있다.
게임 참여자들인 정치인, 대법관, 특별 검사, 재벌 대기업, 은행, 신탁사 등 금융기관, 건설, 시행, 시공사, 아파트 수분양자, 그리고 개발에 참여한 공공기관인 성남시는 모두 이 개발사업에 참여하여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이익을 늘리기 위하여 노력했고, 각자의 몫을 챙겨갔다(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 여부는 검찰 수사의 몫으로 돌린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분노하는가? 소수의 사람이 많은 이익을 가져간 것이 분노의 핵심이 아니다. 부동산 개발사업이라는 수레바퀴는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리는 악순환을 초래하기 때문이며,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자산 불평등,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우리 미래 세대의 희망을 빼앗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공급은 나쁜 공급
대장동 개발사업의 근거법령은 지난 2000년 7월에 제정되었다. 민간의 도시개발사업 참여 확대를 기대하고 제정된 법률이다. 제정 이후 지속적으로 민간사업자가 손쉽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향, 즉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소유자 동의 요건 완화, 동의 절차 간소화, 건축행위 제한, 시행 방식에 환지 방식 도입, 농어촌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일정 면적 이상 국토부장관의 승인권 폐지, 결합, 순환 개발로 인센티브 부여 등) 개정되어 왔으나 이와 병행하여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개발이익환수 장치는 마련되지 못하였다. 사업자는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토지 강제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으면서도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를 받지 않고, 일부 택지를 감정가가 아닌 입찰로 매각할 수 있으니 기대 이윤 수준이 커졌다. 이에 도시개발법에 근거하여 많은 개발사업들이 이루어졌고, 그중 하나가 바로 총사업비 2조 7천억 원이 투입된 부산 해운대 엘시티(공식 명칭 : 해운대 관광리조트(온천센터))사업이며, 대장동 개발사업 또한 도시개발법에 따른 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이 낳은 부작용은 과거 우리 사회를 크게 흔든 바 있다.
공공이 민간 자본까지 끌어들여 택지 개발을 하는 이유는 공급 확대다. 그런데 대장동 개발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개발이익이 커질수록,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 자본의 속성상 주변 아파트 가격 및 아파트 분양가, 택지 가격을 모두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결국 도시의 구성은 당초 공공이 목표로 한 거주민들의 주거 여건 개선보다는 이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따라서 개발사업이 원인이 되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연쇄적인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민간을 끌어들인 공급은 저소득층의 주거지만 파괴하고, 부동산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하지않느니만 못하다.
강제 수용권의 발동을 전제로 하는 공급은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 방향을 유도하는 공급,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공급, 투기와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공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시행사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LH공사 등의 공공부문도 개발이익을 가져갈 수 없도록 하여야 국민들은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시킬 수 있는 공급을 기대할 수 있게 되고, 투기 수요를 자연스럽게 소멸시킬 수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1조 원의 개발이익 중 5천5백억 원을 환수하여 성남시민을 위한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사업에 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의 측면에서 본다면 개발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 더욱 저렴하고 서민이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인허가 권한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이 또다른 공공의 목적 달성을 위한 재원 확보라는 명분하에 개발 사업의 플레이어로 참여한다면, 결국 공공이 민간과 함께 개발사업을 통하여 이익을 극대화하고,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방향의 사업 추진에 복무하게 되어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각종 개발사업지에 산재한 국공유 토지들, 용산 정비창부지를 포함한 코레일 보유 철도용지, 한국전력이 보유한 전력 공급 설비 부지 등은 현재 기관별, 관리 주체별 이해 관계에 따라 산발적으로 관리된다. 때로는 요지의 땅을 대기업에 고가로 매각하여 공기업의 부채 감축 수단이 되고, 그 결과 공공이 소유했던 토지가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데 일조하거나, 특정 자본에 특혜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 모두 앞서 지적한 공공과 민간의 합작 개발이 낳는 부작용과 유사한 문제들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해야
서울 시내에도 가격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부동산이 있다. 바로 개발이 쉽게 이루어지기 힘든 다세대밀집 지역의 노후 다세대주택이다. 보통 노후 다세대주택은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려우므로 투자가치가 없다고 여겨진다. 철저하게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며, 가격이 매우 저렴하므로 서민 주거지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채당 2~3억 전후의 다세대주택이 아직 서울에 제법 있고, 가격의 변동폭도 크지 않다. 물가상승률에 따른 가치 상승, 사용가치의 감소분 등이 상쇄되어 소폭의 등락이 있을 뿐이다. 부담 가능한 저렴한 가격, 가격의 안정성 측면에서 주택 시장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강제수용을 통한 공공택지개발로 공급하는 아파트는 저렴하되,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가치가 없는 다세대주택 시장처럼 만들면 된다.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으로 아파트를 분양하고, 사용가치에 기반하여 주택을 평가하며, 이를 기준으로 토지임대료를 부담시키되, 건물만의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 수백채를 소유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은 사람도 수백채의 주택에 거주할 수는 없다. 주택 임대차시장은 철저하게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므로 투자 심리나 제도에 의하여 변동성이 큰 매매시장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사례도 많다. 공공이 직접 택지를 조성하여 주택부지로 공급하고, 건물은 전문 시공사가 시공을 하며, 시공 품질에 따른 건설원가를 기준으로 건물만 분양한다. 토지는 공공이 그대로 보유하되, 임대차시장에서 도출되는 사용가치에 따라서 토지임대료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운용이익을 누리는 것이다.
서울 시내의 어느 곳에서나 전유면적 85제곱미터의 아파트를 2억 원대에 분양하는 놀라운 일이 가능하게 된다. 관건은 토지임대료를 어떻게 책정하느냐인데, 소수의 수분양자에 대한 특혜가 되지 않게끔 시장임대료를 기준으로 하여 토지임대료를 산출하여 부과해야 한다. 누구나 마음편하게 거주하고, 언제나 사고팔 수 있으면서도, 사용가치에 따른 시장임대료를 기준으로 토지 임대료를 내야하니, 우리는 시세차익이나 투자가치보다는 부동산 본래의 가치인 사용가치에 조금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용가치를 환산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세 제도의 존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전월세 시장을 교란하고, 전세가격에 기반하여 부동산 가격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여 온 저리의 전세자금대출 제도로 인한 부수 효과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투기꾼들의 시세조작 수단이 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실거래가가 조장하고 있는 시세차익 중심의 부동산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리와 운영, 사용가치를 중심에 두는 부동산 가치평가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근대화, 도시화, 고도성장기를 거쳐오면서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자산을 축적해온 주요한 수단이 바로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불패신화의 관념속에서 수십년간 축적되어 온 부동산 공화국의 부패 카르텔이 얼마나 거대한 괴물이 되어 우리의 미래를 집어삼키고 있는지 화천대유의 대장동 개발사업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8억 원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18억이 되었다고 기뻐하는 누군가의 뒤에서 그들이 미래를 저당잡힌 대가로 지불하고 있는 그 돈으로 부패와 비리 공동체로 엮여있는 누군가는 수십, 수백억의 돈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만일 시장 상황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18억이 되었다고 기뻐하였던 그 아파트는 18억에 사줄 누군가를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시대를 이제는 끝내야 할 때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01211485535660#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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