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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군 철수 이후에 공산당이 베트남을 장악하는 데에 2년이 걸렸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군의 철수 후 탈레반이 다시 권력을 잡는 데에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탈레반이 이렇게 빨리 아프가니스탄 전국을 장악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미군과 그들이 세웠던 정부의 만행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자코뱅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For Many Afghans, the US Occupation Was Just as Bad as the Taliban
탈레반이 급속하게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하면서 우리 머릿속에 끔찍하고 충격적인 장면들이 계속 떠오르고 있다. 숨어있는 공무원과 언론인을 찾아내기 위해 집을 수색하는 탈레반 전사들, 탈레반이 겨누는 총구에 밀려 몸을 더 가리기 위해 거리에서 내몰리는 여성들, 탈출하기 위해 카불 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수천 명의 절망적인 군중,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리는 사람들, 또 그러다 떨어져 죽는 사람들.
탈레반의 빠른 권력 탈환으로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절반을 훌쩍 넘었던 군대 철수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율도 49%로 떨어졌다.
이에 미국의 호전적인 매파는 재빨리 이런 점을 지적하며 미군이 철수할 것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주둔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의 이라이 레이크는 “2주 전의 상태가 앞으로 올 상황에 비해 훨씬 나았다. 미국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만행을 막기 위해 몇 천 명의 군인은 아프가니스탄에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고 썼고,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은 여성들과 여학생들과 탈레반으로부터 보복 위협을 받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전의 상태가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대안보다 훨씬 나았다”며 “외교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달성할 수 있을까보다는 무엇을 피할 수 있을까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의 진 란게빈 하원의원은 자신이 왜 미군 철수를 반대했는지를 설명하며 미군이 “탈레반의 억압적인 이데올로기 때문에 침해됐던 인권을 위해 싸웠고, 인도주의적인 재앙을 막았다. 아프가니스탄을 버리기로 한 우리의 결정이 가져온 결과가 지금 완전히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첫 시도가 20년이라는 긴 기간 후에 망신스러운 실패로 끝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재수립할 이유로 인권을 꼽으려 한다면, 우리가 지적으로 조금이라도 솔직하려면 미국과 연합 세력이 철수하기 훨씬 이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인권 침해가 만연했고 주범은 바로 그들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위에서도 죽이고 아래에서도 죽이고
미국이 현재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 검찰 측은 미국의 군과 중앙정보국(CIA)가 아프가니스탄 수감자들에게 “고문과 가혹행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만행, 강간 및 성폭력”을 가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얘기는 이미 미국의 관타나모만 수용소에서도 많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수감자들의 고환을 구타하고, 너무 심할 정도로 단식투쟁자들에게 ‘직장 급식’을 자행해 한 구금자가 만성치질, 항문 균열 및 직장탈출증을 보이고 있다.
인권운동계 내에서 미국 정계와 너무 친밀하게 지낸다는 비판을 주로 받아온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에 의하면 이런 식의 만행은 침공 초기부터 미군과 그들의 아프가니스탄 동맹 세력에 의해 저질러졌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04년에 연합군이 아무 죄 없는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을 거칠게 끌고 가는 과정에서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때리고, 욕하고, 죽이기까지 했고 도둑질을 하면서 그들의 집을 파손시켰으며, 이들을 끌고 가서는 관타나모만 수용소식의 대우를 하면서 수일이나 수주 동안 가족에게 그들의 행방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자세하게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가정집의 불가침성이 중시됐던 사회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집에 들이닥쳤다는 것은, 거기에 (이슬람에서 혐오 대상인) 개까지 끌고 와서 수색을 하거나 여성들이 보는 앞에서 집에 들이닥쳤다는 것은 특히 수치스러운 일로 간주됐다.
의도적으로 축소 발표되던 민간인 사망자 수는 위키리크스가 2010년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록’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의 기록이 공개됐는데, 이에 따르면 연합군이 수백 명의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을 죽이고 다치게 했다. 이 기록에는 충격적일 정도로 무모한 사건들이 여럿 부각됐다. 일명 ‘스마트 폭탄’이 오작동으로 한 마을에 떨어져 19명이 사망한 일, 미국의 지휘를 받는 폴란드군이 지침을 어기고 군용 차량이 공격을 받은 곳 인근 마을에 박격포를 쏟아부어 임산부와 3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6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일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마을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무기를 들고 다니는 곳에 들어가면서 미국 소대장이 “무기를 들고 있는 빌어먹을 놈들을 보면 총알을 들이 부어!”라고 부하들에게 말했다고 한 폴란드 군인이 회상하기도 했다.)
전쟁이 계속 되는 동안 이런 일은 우울할 정도로 흔했다. 미국 공습으로 45명이 죽었다, 30명이 죽었다, 마약을 제조하는 탈레반을 목표로 했던 공습으로 또 45명이 죽었다, 결혼식을 공습해 47명이 죽었다. 이런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각각의 사건 모두 탈레반을 목표로 이뤄졌다면서 정당화됐고, 죄없는 남성과 여성 외에도 각각의 사건으로 죽은 아이들의 숫자는 경악할 정도였다.
