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서병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 회의 모습 ⓒ국민의힘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가장 큰 일 두 가지를 꼽자면 하나는 대선 경선이고 또 하나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입니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아 보입니다.
8월 5일 국민의힘에서 주관하는 대선 경선예비 후보 전체 회의가 있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후보는 김태호·안상수·원희룡 ·유승민· 윤희숙·장기표·장성민·하태경 ·황교안 후보뿐이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는 총 13명입니다. 그중에서 4명이나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 선두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유력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 회의에 이어 연속으로 불참했습니다.
입당한 지 얼마 안 된 예비후보들이 불참하자 기존 당내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안상수 전 의원은 “후보들이 당을 개무시하고 있지 않느냐. 엊그제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없는데 입당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외에서 60~70명, 원내에서 40~50명 연판장을 돌리고 그러더라. 이게 패거리 정치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태경 의원도 “오늘도 무단결석이 많다. 새로 입당한 두 분(윤석열, 최재형)과 그렇게 복당을 간곡히 요청하던 분(홍준표)이 공식 레이스 시작하자마자 밖으로 돌고 계신데, 각자 개인플레이할 거면 입당을 왜 했는지 의문이 안 들 수 없다”며 쓴소리를 했습니다.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도 “특별한 이유 없이 이렇게 빠진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위원장으로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준석 대표 입장에서 보면 윤석열, 최재형이라는 거물급 인사들이 입당해 겨우 한 고비를 넘겼는데 예비후보가 하루에 한 번씩 구설수에 오르고 당 회의에는 불참하는 등 골치 아픈 일이 자꾸 생깁니다.
서병수 위원장은 “언론에서 지도부 패싱 문제, 엇박자 문제, 주도권 싸움 이런 표현을 한다”며 외부에서 국민의힘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솔직히 말하기도 했습니다.
윤희숙 의원은 “현직 의원들에게 후보 캠프 일을 도와도 된다고 용인한 것은 구태정치 회귀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당 지도부와 대선 예비후보 간의 주도권 싸움이 현직 의원들의 캠프 참여를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대선 예비후보들과의 힘겨루기에서 주도권을 잡고 대선 경선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면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지도부 사퇴’라는 말까지도 나올 수 있습니다.
|
▲6월 1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신임 인사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했다. ⓒ국민의힘 |
국민의힘 전당대회 다음날인 6월 12일 이준석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노원구 상계동에서 만나 1시간가량 합당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나흘 뒤인 16일 이 대표는 국민의당 대표실을 찾아 안철수 대표와 만났고, 두 사람은 '신속한 합당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8월이 됐지만 합당은커녕 두 사람 간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8월 5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준석 대표를 일본 전범에 비유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는 합당에 대해 예스, 노로 답해 달라는 질문에 영국군에 항복을 요구했던 일본 전범 야마시타가 떠오른다고 했다”며 “제발 좀 정상적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8월 4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당에게 추천한다"면서 “We salute the rank, not the man(계급에 경례하는 것이지 사람을 보고 하는 건 아니다)”라는 글을 올립니다.
이 말은 미국드라마 ‘밴드오브 브라더스’에 나오는 대사로 중대장이었던 대위가 한 때 자신의 부하였던 주인공이 소령으로 진급하자 경례하는 것을 머뭇거리자 나온 말입니다.
이 대표는 “이준석이 당 대표가 아니라 철부지 애송이로 보이니까 정상적인 질문에 정상적인 답변이 안 나오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대놓고 남의 당 전당대회에 개입해서 이준석 떨어뜨리려고 하고, 지금도 철부지 애송이 소리 하고 있는 것”이라고 과거의 일까지 거론했습니다.
안철수 대표와 이준석 대표는 바른미래당 시절부터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심지어 이 대표는 안철수지지자총연합회로부터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공개사과를 하고 즉시 당을 사퇴하라”는 경고장까지도 받았습니다.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 합당을 해야겠지만 국민의힘에 들어갔을 경우 이 대표의 보복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합당하겠다고 해놓고 시간만 질질 끄는 안 대표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합당을 해도 하지 않아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합당했다가 안 대표가 다시 탈당이라도 한다면 불과 1년도 안 남은 대선까지도 꼬일 수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36세라는 나이에 야당 대표로 당선되면서 한국 정당사를 새로 썼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대선 경선과 합당이라는 두 개의 큰 관문을 넘지 못한다면 야당이 무너지는 동시에 ‘실패한 대표’로 남게 될 것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