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저고도변칙기동능력 갖추고 동해에 출현한 ‘북극성’ 2. 1발을 발사했나? 2발을 발사했나? 3. 제2탄 발사하고 어디론가 사라진 미확인 잠수함 4. 위성감시망 따돌린 8.24영웅함의 유인전술 5. 세계적인 잠수함강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조선
1. 저고도변칙기동능력 갖추고 동해에 출현한 ‘북극성’
2021년 10월 19일 조선국방과학원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 2021년 10월 20일 한국군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1년 10월 19일 오전 10시 17분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동해 상공으로 발사되었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날 조선에서 발사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측면기동 및 활공도약기동을 비롯한 많은, 진화된 조종유도기술들이 도입된” 미사일이라고 한다. 위의 인용구에서 측면기동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사일이 비행 중에 측면기동을 한다는 말은 조종유도에 따라 비행방향을 좌우로 이리저리 바꾸면서 날아간다는 뜻이다. 비행방향을 좌우로 이리저리 바꾸면서 날아가는 측면기동은 미사일의 수평비행단계에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이번에 조선국방과학원이 신형 잠수함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과시한 새롭고 특이한 비행성능은 비행방향을 좌우로 이리저리 바꾸면서 수평비행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 조선에서 발사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수평비행단계에서 좌우로 기동하면서 날아갈 때, 비행고도는 약 50km였다. 일반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정점고도는 약 100km인데,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비행고도는 그것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조선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저고도기동력을 발휘한 것이다.
또한 위의 인용구에 나오는 활공도약기동이라는 말은 미사일이 하강비행단계에서 연속적으로 활공비행과 도약비행을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이번에 조선국방과학원이 시험발사한 신형 잠수함탄도미사일은 하강비행단계에서 로켓엔진을 잠시 끄고 활공비행을 하다가 갑자기 로켓엔진을 다시 켜고 고도를 높였다가 타격대상을 향해 번개처럼 내려꽂히는 돌진락하비행을 하는 것이다.
조선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수중사출심도에서 위로 솟구쳐 올라 해수면 밖으로 출수하여 약 50km 상공에서 비행방향을 좌우로 이리저리 바꾸면서 수평비행을 하다가 나중에는 비행방향을 위아래로 바꾸는 활공도약비행을 하는 저고도변칙기동미사일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8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북극성> 계렬의 수중발사탄도로케트들이 특유한 작전적 사명에 맞게 우리식으로 탄생”하였다고 언명하였는데, 이 언명은 비행방향을 좌우상하로 바꾸며 날아가는 저고도변칙기동미사일을 개발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조선의 저고도변칙기동미사일 시험발사는 미사일제조기술을 최첨단 수준으로 도약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조선이 철도기동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한 것도 대단한 성과인데, 거기에 더하여 저고도변칙기동미사일도 개발했으니, 참으로 대단한 성과이다.
조선이 보유한 철도기동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저고도변칙기동미사일은 적의 방패(미사일방어망)을 번개처럼 뚫고 들어가는 예리한 세 가지 화살(최첨단미사일)이다. 한국군, 미국군, 일본자위대가 각각 운용하는 미사일방어망들은 포물선형 비행궤도를 타고 날아오는 일반 탄도미사일은 혹시 요격할 수도 있지만, 극초음속미사일과 저고도변칙기동미사일은 전혀 요격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한국군, 미국군, 일본자위대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열심히 설치해놓은 화살막이 방패(미사일방어망)는 결국 무용지물로 되고 말았다.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그들의 화살막이 방패는 고철덩어리로 전락한 것이다.
