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쌀 추진위, 기후위기 피해 북에 연내 총 53만5천톤 보내겠다
- 이승현 기자
- 입력 2021.08.19 16:51
- 수정 2021.08.1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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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북한의 쌀 부족분 53만5천톤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을 제안하며, 무엇보다 전체 부족분 중 10만톤의 쌀이 추석 전에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이로 인한 1년 반 이상의 국경봉쇄에 더해 최근 함경도 지역 수해가 겹치면서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북에 쌀 부족분 10만톤을 추석 전에 보내자는 민간 차원의 캠페인이 첫걸음을 내딛었다.
'한반도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평화의 쌀 나누기 추진위원회'(평화의쌀 추진위)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한국YWCA연합회 4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북한이 겪고 있는 자연재해는 기후변화에 따른 것으로, 기후변화가 다시 식량위기로 악순환되는 기후위기야말로 한반도 전체가 공조와 협력으로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아 진행한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북측이 식량위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시민사회가 나서 평화의 마음으로 평화의쌀을 나눔으로써 같은 민족으로서 깊은 우정을 나누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 운동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평화의쌀 추진위가 이날 보고한 올해 북한의 식량부족분은 106만톤, 이중 해외 수입량 20만톤을 뺀 86만톤이 실제 부족분이며, 쌀 부족분만 53만5천톤. 금액으로는 약 3,000억원 규모이다.
국민 참여성금과 해외동포, 해외인사들이 참여하는 민간주도 평화사업을 전개하여 추석전 10만톤, 연내 53만5천톤의 평화의쌀을 조성해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참여계좌 : 신한은행 100-025-468182 (사)겨레하나)
서우영 6.15남측위 기획위원장은 이날 "전국의 노동조합 등 대중조직의 자발적인 참여를 조직하고 있으며, 현재 여러 곳에서 참여방법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다"며, "모든 국민이 민족의 미래, 평화를 위해서 긴급재난지원금 34조원의 1%에 해당하는 3천억원을 북녘 동포들과 나누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런 규모의 지원계획은 유래가 없었지만 실제 피해규모가 수치로 확인되기 때문에 그렇게 목표치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북의 식량사정에 대한 통계는 지난 6월 14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북한 2020/2021 식량공급과 수요전망 보고서', 7월 13일 유엔경제사회이사회 고위급 정치포럼에 제출한 'VNR(Voluntary National Review, 자발적 국가리뷰) 보고서' 등을 기초로 파악했다.
이밖에도 7월 28일 미국 우드웰기후연수와 전략위기협회가 공동 발표한 '북한의 중첩되는 위기 : 안보, 안정과 기후변화' 보고서와 같은 날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조사 서비스에서 발표한 '국제식량안보 평가 2021~2031' 보고서를 주목했다.
두 보고서는 2035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북측 서해안 쌀과 옥수수 작황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고, 북 인구 2,590만명 가운데 63.1%인 1,630만명이 식량부족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교회협),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 전국YMCA연맹, 전국YWCA연합회, 흥사단, 겨레하나,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주권자전국회의, 우리민족서로돕기 등이 평화의쌀 추진위 참가단체에 이름을 올렸고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개인들도 함께 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평화의쌀 추진위는 지난 8월 2일 교회협이 유엔과 각국 정부, 세계기구들에게 북한의 식량난과 방역협조를 위해 조건없는 인도주의적 협력을 실천할 것을 촉구하고, 8월 13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성명을 발표해 대북인도적 지원에 종교인들이 먼저 나설테니 시민사회도 적극 동참하라고 호소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번 평화의쌀 나누기 운동에 많은 시민사회가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흥정 교회협 총무는 "전쟁연습을 중단하고 평화의 쌀을 나눔으로써 남북이 교류협력 재개의 계기를 만들자"며, "이웃종단들과 함께 북한 주민과 평화의 쌀을 나누는데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2년 가까이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병란속에서 남과 북은 더 크게 고통받고 있다.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 복구로 생겼던 희망이 한미군사훈련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고 하면서 "남과 북이 나누는 쌀의 의미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분단 현실을 극복하는 일에 꼭 나서고 싶다"고 했다.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은 "그동안 남북과 남북미는 적대시정책 철회와 화해협력 약속을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힘을 합쳐서 남북화해를 이루는 일을 벌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만열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이사장은 "쌀나누기운동은 어려움에 처한 동족을 돕는 것이고 동포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한반도의 문제는 화해정신과 서로의 이해, 교류, 여기에서 뜻이 있다. 이번에 시작되는 일이 화해와 교류를 증진시키는 귀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범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 회장은 "이번 쌀나누기운동에 코리아글로벌피스펀드, 예총, 민예총이 두루 참여한다"며, 많은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김경민 YMCA 사무총장은 평화의쌀 추진위 활동을 남북 당국과 사전 협의했는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정부 당국과 사전 협의는 없었으나, 앞으로는 공간을 열어두고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지만 일이 전개하는 과정에서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남북 통신연락선 재가동 합의 후 한미군사훈련 중단 상황을 염두에 두고 '평화의쌀 나누기'를 추진했으나 곡절 끝에 훈련이 시작되고 통신연락선도 다시 불통되는 등 상황이 나빠진 것을 우려하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판단으로 읽힌다.
당장 한달 남짓 남았지만 추석전 10만톤 쌀나누기는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는, 그 탄력으로 53만5천톤 나누기도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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