그들이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를 포함한 여러 반군이 죽인 사람들의 총합보다 많지는 않지만, 미국과 그 동맹세력,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죽인 민간인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연간 평균 582명이었다가,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1100명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2016년 이후에는 공습 사망자의 40%가 아이들이었다.
악명 높은 한 사건에서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을 공격해 본관을 파괴하고 42명의 환자와 직원을 죽였다. 사전에 병원의 GPS 좌표를 받았고 병원 직원들이 공격 도중에 미군에게 연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누가 봐도 전쟁범죄 중의 전쟁범죄였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이 사건에 대한 모든 독립적인 조사를 막았고, 자꾸 다른 해명, 심지어는 서로 모순된 해명을 해댔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결국 합의한 결론은 탈레반이 병원 난간과 베란다 등에서 자기네를 공격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탈레반을 막으면서 치렀던 또 다른 대가 중 하나로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에서 드론 공습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가 됐다.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포함한 각종 심리적 문제에 시달렸고 아이들은 무서워서 밖에서 놀지도 못하게 됐다. 언제고 간에 죽음의 폭탄이 하늘에서 떨어져 본인이 죽거나 사랑하는 이들이 죽는 것을 봐야 한다는 실질적인 가능성 때문이었다.
드론 조종사들이 실수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죽이는 일이 계속 반복됐다. 정밀성과는 거리가 먼 공격이 이뤄지고, 민간인을 반군으로 오인하는 실수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싸울 수 있는 연령대의 남성 모두를 반군으로 치면서 이를 덮어버렸다. 가족 여럿을 드론 공격으로 잃은 한 남자는 “우리는 그들에게 개미 같은 존재”라며 통탄했다.
아프가니스탄의 공군 기지에 주둔했던 다니엘 헤일이 자신을 감옥에 넣은 판사에게 설명했듯, 그는 미군이 죄 없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드론으로 무차별 살해하는 것을 직접 본 후 내부 고발자가 됐다. 탈레반 회원 한 명과 함께 있었다는 죄로 차를 마시던 무장한 농부들이 폭탄을 맞아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흩어졌고, 용의자의 아주 어린 딸이 그의 도주를 막기 위해 드론이 떨어뜨린 폭탄의 파편에 몸이 절단됐으며, 미군과 계약을 맺은 민간 보안요원들이 둘러 앉아 드론 공격 영상들을 보고 죽은 사람들을 비웃으며 친해지는 모습을 그가 직접 본 것이다.
헤일은 “오바마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르는 군중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스나이퍼를 죽이는 것으로 비유하면서 드론을 사용함으로써 테러리스트의 사악한 음모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군중은 하늘을 떠다니는 드론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사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이고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은 나였음을 깨달았다”고 진술했다.
한밤 중의 살인
위키리크스의 2010년 폭로에는 또 다른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국의 특수부대 중 하나가 한밤 중에 목표 대상에 접근해 그를 ‘죽이거나 포획’하는 비밀 임무를 수행하면서 실수로 민간인, 어린 아이, 심지어는 아프가니스탄 경찰까지 죽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과 나토군 최고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털 장군과 그의 후임자 데이비드 퍼트리우스의 지도 아래 이런 특수부대 작전들의 규모가 한층 커졌다. 그리하여 계속 이어지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실종과 신원 오인으로 인한 살해가 미군의 주둔을 규정하는 주요 특징이 됐다.
이들이 죽인 민간인의 수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군과 나토군이 하룻밤에 20건의 임무를 수행하던 2011년 당시의 한 분석에 따르면 그때 이미 그 수가 1500여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게다가 이런 사건 모두가 실수로 이뤄진 사고는 아니었다. 민간인을 죽인 전범들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의 사면이 이어질 때마다 우리에게 상기됐듯,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군인 중에는 진정한 사디스트들이 있어 재미로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고문하고 죽였다.
혼란스러운 철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보도들이 이뤄지면서 최근 들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얘기 중 하나는 그간 가려져 있던 호주 특수부대의 극악무도한 전쟁 범죄들이다. 미국 정부 보고서에서 ‘그들의 왜곡된 문화’ 때문에 일어난 전쟁 범죄들 말이다.
호주 특수부대원들은 가디언에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가 무슨 짓을 했든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미군과 영국군이 훨씬 심했다.” 그리고 미군의 가학적인 문화를 배웠다고 변명했다. 엘리트 특수부대의 만행은 미 해군 특수부대를 이끄는 장교가 “문제가 있다”고 대놓고 인정했을 정도였다. 미 국방부 감찰관이 조사에 착수할 수 밖에 없는 정도였다.
