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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31 04:59수정 :2021-05-31 07:21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구슬이 서 말은 된다. 그런데 꿰어야 보배”라며 “북이 호응해 나올 수 있는 매력적이고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다”고 짚었다. 문정인 이사장도 “총론적인 그림은 잘 그려졌는데 각론적인 인센티브가 하나도 없다”고 평했다. 이들 모두 ‘8월 한-미 연합군사연습’ 강행 또는 취소·중단 여부가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를 가를 핵심 가늠자가 되리라고 봤다. 대담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실에서 이제훈 선임기자의 사회로 1시간30분 남짓 이어졌다.
사회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회담에서 나온 대북 메시지를 분석·평가한다면?
정세현(이하 정)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공동성명 문구가 확 눈에 띈다. 그 문장을 보고 ‘한-미 워킹그룹은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한-미 워킹그룹’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잘하면 남북 관계가 한 발짝 앞서가며 북-미 관계 개선을 유도하고, 북핵 문제 해결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잘됐다고 생각한다.
문정인(이하 문) 문 대통령이 그 문구를 근거로 유엔 제재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한 남북 관계에서 치고 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부가 얼마나 결기 있게 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우선 그걸 미국 대통령이 동의를 표해줬다는 사실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다만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이라는 공동성명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다툼의 여지는 있겠지만 두 정상이 기본 틀을 짜놨기 때문에 미국 쪽에서도 많이 수용을 해줄 것이다.
정 문 이사장이 이미 지적했지만 미국이 ‘완전한 조율’이라는 명분하에 우리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한 것이 한-미 간 대북 정책의 기본 원칙이 되게 해야 한다.
사회 북이 일주일 넘게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정 미동도 없는 걸 보면 조금 북한 성에 차지 않는 것 같다.
문 북한 쪽에서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의 실질적 협상 대상자는 미국인데, 내가 북이라면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구상을 지금으로선 가장 잘 아는 남쪽과 비공식적으로라도 우선 접촉을 해서 미국의 생각이 뭔지 좀 물어봐야 될 것 같다.
정 북이 한·미 정상의 구체적 논의 내용을 굉장히 궁금해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먼저 와서 설명해달라고 할 넉살은 없다. 코로나19 상황이라 특사 파견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고, 우리가 먼저 판문점에서 만나 설명을 하겠다고 물밑으로 전달하면 그쪽에선 아마 ‘불감청고소원’(청하지 못하지만 바라던 바)이라는 식으로 나오지 않겠나. 우리가 반드시 그 정도는 해야 한다.
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선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실존적 문제이고,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라 신중을 기하는 듯하다. 남북이 조기에 판문점에서 만나면 좋은데, 기왕이면 정상 만남이 제일 좋다. 그런데 지금 시간이 없다. 북이 빨리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 ‘8월 한-미 연합군사연습’ 얘기가 늦어도 7월부터는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북이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훈련을 일방적으로 중지하자고 미국에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이 전향적으로 움직여야 8월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남북 사이에 뭔가 만들 수 있다. 결국 골든타임은 6월 한달이다.
정 그런 일정을 아마 북도 감지하리라 본다. 6월 상순 중에 우리 쪽에서 먼저 움직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5당 대표를 만나 코로나19 때문에라도 한-미 훈련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운을 뗀 사실에 주목한다. 우리가 강하게 주장하고 밀어붙이면 미국도 거기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 한-미 훈련을 강행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남북 관계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사회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사상 처음 대만해협이 명기됐다.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 한-중 관계를 짚어본다면?
정 미국 요구를 거절하기 참 어려웠을 거다. ‘중국’을 명시하지 않고 대만해협이라고 쓴 것만 해도 우리가 굉장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바로 (비판하는) 반응이 나왔다. 그래도 중국이 한-중 관계의 특수성을 모를 리 없다. 대만해협은 우리 신남방 정책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만나는 연결 통로가 아닌가. 그런 면에서 한-중이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중국을 잘 설득해야 한다. 우리가 조심해야겠지만, (이번 일이 한-중 관계를 악화시킬) 산불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문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다면 중국이 사드 보복 이상의 조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있고,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 필요 언급은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과 미국한테도 하는 소리다. 누구든 평화를 깰 정도로 과하게 하지 말라는 우리의 의지가 들어가 있는 표현이다. 사실 이는 양체츠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도 모두 미국에서 사용한 표현이 아닌가.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 병행’이라는 정부의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 때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 일부 언론이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드디어 친미로 갔다고 얘기하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정 일부 언론은 대미 편중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대미 편중만 해서는 살 수 없는 처지다. 그건 미국도 알 것이다. 지정학적 특수성과 한-중의 밀접한 경제협력 관계 탓에 우리는 도리 없이 미-중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게 국익에 부합한다.
