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어 교원들을 만난 적이 있다. 한국어 교재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국어 학습을 위한 교재들이 기본적인 어휘를 잘 갖춰 만들다 보니, 가르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 예로 든 것이 ‘상’과 관련된 표현이다. 식사 준비를 하는 기본 표현으로 ‘음식을 차리다’라는 말은 있지만, ‘상을 차리다’라는 관용적 표현을 교재로는 가르칠 수 없어 아쉽다는 것이다.
우리는 며칠 전 추석에도 조상님들을 위한 차례상을 정성을 다해 차렸다. 가족이 모여 제를 올린 뒤, 상을 물리고 가족들의 식사를 위한 상을 차린다. 상을 다시 치우고는 온전히 가족들과 둘러앉아 즐길 다과상을 낸다. ‘상을 차리다, 상을 물리다, 상을 치우다, 상을 내다’ 등의 표현은 우리말에서 아주 오래되었다. 음식을 올려놓는 ‘상’이라는 명사가 ‘차리다, 물리다, 치우다, 내다’와 같은 동사와 어울려, 긴밀하게 연어 관계를 형성한다. 그런데 식탁에 음식을 차리는 문화가 익숙한 요즘 한국 사회 구성원들에게 ‘상’이란 어휘는 좀 멀어진 듯도 하다.
국제결혼으로 이주해 온 여성들은 아직 남편 중심적인 생활문화가 남아 있는 지역에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중요하다. 갓 결혼해 온 여성 이민자에게 한국인 남편이 말하는 ‘상 차려라, 상 물려라’라는 말은 어려운 한국어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국인들이 먼저 배워야 할 기본 어휘와 표현을 교재에 담는다. 다만 여성 결혼 이민자가 겪는 생활 속 표현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상차림’ 문화처럼 좀 더 현실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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