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한겨레, ‘여성혐오’ 악용하는 정치권, 여성들이 ‘페미’ 사상검증 당하는 분위기 지적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언론계 거센 비판 이어져
-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 승인 2021.08.05 07:12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지난달 30일 당 지도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기습 입당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이 대표가 서울 용산 동자동 쪽방촌 봉사활동에 대선경선 주자들과 함께 하려 했지만 윤석열 후보 등 주요 주자들이 불참했고 이를 5일자 대다수 신문에서 다뤘다. 5일 국민의힘은 당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과 전체회의를 예정했지만 윤 후보는 이날부터 휴가에 들어가 갈등국면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조선일보에는 이들간의 갈등이 지면에 담기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정치권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여성혐오를 이용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숏컷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의 수준이 드러났지만 정치권이 페미니즘을 악용한 건 이번 뿐이 아니다. 한겨레도 사적·공적 공간 가리지 않고 여성들에게 사상검증하는 이러한 분위기를 비판했다.
여당이 8월 중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5일자에도 신문들이 이에 대한 거센 비판을 실었다. 피해구제를 위한 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언론에선 현 정권과 관련 인사들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윤석열 격화하는 갈등국면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간 갈등은 국민의힘 입당에서부터 가시화됐다. 이 대표가 지방일정을 수행해 당사를 비운 가운데 윤 후보가 입당해 일각에선 ‘기습 입당’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지난 4일 이 대표가 기획한 쪽방촌 봉사활동에도 나타나지 않자 5일자 신문들은 이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유력 주자들 불참…김빠진 국민의힘 경선 예비소집”에서 윤석열, 최재형, 유승민, 홍준표 등 주요 주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 대표가 “국민께서 의아해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날 대선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후보의 경우 배우자가 대신 봉사활동에 참석했다.
동아일보 “이준석 기획 ‘합동 봉사활동’, 野1~4위 주자 불참”, 서울신문 ‘윤석열, 대선주자 쪽방촌 봉사 불참 이준석 “뭐가 더 중요한가” 불쾌감’, 세계일보 “당대표 행사 ‘빅4’ 불참…머쓱해진 이준석” 한국일보 “경선 운전대 넘겨줄라…野 빅4 ‘이준석 이벤트’ 패싱” 등 다른 매체들은 이 소식을 다뤘다.
한겨레는 “‘윤석열 저격수’ 김진태 야 후보 검증단장 검토”란 기사를 통해 “‘태극기 부대’의 지원을 받으며 ‘윤석열 저격수’로 활약했던 김진태 전 의원이 국민의힘 산하 경선후보 검증단장으로 검토되면서 ‘윤석열 견제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며 “검증단 출범을 앞두고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에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모양새”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사진기사 “국민의힘, 쪽방촌 자원봉사”로 국민의힘이 자원봉사를 갔다는 사실만 다뤘다. 대선주자와 지도부 간 힘겨루기 모습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유독 윤 후보 보도에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 4일 중앙일보 이철호 칼럼 “위태위태해 보이는 윤석열과 이준석”을 보면 윤 후보가 ‘주 120시간’ ‘대구 민란’에 이어 ‘부정식품’ 발언으로 비판을 받는 가운데 왜 밀턴 프리드먼을 인용한 게 잘못인지 지적했고, 동시에 이 대표가 재난지원금 전국민지원에 합의하는 등의 모습도 비판했다. 야권 1위 후보와 제1야당 지도부 모두에게 쓴소리를 했지만 같은날 조선일보가 윤 후보를 다룬 톤은 달랐다.
같은날 조선일보는 “‘쩍벌·도리도리’ 논란 윤석열, 이미지 컨설팅 받았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그가 발언을 넘어 말투나 자세 등으로도 권위주의적이라는 등의 비판을 받자 이 신문은 “전문가 도움을 받아 교정에 나섰다”며 괜찮아질 것이란 내용만 보도했다.
경향·한겨레, 페미니즘 악용·사상검증 분위기 지적
5일 경향신문은 1면과 3면에 걸쳐 여성혐오와 가부장 문화를 교묘히 이용하는 정치권에 대해 비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관련 논란은 윤석열 후보가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남녀 간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얘기가 있다”,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 한다”고 한 발언, 안산 선수에 대한 사이버폭력 관련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논란은 안산의 남혐 용어 사용” 발언과 이준석 대표의 해당 발언이 “여혐이 아니다”라는 옹호가 있다. 또한 윤 후보 부인 관련 ‘쥴리 벽화’ 역시 여성혐오라는 비판을 받았다.