점령군만 만행을 저지른 게 아니다. 이들에게 협조했던 현지인들도 만행을 저질렀다. 미국은 전쟁 내내 폭력적이고 극도로 보수적일 때가 많은 군벌을 지원하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을 하나로 묶고 탈레반만 배척하기 위한 정략결혼이었지만 인권, 특히 여성의 권리를 강조하는 미국 정부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지탱하기 위해 미군이 훈련시켰던 (최근에 모두 무너진) 아프가니스탄 경찰과 군대, 특수부대도 자기 국민을 상대로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기 일쑤였고, 유엔은 해마다 무력충돌 지역의 민간인 보호 보고서를 발표할 때 이를 누락시키면서 묵인했다. 어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들에 대한 성폭력도 만연했는데 미국은 이런 일을 눈감아주라고 군인들에게 명령했다.
이런 성폭력에 대해 알게 된 한 특수부대 대위는 뉴욕타임스에 “우리는 탈레반이 국민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기에, 국민의 인권을 짓밟는다기에 이 곳에 왔는데, 우리는 탈레반이 했던 짓보다 더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권력을 쥐어주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기름으로 불끄기
널리 알려진 이런 역사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지금 갑자기 잊혀지는 건 아이러니다. 이런 역사가 탈레반의 부활에 주도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특히 더 그렇다.
많은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외국 점령군이 세운 부패하고 독재적인 정권을, 그리고 정권이 자행한 자기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살인과 학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당연한 얘기다. 미군이 특허를 낸, 공습을 통한 ‘실수’로 이뤄진 민간인 학살이 이뤄진 후 화난 시위대가 폭력을 휘두르고 ‘미국에게 죽음을’을 외치며 항의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미국이 야간 침입 중에 사람을 죽인 후에도 시위가 벌어졌다. 이는 특히 오바마 정권 때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사촌이 죽임을 당한 후 양국 정부 간에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람들이 한밤 중에 온다. 집에 침입하는데 개도 데리고 온다. 그리고 집에서 여자들을 끌어낸다. 이는 이슬람에 대한 모독이다. 탈레반이 내 집에 숨어 있었다면 나는 당신네들에게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탈레반은 우리 아녀자들에게 불명예를 안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신네 친구들은 그렇다.” 한 아프가니스탄 남성이 2011년 미국 공영방송 PBS에게 한 얘기다.
인권변호사 에리카 가스턴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가장 분개하는 일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그건 밤중에 일어나는 미군의 가정집 급습일 것이다. 한 건의 침입으로 한 사람만 죽어도 지역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격분한다”고 2011년에 말했다.
이런 점은 더 공식적인 사회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한 유엔 보고서에는 “유엔 아프가니스탄 지원단은 강탈과 협박, 위협 등을 그냥 넘어가는 아프가니스탄 현지 경찰의 악행으로 탈레반에 대한 지지가 일부 지역에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이 ‘차악’이라고 점차 생각하게 됐다는 지역들이 있다”는 대목이 있다. 한 전직 미국 외교관도 살해된 탈레반 지도자들은 빠르고 쉽게 대체되고 “한밤 중의 급습을 하면 할수록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분노가 커져서 탈레반에 대한 지지가 높아진다”고 시인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도 야간 급습이 “우리의 둔감함을 악용해 대국민 설득 캠페인을 벌이는 반군에게 대한 신뢰를 높인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이를 줄이려고 노력했으나 그의 후임자 퍼트리우스가 다시 야간 급습을 대폭 강화했다.
부패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국군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무모함과 권력을 남용한 악행들 때문에 이들에 대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증오가 널리 퍼졌고, 자신들의 끔찍한 인권 유린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은 증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미군이 14명의 가족을 불태워 죽이고, 임신한 여성을 죽인 다음 이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집에 침입해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모욕하고 공포에 몰아넣을 때마다 자기네가 그래도 낫다는 탈레반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달리 말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을 가리키며 미국의 철수를 탓하는 것은 기름을 덜 부어서 불이 걷잡을 수없이 커졌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자기 편의대로 잊어버린다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또 나타났다. 미국이 다시 집단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그리하여 지난주 이전의 20년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상대적으로 법과 질서가 유지되고 인권, 특히 여성의 인권이 보호됐던 기간이 돼 버렸다. 그럼으로써 아프가니스탄 국민과 반전 활동가들이 미군 철수를 요구한 주된 이유 중 하나, 탈레반과 싸우는 군대의 만연한 불법적인 학대를 무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탈레반은 끔찍하다. 그들의 통치하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소름끼치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다수는 이미 이에 대한 계산을 하고 탈레반의 패륜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점령과 점령자들이 지탱했던 부패한 정부의 손아귀에서 정기적으로 겪어야 했던 공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기 때문에, 차라리 탈레반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가 그것이다. 현재 탈레반의 만행만 부각하는 언론 보도가 넘쳐나고 있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이것을 잊게 하기 위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주어진 선택 중에는 좋은 게 없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폭정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군이 다른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했더라면 그렇게 많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현재 권력을 잡은 버전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혹시 가능했다 하더라도 지금 결과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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