만일 전쟁이 일어나면, 조선인민군은 예리한 세 가지 화살들인 철도기동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저고도변칙기동미사일을 교전상대의 급소를 향해 기습적으로 발사할 것이고, 그로써 전쟁은 아주 싱겁게 끝날 것이다. 조선이 예리한 세 가지 화살을 준비해놓은 것은 전쟁을 순식간에 끝낼 작전능력을 완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 10월 19일 조선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은 피를 거의 흘리지 않고 순식간에 전쟁을 끝낼 속전속결능력을 과시한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
2021년 10월 20일 조선국방과학원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8.24영웅함에서 수중발사되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로 나아가 해수면 아래로 잠수한 8.24영웅함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이번 시험발사에 등장한 8.24영웅함은 2016년 8월 24일 북극성-1형 잠수함발사전략탄도미사일을 수중에서 시험발사했던 바로 그 잠수함이다. 북극성-1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8월 24일을 기념하여 8.24영웅함이라는 칭호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 미국군은 8.24영웅함을 고래급 잠수함 또는 신포급 잠수함이라고 제멋대로 불러왔다.
2. 1발을 발사했나? 2발을 발사했나?
이번 시험발사와 관련하여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조선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고, 일본 방위성은 조선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2021년 10월 19일 일본 정부 부대변인 이소자끼 요시히꼬(磯崎仁彦) 내각관방 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조선이 10월 19일 오전 10시 15분과 10시 16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각각 1발씩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조선이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발 중에서 1발은 50km 고도로 비행하여 발사점으로부터 약 600km 떨어진 동해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떨어졌고, 다른 1발에 대해서는 분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도 조선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각각 말했다.
미국은 그날 8.25영웅함의 움직임을 위성감시망을 통해 추적하고 있었으므로, 조선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몇 발 발사했는지 알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은 민감한 군사정보에 대해 말하지 않는 침묵관습을 지켰다.
이번에 조선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과 관련하여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내용과 일본 방위성이 발표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군 합참본부 발표 - 2021년 오전 10시 17분경 조선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동해 상공 60km 고도에서 590km를 날아갔다.
일본 방위성 발표 - 2021년 오전 10시 15분과 16분 조선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발을 각각 발사했다. 이 미사일들은 동해 상공 50km 고도에서 600km를 날아갔다.
위에 서술한 발표내용 가운데서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착오인가? 이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2012년 10월 19일 오후 2시경 한국군 합참본부는 조선에서 발사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60km 고도에서 430~450km를 날아갔다고 발표했다가, 같은 날 오후 3시 40분경에는 그 미사일이 60km 고도에서 590km를 날아갔다는 정정발표를 내놓았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이처럼 1시간 30분 만에 정정발표를 내놓으며 오락가락한 것은 그들의 발표내용을 과연 믿을 만한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2) 조선이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수중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50km 고도로 솟구쳐 오른 뒤에 거의 직선형으로 일본쪽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지구 곡면은 조선에서 발사되어 일본쪽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의 비행궤적을 부분적으로 가리게 된다. 이를테면, 한국군은 조선이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궤적을 남쪽 방향에서 레이더로 탐지하는데, 한국군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레이더전파를 쏘면, 미사일의 중간비행궤적은 탐지할 수 있지만, 상승비행궤적과 하강비행궤적은 지구 곡면에 가려져 탐지하기 힘들다.
그와 달리, 일본자위대는 조선이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궤적을 동쪽방향에서 레이더로 탐지하는데, 일본자위대가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레이더전파를 쏘면, 미사일의 중간비행궤적과 하강비행궤적은 탐지할 수 있지만, 상승비행궤적은 지구 곡면에 가려져 탐지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번에 조선이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100km 남짓한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일반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50km 남짓한 낮은 고도까지만 올라가서 저고도변칙기동을 하는 특별한 미사일이다. 저고도에서 변칙기동을 하는 미사일을 레이더로 탐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저고도변칙기동은 중간비행단계와 하강비행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조선이 발사한 미사일의 중간비행궤적만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는 한국군은 중간비행단계에서 나타나는 저고도변칙기동을 탐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한국군 합참본부는 조선이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저고도변칙기동을 탐지했다고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정밀분석을 하는 중”이라고 얼버무렸다.
