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은 "공익제보"라 주장했지만... 법조인들 "공익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당대표 후보 자격으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
ⓒ 국회사진취재단 |
"정당과 국회의원은 공익신고의 대상으로 이에 대한 공익제보를 마치 청부 고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다."
윤석열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유력 대권주자를 향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해당 고발장의 전달자로 전해진 김웅 의원은 지난 2일, 이를 "공익제보"라고 해명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검사가 건넨 고발장과 관련 자료들이 과연 공익제보 혹은 공익신고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당장 피고발인으로 지목됐던 이 중 한 명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익제보"는 "검사가 검사 출신 야당 (총선)후보에게 여권 정치인에 대한 음해성 고발장을 대신 써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법률용어"라며 비꼬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검찰이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장 초안을 만들어 야당에 제공하는 것이 '공익제보'라고?"라고 꼬집었다.
공익제보 대상도 아니고, 공익제보 받을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공익제보를 규정하고 있는 법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이다. 이들 법에서 규정하는 부패행위와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신고가 법적인 공익제보다.
공익침해행위는 크게 ▲건강 ▲환경 ▲안전 ▲소비자 이익 ▲공정경쟁 등 5개 분야에 관한 행위로 규정돼 있으며 관련 법도 식품위생법, 폐기물관리법, 위험물안전관리법 등이다. 공직선거법(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담은 이번 고발장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부패행위는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공공기관의 예산사용, 공공기관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또는 공공기관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체결 및 그 이행에 있어서 법령을 위반하여 공공기관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 ▲부패행위나 그 은폐를 강요, 권고, 제의, 유인하는 행위 등이다.
이 역시 고발장 내용과는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우선 피고발인들이 '공직자'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역시 당시에는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후보였을 뿐이며, MBC와 <뉴스타파>에 소속된 언론인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공직자는 아니다.
문제는 또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 공익신고를 할 수 있다"라며 ▲공익침해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기관·단체·기업 등의 대표자 또는 사용자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지도·감독·규제 또는 조사 등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나 감독기관 ▲수사기관 ▲위원회 ▲그 밖에 공익신고를 하는 것이 공익침해행위의 발생이나 그로 인한 피해의 확대방지에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등으로 접수자를 정해뒀다.
이 법률의 대통령령에는 국회의원도 접수자로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 김웅 의원은 서울 송파갑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 신분이었고,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이전이다. 김웅 의원이 해당 내용을 당 법률지원단에 넘겼다고 했지만, 정당 자체는 공익신고 접수기관으로 보지 않는다. 법 개정을 추진하며 정당도 포함시키려 한 적이 있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아직 제외돼 있다.
국회의원은 해당 공익신고를 법률에 따라 법에 정하는 기관 중 한 곳(예컨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보내거나, 혹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보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보낸 경우든 보내지 않은 경우든 해당 사실을 공익신고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시 지도부가 전혀 인지 사실을 몰랐고, 법률지원단 역시 공식적으로 이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본다면, 사안의 성격, 신고 접수자, 신고 처리 절차 등 모든 면에서 공익제보와 거리가 멀다.
"공익제보라 보기 어려워... 정치적 수사조차 못 된다"
큰사진보기 | |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 |
ⓒ 국회사진취재단 |
김웅 의원이 말한 공익제보가 법률에서 정하는 협의의 공익신고가 아니라, 공익을 목적으로 한 광의의 제보를 모두 포함한 것이라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활동한 바 있는 한 변호사는 3일 <오마이뉴스>에 "검찰에서 고발장을 대신 써주고 정당에 전달하는 행위는 듣도 보도 못했다"라며 "세상 어느 누가 고발장을 공익신고라고 주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성폭력이나 부정청탁 등의 잘 알려지지 않은 비위행위를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알릴 수 없을 때, 피해자나 내부고발자가 하는 것이 공익제보"라며 "이미 공개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을 지적하는 게 어떻게 공익신고가 되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다른 법조인 역시 "현직 검찰총장과 검찰총장의 부인 그리고 검찰 고위간부의 명예훼손 상황 자체가 기본적으로 공익적 사안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라며 "스스로 구제할 능력이 없는 이들도 아니고,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유불리가 갈리는 사안을 특정 정당에 고발해 달라고 보내는 것을 공익제보라 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쓰는 수사라고도 하기 어렵다"라는 것.
나아가 개정된 검찰청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6대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검찰이, 대신 고발장을 써서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에 전달했다면 그 자체로 비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감찰을 지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