사회 한-미 정상회담에서 첨단산업·과학·기술 분야 협력이 한-미 동맹의 핵심 영역으로 급부상한 느낌이다.
문 동맹의 성격 변화가 있다. 일방향적인 수혜 동맹에서 쌍방향적인 호혜 동맹으로, 군사·안보 동맹에서 비군사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 동맹으로,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적 차원으로 뻗어가는 전략 동맹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동맹’은 아니어야 한다. 경제 동맹을 지향한다는 것은 배타적 경제블록으로 간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다자주의와 협력과 통합의 열린 지역주의를 표방해왔다. 앞으로도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 경제·과학기술 분야의 한-미 협력 긴밀화가 경우에 따라선 군사동맹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식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본다. 일찍이 김대중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도랑에 든 소가 양쪽 둔덕의 풀을 뜯어 먹는 것과 같은 외교를 미-중 사이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분야의 협력이 경제 동맹화하고 결국 군사 동맹과 한 덩어리로 뭉쳐 돌아가면 유연한 외교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44조원을 주고 코로나19 백신 55만 도스밖에 못 얻어왔다는 정치인과 언론도 있더라.
문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이 국가이익을 위해 손해 보는 거 봤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백신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포괄적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은 애초 우리 쪽 아이디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만족해하면서 문 대통령의 진정성과 창의성을 높이 평가한 것도 바로 이 대목에서다. 사실 지금 미국이 ‘백신 이기주의’라고 세계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이 지자체장을 맡은) 서울·부산·제주도만이라도 백신을 주면 좋겠다”고 청했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을뿐더러 미국의 처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행보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고 다자 외교를 중시한다면서도 미국인부터 백신을 접종한 바이든 대통령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대안을 제시한 게, 바로 한국에 생산거점을 만들어 국제사회의 공공재로 쓰자는 ‘백신 글로벌 파트너십’이다. <시엔엔>(CNN) 보도를 보면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한테 감명받은 게 그 제안 때문이라고 한다. 외교의 격이 달라 보인다.
정 백신 스와프가 80점이라면 백신 파트너십은 1000점짜리다.
사회 마무리 당부 말씀 부탁한다.
정 한국의 대외관계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 북한식으로 표현하자면 ‘사변적 사건’(epochmaking event)으로 기록될 만한 정상회담이라고 본다. 한국의 국격이 확 올라갔음을 확인한 회담이다. 특히 남북 관계 측면에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자기 입으로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히게 한 건 상당히 큰 성과다. 이걸 우리가 ‘완전한 조율’ 논리의 포로가 되지 않고 줏대 있게 풀어간다면, 2018년 봄처럼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촉진자 구실을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기회의 창이 열렸다.
문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의 초기 구상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걸 우리가 아는 회담 결과로 만들어낸 데에는 문 대통령의 진정성과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배려는 물론, 치열한 협상을 한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부 팀의 노력도 크게 기여했다. 역대 한-미 정상회담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미완의 과제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 대북 접근법에서 “완전히 일치된 조율”, 이게 앞으로 어떻게 작동할지, 미국과 완전한 조율이 안 됐을 때 한국 정부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둘째, 미-중 갈등의 와중에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도 큰 과제다.
김지은 기자,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997290.html?_fr=mt1#csidxe44456f4cd8f2229bd72f6bead73425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메모리·파운드리 녹록치 않아…정부, 분야별 장기 전략 세워야”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한다. 전 산업에 걸쳐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는 얘기다. 스마트폰과 TV, 컴퓨터 같은 IT·가전 제품뿐 아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이 멈춰 섰다. 5G 통신 기지국에도 반도체가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언택트 환경에서 전 세계 온라인 접속이 늘며 수요가 급증한 서버 구축에도 다량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 강자로 불리지만, 일부 분야에 국한된 평가다. 특히 설계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수요처 다변화로 반도체 설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의 위상은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의 반도체 설계 연구개발(R&D) 사업을 지휘하는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를 만나 한국 반도체 산업 현황과 발전 방향, 정부 정책을 짚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대면으로 진행하고, 27일 추가로 전화 통화를 했다.