그와 다르게, 조선이 발사한 미사일의 중간비행궤적과 하강비행궤적을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는 일본자위대는 저고도변칙기동을 탐지하는 데서 한국군보다 유리하다. 그래서 일본 방위성은 조선이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저고도변칙기동을 탐지했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3) 조선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시각도 서로 다르게 발표했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오전 10시 17분쯤에 발사되었다고 발표했고, 일본 방위성은 오전 10시 16분에 제2탄이 마지막으로 발사되었다고 발표했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일본 방위성보다 발사시각을 약 1분 늦게 파악한 것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모르고 있다가, 약 1분 뒤에 포착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하여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내용보다 일본 방위성이 발표한 내용이 사실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러므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1발이 발사되었다는 한국군 합참본부의 발표는 신빙성이 떨어지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발이 1분 간격으로 연속발사되었다는 일본 방위성의 발표는 신빙성이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1발이 아니라 2발이 발사된 것이다.
3. 제2탄 발사하고 어디론가 사라진 미확인 잠수함
2021년 10월 20일 조선의 언론매체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현장 인근에서 촬영된 사진 4장을 실었다. 이 사진들은 무인항공기가 공중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 관측선이 발사현장 인근에서 촬영한 것이다. 조선국방과학원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할 때마다 발사현장 인근에 관측선을 배치한다. 그렇게 해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출수, 도약, 공중점화, 상승비행 등을 정확히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조선의 언론매체에 실린 사진 4장 중에서 8.24영웅함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 1장이 눈길을 끈다.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임무를 수행한 8.24영웅함이 해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함교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그 사진을 유심히 관찰하면, 8.24영웅함 함교 상판에 미사일수직발사관 덮개 1개가 열려있는 것이 보인다. 미사일수직발사관 덮개가 1개만 보이는 것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1발만 탑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날 시험발사된 2발 중에서 제2탄은 8.24영웅함이 아닌 다른 잠수함에서 발사된 것이 분명하다. 8.24영웅함이 해수면 아래서 제1탄을 발사한 때로부터 약 1분 뒤에 미확인 잠수함이 해수면 아래서 제2탄을 발사한 것이다.
해수면 아래에 내려가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제2탄을 발사한 뒤에 어디론가 사라진 조선의 미확인 잠수함은 어떤 잠수함이었을까? 이 흥미로운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를 검토해보자.
한국군 합참본부가 이전에 언론매체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8.24영웅함의 함체길이는 67m이고, 함체지름은 7m이며, 수중배수량은 2,000t이다. 8.24영웅함은 2,000t급 잠수함이다.
만일 3,000t급 잠수함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50m 이하 수심까지 잠수하여 미사일을 사출할 수 있지만, 8.24영웅함 같은 2,000t급 잠수함은 그처럼 깊이 잠수하여 미사일을 사출하지 못하고 얕은 수심에서 미사일을 사출한다.
깊은 수심에서 발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바닷물의 엄청난 수압을 뚫고 사출되어 위로 솟구쳐 올라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잠수함 내부에 설치된 미사일수직발사관 안에서 매우 강력한 고압가스를 분사해서 무거운 탄체를 위쪽으로 힘껏 밀어 올려야 한다. 그런데 8.24영웅함처럼 크기가 작은 2,000t급 잠수함 내부에서 강력한 고압가스를 분사하면, 함체가 흔들리거나 최악의 경우 함체가 아래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그래서 2016년 8월 24일 8.24영웅함은 수심 10~15m까지만 잠수하여 북극성-1형 잠수함발사전략탄도미사일을 사출했었다.
