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손준성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심문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추후 손 검사에 대한 조사와 증거 보강 등을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출범한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의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신병 확보에 나선 이유에 대해 "10월 4일 처음 소환을 통보한 이후 계속된 일정 조율 과정에서 손 검사 측이 보여준 일관된 불응 태도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체포영장 재청구를 통한 출석 담보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처음 손 검사에게 조사일정을 통보한 날은 지난 4일인데, 손 검사는 이날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계속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출석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았던 손 검사의 태도를 고려했을 때 마지막으로 약속한 22일에도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앞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 200조의2 제1항에는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을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피의자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를 기각했고, 손 검사는 공수처의 우려대로 22일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공수처는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통해 법관 앞에서 양측이 투명하게 소명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처리 방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손 검사의 변호인은 "손 검사는 10월 초부터 공수처와 출석 일정을 조율함에 있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사실과, 그를 위해 변호인 선임 중이라는 사실을 수차례에 걸쳐 명백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며 "21일에야 변호인이 선임됐고, 11월 2일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공수처에 명시했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공수처가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게 손 검사 변호인의 주장이다.
'고발 사주' 의혹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최강욱·황희석 등 범여권 정치인에 대한 형사고발을 검찰이 사주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건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다.
사건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 중이던 손 검사는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 자료 수집 등을 지시하고, 고발장을 검사 출신인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이런 의혹은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조성은 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자료를 주고받은 기록과 녹취록 등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김 의원이 조 씨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로 전달한 고발장과 각종 자료에는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돼 있었다는 점에서, 김 의원이 소통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이거나 손 검사와 가까운 인물이라고 강하게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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