김 단장은 시장이 한정된 메모리에만 집중해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속가능한 경쟁력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한, 비메모리에서도 제조 기반의 파운드리뿐 아니라 설계 기반의 팹리스를 육성해 영역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팹리스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다”며 “시장 성장 전망도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메모리의 반도체 시장 비중은 약 30%다. 나머지는 비메모리 영역이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범용 성격을 띠어, 반도체 기업이 생산한 후 수요처가 사가는 방식이다. 연산 기능을 가지는 비메모리는 수요처 요구사항에 맞게 반도체를 설계 생산하는 주문형 방식으로 거래된다.
메모리 시장은 한 업체가 설계와 생산을 모두 수행하는 종합반도체업체(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가 주를 이룬다. 메모리는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크다. 수요가 떨어지는 불황을 견뎌야 해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비메모리는 수요처별로 종류가 다양해 설계와 생산이 나뉜다. 최종 수요 기업이 설계 업체에 주문을 넣으면, 설계 업체는 설계만 하고 생산은 위탁을 맡긴다. 설계 업체는 반도체 생산 공장(Fab·Fabrication facility)을 보유하지 않아 팹리스(Fabless)라 부르고, 위탁생산 업체는 파운드리(Foundry)라 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1위 국가다. D램(데이터 단기 저장)과 낸드플래시(데이터 장기 저장) 모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위를 지키고 있다.
비메모리 산업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17%를 차지하는 수준에 그친다. 순위로는 세계 2위지만, 1위인 대만 TSMC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서 격차가 크다. 팹리스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한국 팹리스 업체는 약 150개로 중국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김 단장은 메모리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메모리 ‘초격차’를 얘기하는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기 어렵다”며 “마이크론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 예전처럼 안전하게 따돌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론이 D램과 낸드 모두에서 한국 기업보다 먼저 기술개발 성과를 내놨다”며 “기술개발과 양산은 별개이기는 하지만, 마이크론 추격이 거세진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은 세계 메모리 시장 3위 업체다. 반도체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선폭이 좁을수록 성능이 좋은데, 마이크론은 올해 초 세계 최초로 메모리에서 10나노 공정 양산을 발표했다. 실제 양산 과정에서 얼마나 높은 수율을 확보할지는 미지수지만, 선단 공정 양산 돌입 시점이 삼성전자를 앞질렀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낸드에서도 세계 최초로 176단 반도체 공급을 시작했다. 낸드는 높이 쌓을수록 좁은 면적으로 저장공간을 늘릴 수 있어, 단수는 기술력 가늠자가 된다.
파운드리에서 TSMC를 추격하는 일도 쉽지 않다. 김 단장은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는 느낌”이라며 “TSMC는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PC·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 등 고성능 제품군에서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전망되는 선단 공정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기술력 핵심은 D램과 마찬가지로 선폭이다. 파운드리에서는 7나노 이하부터 선단 공정으로 본다. 현재 7나노 이하 공정을 양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양사는 5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한 상태다.
7나노 이하 공정을 위해서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수다. EUV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는데, 생산량이 한정돼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 확보 물량은 20대 안팎으로, TSMC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삼성전자는 공정 개발과 수율 개선 속도 경쟁 가운데, 적기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TSMC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고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진출에 나서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팹리스, 돈보다 인력…웨어러블·IoT 칩 시장 가능성 열려 있어”
팹리스 경쟁력 강화의 핵심으로 인력 양성이 꼽힌다. 김 단장은 “회사 쪽과 만나보면 입을 모아 ‘인력’을 얘기한다”며 “구직난이라는데, 현장에서는 인력이 없다고 한다. 미스매치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팹리스의 기반은 인력”이라며 “물론 자금 지원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돈보다 인력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중소·중견 업체가 반도체를 하나 개발하려면 모든 연구진이 달라붙어서 설계-시제품 테스트-수정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인력이 있으면 비용 부담을 감내하고서라도 연구개발과 양산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인력 부족으로 양산 단계까지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업단은 2026년까지 세계 팹리스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다.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시스템집적반도체개발사업단장을 맡은 바 있는 김 단장은 “굉장히 과감한 도전”이라고 운을 뗐다.