수중사출심도가 10~15m밖에 되지 않는 2,000t급 잠수함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해수면 가까이 부상할 때, 적의 해상초계기, 대잠헬기, 수상함에 발견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2,000t급 잠수함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미사일공격잠수함이 아니라, 중어뢰를 발사하는 어뢰공격잠수함으로 운용된다. 수중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잠수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최소 3발 이상 탑재하는 3,000t급 이상의 잠수함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00t급 8.24영웅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사용되는 특수잠수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8.24영웅함이 시험발사용 특수잠수함이라고 해서, 조선이 보유한 2,000t급 잠수함은 8.24영웅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군이 2014년에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대외비 문건을 인용, 보도한 <신동아> 2020년 1월호 기사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이 함체길이가 67m인 조선의 신형 잠수함을 처음 포착한 때는 2014년 7월이었다고 한다. 조선이 보유한 2,000t급 잠수함의 함체길이가 67m이므로, 미국 정찰위성은 2014년 7월에 2,000t급 잠수함을 포착했던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조선이 2014년 7월에 이미 2,000t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신동아> 보도기사에 따르면, 조선은 잠수함을 해마다 1~2척씩 건조한다고 한다. 그런 건조속도라면 2014년 이후 지금까지 7년 동안 2,000t급 잠수함 약 10척을 건조하여 실전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방영한 기록영화 ‘위대한 령장(31) - 사랑과 믿음’에는 2,000t급 잠수함 5척이 나란히 정박되어 있는 잠수함기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들어있다.
그렇다면, 2021년 10월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미확인 잠수함은 8.24영웅함과 동급인 2,000t급 잠수함이었을까? 2,000t급 잠수함 2척이 함께 출동하여 1분 간격으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각각 1발씩 발사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16년 8월 24일 8.24영웅함에서 시험발사된 북극성-1형의 함체지름은 약 1.2m이므로, 그 미사일이 발사된 수직발사관의 지름은 1.2m보다 약간 길다. 그런데 이번에 8.24영웅함에서 시험발사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함체지름은 약 0.8m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번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8.24영웅함 수직발사관의 지름이 40cm 남짓 축소된 것이다.
이번에 시험발사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서 그런 축소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2021년 10월 11일 평양에서 진행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전시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하단부에는 격자형 날개(grid fin) 4개가 달려있었는데, 이번에 시험발사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하단부에는 격자형 날개가 없고 평면꼬리날개(planar tail fin) 4개가 달려있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들 중에 격자형 날개가 달린 미사일도 있고, 평면꼬리날개가 달린 미사일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날개를 달아놓은 것일까?
원래 조선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국방발전전람회에 전시된 것처럼 격자형 날개가 달린 미사일이다. 조선에서 생산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는 모두 격자형 날개가 달려있다. 그러므로 평면꼬리날개가 달려있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이번 시험발사를 위해 날개를 변형한 1회용 미사일이다. 다시 말해서, 8.24영웅함 수직발사관을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탄체지름에 맞춰 약 40cm 축소하는 과정에서 격자형 날개를 떼고 평면꼬리날개를 달아놓은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번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수중에서 발사하고 어디론가 사라진 미확인 잠수함은 8.24영웅함과 동급인 2,000t급 잠수함이 아니라 3,200t급 잠수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이 실전배치한 3,200t급 잠수함은 미사일수직발사관 6문과 533mm 중어뢰발사관 8문을 설치하여 무장력을 결정적으로 강화한 공격잠수함이다.
4. 위성감시망 따돌린 8.24영웅함의 유인전술
익명의 소식통이 전한 말을 인용한 2021년 10월 21일 <중앙일보>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은 8.24영웅함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신포의 잠수함기지에서 출항하여 바다로 나가는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신포의 잠수함기지는 함경남도 신포에 있는 신포조선소에서 마주보이는 큰 섬 마양도에 건설된 잠수함기지를 뜻한다. 마양도는 동해의 여러 섬들 가운데 울릉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큰 섬에는 큰 잠수함기지가 있기 마련이다. 마양도 잠수함기지는 해상잠수함기지와 지하잠수함기지로 구분되는데, 조선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잠수함기지다. 그래서 미국 정찰위성은 마양도 잠수함기지를 상시적으로 감시한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조선인민군 잠수함부대는 기만전술로 미국의 위성감시를 교란한다. 진짜 잠수함처럼 생긴 가짜 잠수함을 만들어 잠수함기지에 정박시켜놓고 주기적으로 위치를 바꾸는 기만전술이다. 이 기만전술에 걸려들면, 조선 잠수함이 출동한 이후에도 미국군은 가짜 잠수함들이 여전히 정박되어 있는 것을 보고 진짜 잠수함이 출동한 것을 모른다.
