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군 급식 조달체계를 경쟁입찰 체제로 개편하면서 수입육 축산물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자 도내 축산농가들의 우려를 표하고 있다.
31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군은 1970년 농협중앙회와 체결한 '군 급식 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에 따라 장병 급식에 사용되는 농수축산물을 1년 단위로 수의계약해 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생산농가가 부대에 직접 납품하는 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국내 축산물을 조달했다.
그러나 지난 7월 국방부는 앞선 4월에 불거진 군 부실급식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조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나섰다. 국방부는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벤치마킹해 다수의 농·축협 및 유통업체들이 참여하는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축산업계는 군 급식용 농축산물 조달체계가 경쟁입찰 체제로 변경되면 저렴한 수입 농축산물 위주로 납품될 것으로 우려했다. 아울러 축협 관계자들은 시중 가격이 올라도 계약된 단가대로 납품하며 이어 온 안정적인 조달체계가 무너지게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경쟁입찰 방식을 시범 도입한 육군부대에서 입찰 품목에 수입 축산물을 포함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산농가들이 반발에 나섰다.
본지가 시범부대중 한 곳인 육군32보병사단의 오는 8일부터 10월 8일까지 납품을 받기로 한 현품설명서를 살펴보니 축산물 다수 품목의 원산지에 외국산이 명시됐다.
돈육 11개 품목 중 총 4개 품목은 수입산으로, 스페인산 돈육이 2개 품목, 미국산, 프랑스산이 각각 1개 품목이다. 뿐만 아니라 우육 5개 품목은 미국(2개)·호주(2개)·뉴질랜드(1개) 등 모두 수입산이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현행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은 있지만 일반경쟁 입찰이 (부실급식)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을 벤치마킹한다고 하는데 학교급식에서도 계약재배를 누가 수급할 것인지 경쟁할 뿐, 누가 어떠한 물품을 조달하는지를 두고 일반입찰에 부치지 않는다”고 의문을 표했다.
수입산 축산물 입찰 소식에 도내 군납농가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군에 납품한 축산물 매출액은 총 4108억원으로 집계됐다. 그 중 경기도 내 축산농협 12곳의 군납 축산물 매출은 143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4.9%에 달한다.
전국축산물군납조합협의회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 축산농가의 50% 정도가 군납에 참여하고 있다. 수입산 축산물 위주로 납품하게 될 경우 국내 축산농가들은 입찰이 어려워지게 된다.
아울러 군납농가들은 농·축협을 통해 직접 수의계약을 맺는 현 체제와 달리, 경쟁입찰 체계에서는 일반 유통업자들이 중간에서 마진을 얻기 위해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조규용 전국축산물군납조합협의회장(가평축협 조합장)은 “남부지방에 농토가 많다고 하지만 경기 북부지방에서 1차산업에 참여하는 농가 다수가 군납에 의존하고 있다. 1차산업 자체가 위축되고 자립도 자체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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