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1-08-26 07:50수정 :2021-08-26 10:15
다른 10명도 지난주 카타르로 탈출
탈레반의 복귀 이후 아프가니스탄 주민 수만여 명이 아프간을 떠나는 가운데, 여학생들로 이뤄진 로봇 공학팀의 팀원 5명이 멕시코로 탈출했다. 앞서 10명의 팀원도 미국의 도움으로 아프간을 탈출한 바 있다.
25일(현지시각) 미 <시엔엔>(CNN) 등은 아프간 소녀 로봇공학팀 팀원 5명이 민간 항공기 편으로 전날 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 그룹의 국제적인 노력과 협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르타 델가도 멕시코 외무부 차관은 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여기를 집으로 여기라고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팀원 5명은 이날 아프간에 남은 가족들에게 보복이 가해질 것을 우려해 신원을 숨긴 채 기자회견에 나섰다. 한 팀원은 “(멕시코가) 우리 목숨만 지켜준 것이 아니라 꿈도 지켜줬다”며 “탈레반 때문에 우리 이야기가 슬프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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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정부는 이들에게 180일의 인도주의 비자를 내줬다. 180일 후엔 갱신이나 비자 변경 신청이 가능하다. 안전상 이유로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기관이 이들에게 숙식 등을 무료로 제공해 주기로 했다.
‘아프간 드리머스’로 불리는 로봇공학팀은 20여 명의 10대 여학생들로 이뤄졌다. 지난 2017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 로봇 경진대회에 두 번이나 비자가 나오지 않아 참가가 무산될 뻔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줘 미국행이 이뤄졌다. 이들은 당시 대회를 포함해 여러 국제 대회에서 입상했고, 지난해에는 자동차 부품을 활용해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저가 인공호흡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여성 차별이 심한 이슬람 국가에서 10대 여학생들이 로봇공학팀을 꾸렸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아프간의 미래이자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후 여성의 권리가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언급됐다. <포브스>는 이들을 아시아의 30살 이하 30대 과학자 및 발명가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앞서 10명의 팀원이 이달 중순 미국 여성의 도움으로 아프간을 탈출했다. 2019년 미국에서 열린 우주 과학 콘퍼런스에서 아프간 10대 소녀들을 만났던 앨리스 르노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앞두고 직접 카타르로 가, 카타르 주재 미 대사관과 함께 소녀들을 카타르로 탈출시켰다.
한편, 25일엔 아프간 언론 종사자들과 가족 124명도 멕시코에 도착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서 일하던 아프간인들도 포함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긴박하게 이뤄졌던 자사 기자들의 멕시코행 경위를 소개하며 “미국 정부와 다르게 멕시코는 이민 제도의 형식적 절차를 생략해 아프간인들이 즉시 카불을 떠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09167.html?_fr=mt1#csidx3e2c0a141f38a51b12c728efb28fe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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