한국군은 그런 기만전술을 당할 수 없다.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2021년 10월 25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이 운용하는 저급한 위성은 조선인민군 잠수함부대가 만들어놓은 가짜 잠수함이 어느 것인지 식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선 잠수함의 입출항을 감시하는 일은 “전적으로” 미국 정찰위성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정찰위성이 상시적으로 감시하기 때문에, 마양도 잠수함기지에서 출항하는 잠수함은 미국의 위성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지하잠수함기지 안에서 잠수하여 밖으로 나간다.
8.24영웅함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시각은 오전 10시 17분쯤이었고, 그 잠수함이 신포조선소 정박장으로 복귀한 때는 그날 저녁이었으므로, 8.24영웅함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다에 나가 있었던 것이다. 그날 8.24영웅함이 수행해야 할 임무는 시험발사였으므로, 오전에 시험발사를 마쳤으면 곧바로 복귀했어야 정상인데, 왜 저녁까지 바다를 돌아다녔을까?
주목되는 것은, 8.24영웅함이 아침에 마양도 잠수함기지에서 출항하여 시험발사임무를 수행하고 바다를 항해하다가 저녁에 신포조선소 정박장으로 복귀할 때까지 미국 정찰위성이 그 잠수함을 계속 미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미국 정찰위성이 자기를 미행,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8.24영웅함이 잠수항해와 부상항해를 교차적으로 반복하여 자기 위치를 고의적으로 노출하면서 바다에서 오랜 시간 동안 돌아다닌 것은, 위성감시가 자기에게 집중되도록 미국 정찰위성을 계속 유인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왜 그랬을까?
8.24영웅함이 자기 위치를 고의적으로 노출하여 미국 정찰위성을 유인한 것은, 위에 서술한 3,200t급 잠수함이 위성감시망을 회피하도록 도와준 엄호행동이었다. 다시 말해서, 8.24영웅함이 고의적인 부상항해로 미국 정찰위성을 유인하는 동안 미확인 잠수함은 잠수항해로 은밀히 시험발사구역에 당도할 수 있었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이 개발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2,000t급 잠수함이 아니라 3,200t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것이므로, 3,200t급 잠수함은 수중에서 그 신형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시험발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했는데, 이번에 미국 정찰위성을 감쪽같이 따돌리면서 수중시험발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미국군은 조선인민군 잠수함부대가 펼치는 기상천외한 기만전술, 유인전술, 매복전술을 당하지 못한다.
5. 세계적인 잠수함강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조선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제7기 사업총화보고를 하면서 지난 5년 동안 “중형 잠수함 무장현대화 목표의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시범개조하여 해군의 현존 수중작전능력을 현저히 제고할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았다고 언명하였다. 김정은 총비서가 언명한 것처럼, 지금 조선에서는 기존 중형 잠수함의 수중작전능력을 현저히 제고시킬 목표 아래 중형 잠수함들을 개조하고, 현대화하는 대규모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잠수함을 어떻게 개조하고, 현대화하는 것일까? 조선에서 가장 현대적인 잠수함건조시설을 운영하는 신포조선소는 1,830t급 잠수함(로미오급 잠수함)들을 3,200t급 잠수함으로 개조했고, 현대화된 각종 잠수함 장비들을 3,200t급 잠수함에 장착, 설치했다. 2019년 7월 22일 김정은 총비서가 신포조선소 잠수함건조시설을 방문하여 살펴본 중형 잠수함이 바로 그 3,200t급 잠수함이다.
2017년 9월 14일 일본 <도꾜신붕> 보도에 따르면, 조선에서는 1,830t급 함체를 3,200t급 함체로 확장, 개조한 것만이 아니라, 신형 고성능엔진을 장착했고, 신형 공기불요추진장치(air-independent propulsion)를 설치했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3,200t급 잠수함에는 신형 항법장치와 신형 무선통신장비가 설치되었고, 수중소음억제장치와 미사일수직발사관 6문이 설치되었다. 다시 말해서, 1,830t급 잠수함을 확장, 개조하여 재생된 3,200t급 잠수함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6발을 탑재하고, 신형 고성능엔진을 장착하고, 신형 공기불요추진장치, 신형 항법장치, 신형 무선통신장비, 신형 수중소음억제장치 등을 설치한 최첨단잠수함으로 몰라보게 변모된 것이다.