경향신문은 “정치권이 대선 국면에서 혐오와 차별로 페미니즘을 소비하는 까닭은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데 용이하다는 판단이 우선하기 때문”이라며 “페미니즘 논란으로 표를 얻을 수 있는 특정 계층은 주로 20대 남성인데 20대 여성을 대립각으로 세우며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이대남 일각의 ‘역차별’ 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이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대선 후보들을 비롯해 정치권이 대선 국면에서 페미니즘을 다루는 방식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페미니즘이 성평등을 지향하는 가치라는 점에서 남녀 갈등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코로나19 이후 돌봄·노동·성장 등 사회구조 전반의 변화를 다루는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또 다른 기사에서 2030 여성들이 “(여야 모두) 여성을 대변하는 주자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며 몇몇 2030들이 현 정치권의 페미니즘 악용 흐름을 비판한 발언을 인용했다.
한겨레도 사회면 ‘심문하듯 “너도 페미냐”…과녁이 된 여성들’이란 기사에서 “일상의 사상검증이 계속 축적되면 혐오와 폭력에 노출되는 제2, 제3의 안산 선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성에게는 하지 않는 사상검증 질문(너도 페미니스트냐)을 여성에겐 강요하는 분위기에 대한 비판이다.
한편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겨레 칼럼 “그 청년을 괴물로 만들면 그만일까”에서 안산 선수에 대한 혐오공격 등 관련 “남초 커뮤니티의 여론몰이가 위험하지만 책임은 집단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특정 집단을 괴물로 만들거나 정치자원화하는 식으로 현재의 야단법석을 마름질하는 대신, 모두가 어떻게 연루되었는지 날카롭게 분석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숙의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특히 코로나 이후 악화일로에 있는 불평등이 시한폭탄”이라며 “분배를 생산의 아류가 아니라 21세기 생존과 안전, 공생의 핵심 화두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제도화해야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90년대생이 앞선 세대에 비해 가지는 불안감과 세대갈등, 특히 오피니언 리더이나 사회 주류인 86세대가 자신들에겐 면죄부를 주려는 태도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언론중재법 논란에 거센 비판
한국일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입장을 들었다. 이 신문은 “징벌적 손배제 도입이 언론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비치면서 공영언론의 지배구조 개선 등 해묵은 언론개혁 논의는 한 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라며 “국민 감정에 기대 언론을 ‘징벌’ 대상으로 돌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개혁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 교수는 한국일보에 “징벌적 손배제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나쁜 보도’는 징벌적 손배제를 실시해도 걸리지 않는다”며 “‘나쁜 보도’ 대부분이 누군가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의견 보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팩트를 기반으로 누군가를 고발하는 보도가 그 대상이 되는데 고발 보도는 일반 시민 대상도 아니지 않나”라며 “시민피해 구제를 강화한다는 입법 취지가 의심될 만큼 실제 내놓은 법안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안혜리의 시선’ “재갈을 물려도, 우리는 계속 쓸 겁니다”란 칼럼을 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안혜리 논설위원의 칼럼에 이른바 ‘좌표’를 찍어 자신이 공격을 당했는데 조 전 장관 포스팅에 허위사실이 담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페이스북 댓글은 친구에게만 허용해 메신저를 보내 허위사실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두 차례 요청했지만 무시당했고, 조 전 장관 주장을 인용한 인터넷매체의 보도도 있었다고 했다.
안 논설위원은 조 전 장관에게 ‘SNS 포스팅을 내리지 않으면 법적조치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이후 해당 글이 내려갔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적 고통을 구구절절 쓴 건 민주당이 오는 25일 일방 강행 처리하겠다고 나선 일명 ‘언론통제법’ 얘기를 위해서”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미 이런 식의 교묘한 언론인 괴롭히기가 이어지고 있다. 언론의 자기 검열로 비판의 날이 무뎌져 가는 와중에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한 ‘언론통제법’까지 도입하면 언론의 비판 기능이 얼마나 위축될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차라리 ‘문정권 수호법’이라고 하라” 역시 해당 법이 현 정부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그들(문재인 정부)은 두려운 거다. 검찰을 고분고분하게 만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권력비리 수사를 마비시키고,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까지 모조리 제 사람을 채워 놓고도 불안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 가족 비리 보도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고, 터질 경우 ‘허위 조작정보’로 인격권 침해 또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최고 5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언론사와 기자들은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며 “문 정권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점일 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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