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2021-09-06 06:02
래미안퍼스티지‧아크로리버파크반포 평균 9억원
"저소득계층 위한 제도 개선 필요"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공급 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입주할 수 있어 '로또 전세'로 불려왔지만, 이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서는 전세금 10억원을 넘는 곳들이 등장하면서 '서민이 없는 서민주택'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초 서민 주거안정이란 취지에 맞게 공급 면적과 거주가 소득기준 조정 등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서민이 살수 없는 장기전세주택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이달 9일부터 제40차 장기전세주택 1900가구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상 단지는 19개 지구 53개단지로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과 강동리엔파크13단지, 보라매자이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됐다.
장기전세 주택은 지난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처음 도입한 공공임대주택이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시행 당시 시세 80% 이하로 최장 20년을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하지만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를 중심으로 시프트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애초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의 공급가격은 10억 100만원으로 가장 최근 거래금액인 14억 7000만원의 약 68% 수준이다.
작년 말 입주자를 모집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 공급가격(7억3500만원)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전셋값이 2억 7000만원 오름 셈이다.
소형도 예외는 아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의 공급가격은 8억 3000만원으로, 지난해 6억 1250만원에 공급된 것보다 보증금이 2억원 넘게 상승했다.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면적 59㎡는 보증금 6억 6950만원에 공급된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양천구 목동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의 공급가격은 6억 5000만원이다.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전세가격인 6억 4345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강동구 강일동 강동리버스트6단지 전용면적 59㎡의 올해 공급가격은 3억 4450만원으로, 작년 말 공급가격(2억 5725만원)보다 33.9% 급등했다.
◆ 서울 전셋값 '불장'…1년 새 1억 6000만원 상승
장기전세임대주택 공급가격이 급등한 것은 올해 급등한 전셋값 영향에 따른 것이다. 서울 전체의 중위 전셋값은 지난해 8월 4억 6876만원에서 6억 2648만원으로 약 1억 6000만원 올랐다. 지난 1년간 34% 상승했다.
강남의 경우 5억 4746만원에서 7억 3606만원으로 1억 9000만원이 올랐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늘어났고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도 높아졌다는 정부의 자화자찬과 시장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3억1149만원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지난 6월 처음으로 3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매달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거래량은 감소 추세다. 지난달 서울 주택 거래량은 1만1014건으로 집계됐다. 6월(1만1721건)과 비교해 약 6% 감소했고,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58.7% 급감했다.
거래 감소 현상은 전월세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의 전월세 거래량은 총 6만 1993건으로 집계됐는데, 6월(6만 4345건)과 비교하면 3.7% 줄어들었다.
◆ 세전 수입 299만원 넘으면 청약 기회 없어
전셋값 급등으로 인해 시프트 공급가격이 급등해 당초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장기전세 입주 소득 기준은 공급가격이 아닌 면적으로 설정돼 있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전용 60㎡ 이하는 100% 이하, 전용 60㎡ 초과~85㎡ 이하는 120%, 85㎡ 초과는 150%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 강남 전용 59㎡ 장기전세 가격이 비강남권 전용 84㎡의 2배가 넘어서지만, 소득 기준은 동일한 것이다.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소득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웬만한 맞벌이 부부들은 소득기준에서 떨어진다", "장기전세주택 소득기준을 충족하는 사람 중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8억 3785만원)의 청약자격을 보면 도시근로자의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에 불과하다. 3인가구(태아 포함) 기준으로 월 소득이 624만 520원 수준이다. 전용 84㎡는 소득기준을 좀 더 완화해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20%까지 신청할 수 있다.
여기에 토지와 건축물 합산 가액 2억 1550만원이 넘는 부동산을 소유해서는 안 되고 3496만원 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해서도 안 된다. 이 정도 재산 조건을 충족하는 평범한 직장인 등이 시프트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시프트 공급 면적이나 소득기준 조정 등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프트는 임대가구와 분양가구를 구분하지 않은 소셜믹스로 돼 있어서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면에서는 좋은 제도이나 서민 주거안정이나 전세시장 안정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며 "공급면적을 전용 60㎡ 이하로 줄여 공급가를 낮추거나 소득기준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ymh753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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