신형 고성능엔진을 장착했다는 말은 수중기동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뜻이고, 신형 공기불요추진장치를 설치했다는 말은 수중작전시간이 훨씬 길어져 28일 동안 해수면 위로 전혀 부상하지 않고 수중작전을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이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했다는 말은 공격력이 대폭 증강되었다는 뜻이다.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6발이 3,200t급 잠수함에 탑재되었으므로, 조선인민군 잠수함대의 수중작전능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폭 강화된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매체 <38노스(North)>가 3,200t급으로 개조된 잠수함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신형 잠수함”이라고 하면서 처음 보도한 때가 2014년 10월 20일이었으므로,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조선에서는 기존 1,830t급 잠수함을 3,200t급 잠수함으로 개조해온 것이다.
그런데 잠수함을 건조하는 속도가 매우 빠른 조선에서 1,830t급 잠수함을 3,200t급 잠수함으로 개조하는 사업을 지난 7년 동안 추진해왔으면서도, 왜 아직 완료하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조선이 개조해야 할 1,830t급 잠수함이 꽤 많기 때문이다.
조선은 1973년부터 1975년까지 중국에서 1,830t급 잠수함 7척을 수입했고, 1976년부터 1995년까지 1,830t급 잠수함 26척을 자체로 건조했다. 1985년 조선의 1,830t급 잠수함 1척이 사고로 침몰했다.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지 <국방(National Defense)> 2008년 4월호 기사에 따르면, 조선은 1,830t급 잠수함 32척을 보유하였다고 한다.
2020년 7월 1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신포조선소에 건설된 대규모 잠수함건조시설에서는 3,200t급 잠수함 3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고 한다. 신포조선소에서 1,830t급 잠수함을 연간 3척씩 개조한다고 해도, 32척을 전부 개조하려면 11년이나 걸리는데, 그런 작업속도라면, 2021년 10월 현재 약 21척이 개조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8월 25일 당시 국방장관 정경두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조선이 1,830t급 잠수함을 3,200t급 잠수함으로 개조하는 사업과 동시에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선에서 건조되는 신형 잠수함은 어떤 잠수함일까?
한국군 당국의 정보를 인용한 2020년 9월 2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선에서 4,000~5,000t급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는 정황들이 포착돼 한국군 군사정보기관과 미국군 군사정보기관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10월 7일 서욱 국방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선이 4,000~5,000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이 개발, 완성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들인 북극성-3형, 북극성-4형, 북극성-5형은 탄체길이는 각각 10m 남짓한 미사일들이다. 탄체길이가 10m 남짓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려면, 함체지름을 그보다 약간 길게 설계해야 한다. 함체지름이 10m보다 약간 긴 잠수함은 7,000t급 핵추진잠수함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에서 4,000~5,000t급 신형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다는 한국군 당국의 판단은 오류다. 지금 조선에서는 7,000t급 핵추진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의 무기개발사업에 정통한 조선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2019년 11월 7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2009년 10월부터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몇 가지 부품들을 해외에서 수입해왔고, 북극성-5형을 탑재하는 핵추진잠수함을 2022년까지 건조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제7기 사업총화보고를 하면서 “새로운 핵잠수함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히고,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을 당대회에 상정했다. 조선은 당대회 결정사항을 무조건 관철해야 하므로, 핵추진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하는 과업은 머지않은 장래에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0월 22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폐막식 연설에서 박정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은 “이미 거둔 성과를 발판으로 하여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발전전략의 목표들을 최단기간 내에 점령”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이 앞으로 5년 안에 잠수함개조사업을 완료하여 최첨단 수중작전능력을 구비한 3,200t급 잠수함 32척을 보유하고, 거기에 더하여 7,000t급 신형 핵추진잠수함까지 보유하면, 조선은 세계적인 잠수함강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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