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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9일 목요일

‘대리점주가 택배노조 간부에 상납’ 조선일보 보도에 택배노조 “허위보도 억울”

 “악마의 편집과 가짜정보로 택배노조 도덕성 흠집 내는 조선일보, 법적 책임 물을 것”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9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가슴킥’ 택배노조 간부, 대리점주들에 상납금 받아왔다〉

2년 전 택배노조 조합원·간부와 비조합원 사이에 벌어졌다가 화해·합의가 끝난 폭행 사건을 앞뒤 맥락을 잘라 자극적으로 다시 보도해 논란을 일으킨 조선일보가 8일자로 낸 후속기사의 제목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택배노조 간부가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가하면서 대체인력 비용을 대리점주들에게 ‘상납’ 받았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상납’이란 윗사람에게 돈이나 물건을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택배노조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격이다. 기사 제목의 ‘상납금’이라는 표현은 뒤늦게 ‘대타 인건비’라는 표현으로 수정됐지만 내용은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사에 대해 택배노조는 “억울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택배노조는 앞서 보도된 폭행 사건처럼 이 역시 앞뒤 맥락을 무시한 “명백한 허위보도이자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대리점장들은 ‘그런 사실 없다’고 했는데, 조선일보는 왜곡 보도”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9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기자가) 이 기사를 쓸 때 해당 대리점장들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한다”며 “돈을 상납했다고 지목된 한진택배 광주터미널 4명의 대리점장들이 이 이 같은 사실을 우리 노조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경기도 광주시의 한진택배 대리점주(대리점장) 8명이 올해 1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록을 입수했다며 이를 공개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대화방 참가자 중 절반이 ‘상납’ 같은 걸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조선일보 기사에 담기지 않았다.

진 위원장은 대리점장들이 택배노조 간부를 지원한 건 ‘상납’이 아니라 오히려 택배노조와 대리점이 원청에 함께 대응하는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진 광주터미널은 매우 열악한 작업환경에 놓여있는 터미널이다. 대리점장들과 택배기사들이 본사에 이에 대한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전혀 변하지 않았고, 이에 기사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본사는 부리나케 작업환경을 개선하기에 이른다”며 “이를 본 대리점장들이 노조에 우호적인 생각을 갖게 됐고, 이에 따라 자신의 배달도 하지 못하고 신생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노조 간부에게 당일 일을 하지 못한 택배를 대체배송시키는 비용을 회당 5만원씩 걷어서 총 3회 지원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이를 ‘상납’이라고 하는 기사가 나왔다. 이 기사가 문제 될 거 같으니 새벽 3시쯤 조선일보는 ‘상납’이라는 표현을 슬그머니 수정하더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하지만 그 기사로 인해 택배노조는 국민들에게 상납이나 받는 범죄자로 낙인 찍혔다. 정말 억장이 무너진다”며 “노조에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힌 상황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는지 명백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앞서 나온 폭행 사건에 관한 보도가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7일 〈비노조원에 헥토파스칼 킥 날린 ○○○ 택배노조 부위원장〉(실제 기사에서는 실명 거론) 등의 제목으로 2년이나 지난 사건을 8초짜리 영상을 통해 보도했다. 조선일보 기사에 실린 ‘8초짜리 영상’에는 흥분한 택배노조 간부 한 명이 김 모 씨를 향해 물건을 던지고, 그를 발로 차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대해 진 위원장은 “피해자(김 씨)가 가해자(택배노조 간부)를 향해 망치를 먼저 든 CCTV 동영상이 있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가슴을 차는 행동 이전에 피해자가 먼저 가해자를 향해 택배를 집어 던지는 행위도 있었지만 조선일보는 교묘하게 앞뒤를 자르고 8초짜리로 편집해 택배노조 간부의 폭력성만 부각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피해자로 지목된 김 씨도 해당 사건이 갑자기 이슈화되고 있는 데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진 위원장은 “더욱 문제는 택배현장의 CCTV는 도난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원청 택배사가 철저히 관리, 통제하고 있다”며 “조선일보가 이런 CCTV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5분이 넘는 영상을 누가 8초만 잘라 ‘악마의 편집’이라고 할 정도의 편집을 했는지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배노조에 대한 막무가내 비난성 보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3일자 기사에서 '비조합원인 여성 택배기사를 조합원들이 욕설과 성희롱으로 쫓아냈다'는 보도를 한 데 이어 9일자 기사에서 당시 장면이 찍힌 영상을 공개하며 비판을 이어나갔다. 올해 2월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진 위원장은 “사실과 정반대”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리점 소장이 조합원 기사를 부당해고한 후 그 자리에 자기가 아는 여성 택배기사를 ‘대체 기사’로 채용한 것”이라며 “당연히 그 자리를 (택배노조가) 지키려고 하다가 그 과정에서 서로 다툼이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대리점 소장이 뽑은 여성 택배기사가 우리 조합원을 폭행했다”며 “그 여성 택배기사가 조합원을 폭행한 대가로 병원비를 지불하고 양측은 고소·고발을 취하한 사건”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대리점 소장이 부당해고 판정이 내려지기 직전에 부당해고를 스스로 인정하고 (조합원을) 복직시켰다”며 “그래서 여성 택배기사는 일할 자리가 없어서 나가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성희롱과 집단괴롭힘이 있었고 폭행 때문에 여성 택배기사가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나갔다고 (조선일보는) 주장했다”며 “도저히 억울해서 못 살겠다”고 토로했다.

“택배현장은 법조항 하나 없는 비상식적인 곳, 치열한 투쟁 과정에서 문제 발생”
“악마의 편집과 가짜정보로 도덕성 흠집 내는 조선일보 용납할 수 없어”

택배노조 내 일부 조합원의 폭력성을 과도하게 부각시키는 류의 보도는 경기 김포의 한 대리점주가 택배노조 조합원들의 집단괴롭힘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택배노조는 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고 대책도 제시한 바 있다. 택배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기도 했다.

택배노조는 대리점과의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언행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근본 문제가 외면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되레 왜곡하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진 위원장은 “지금까지 택배현장은 법조항 하나 없고 매뉴얼조차 하나 없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 현장이었다”며 “까닥하면 우리 택배기사들은 해고를 당했고 지금도 위협 당하고 있다. 툭하면 내 구역을 빼앗아가고, (택배기사들에게) ‘갑질’하고 폭언하는 비상식적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이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노조도 잘못이 있었다. 폭언 등이 있었던 것을 다 인정한다. 노조는 앞으로 이런 일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현장지침을 만들고 있다. 노조 규약에 대리점 등에 폭언하는 것은 엄중한 징계로 다스리겠다는 조항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 위원장은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들을, 또는 악마의 편집을 통해서 교묘하게 (택배노조의) 도덕성에 흠집 내는 행위를 수십 건의 보도를 통해 한 조선일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택배노조는 내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선일보의 허위보도, 왜곡보도, 가짜보도에 대해 제소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 대해서 민·형사상 고소·고발로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석운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조선일보를 향해 “택배노조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생각에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냐”라며 “허위보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택배기사들을 응원하는 시민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택배노조가 (대리점주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도 하고 애도도 표했는데, 마치 ‘이때다, 잘 걸렸다’ 싶어 달려들어서 택배노조 전체가 엄청 문제인 것처럼 과장하고, 하지도 않은 일을 한 것처럼 기사를 쓰면 이건 폭력”이라며 “언론이 공기가 아닌 흉기로 전락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기완 진보당 공동대표 역시 “조선일보는 반노동 신문”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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