“그때도 팹리스 산업 육성을 시도했으나, 역시 인력 부족이 가장 컸다. 우수한 설계 인력 대개가 메모리 중심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흡수됐다. 팹리스는 기본적으로 창의력을 갖고 도전하는 일인데, 젊은 인력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혁신이 정체됐다”
시장 환경도 따라주지 않았다. 김 단장은 “10여년 전 한국의 세계 시장 팹리스 점유율이 4% 초반까지 갔다가, 지금은 3% 초반으로 떨어졌다”며 “당시 한국은 모바일 칩을 주로 만들었는데, 개별적으로 들어가던 칩이 기술 발전에 따라 AP로 통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바일 AP는 중소기업 영역이 아니다. 한국 기업이 시장을 잃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통합칩 확대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적을수록 효율성이 높아진다. 차량을 예로 들면, 부품마다 반도체가 탑재되는 것보다 통합칩으로 여러 부품을 조작하는 편이 유리하다. 통합칩은 많은 기능을 수행하기에, 필연적으로 고도의 기술력이 수반된다.
김 단장은 한국 팹리스 산업의 단계적인 성장을 제시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AP·CPU·GPU 등 주요 품목은 글로벌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어 후발 주자가 파고들 틈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진입이 유리한 중급 기술 반도체 시장은 노려볼 만 하다는 판단이다.
“스마트폰 AP는 퀄컴이 잡고 있다. 이제 애플도 AP를 자체 설계한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경쟁한다. 차량용 통합칩은 테슬라가 치고 나온다. 대기업이 버티는 커다란 시장에서 중소·중견 팹리스가 이길 수 있겠나. 첨단 기술이 아니더라도 시장이 있는 칩을 개발해 상용화해야 한다. 또한 아이디어를 통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AR(가상현실)·VR(증강현실) 기기 등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IoT) 쪽에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제 김치냉장고에도 반도체가 들어간다. 완성품 기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 대책, 가려운 곳 긁어줬지만…중장기 전략 아닌 단기 지원 그쳐”
정부는 지난 13일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메모리와 파운드리뿐 아니라 팹리스를 아우르는 산업 전반에 걸친 인프라를 민관이 공동으로 구축한다는 취지다.
김 단장 평가는 큰 틀에서 긍정적이다. 그는 “이번 종합 대책은 요약하면 세제 지원과 인력 양성인데, 일단 업계에서 원하는 걸 수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단장은 이번 종합 대책 한계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발표 내용은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장기 전략이라기보다는 단기 지원책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장기 전략이 없다”며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 분야별 치밀하고 세밀한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세부사항에서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김 단장이 강조한 인력 양성 방안이 그렇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 인력 3만 6천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확대하고 학사 인력 약 1만 6천만명을 배출한다. 석·박사급 전문 인력 7천명을 육성하고, 재직자와 취업준비생 대상 교육으로 실무인력 1만3천명을 양성한다.
김 단장은 “제시한 목표 수치는 아마 업계 요구에 맞췄을 것이기에, 달성된다면 양적으로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부 인력보다는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핵심”이라며 “전문인력 양성 방안을 내실 있게 운영해 7천명 확보를 달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와 팹리스 간 상생도 강조된다. 김 단장은 현실적인 방안으로 MPW(Multi Project Wafer) 확대를 제안했다. MPW는 파운드리 업체가 웨이퍼 하나에 여러 팹리스 업체의 칩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팹리스의 시제품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
“7나노 공정 칩 하나를 만드는 데 100억원이 든다. 양산이 아니라 샘플을 만드는 비용이다. 20~30나노 공정도 30억원이 든다. 작은 회사에는 큰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 업체가 MPW로 샘플을 만들어주는데, 상대적으로 비용을 덜 받는다. MPW를 확대하면 팹리스 업체가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면서 MPW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은 지난해부터 10년간 총사업비 1조 96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설계와 미래 소자, 공정·장비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103개 기업, 32개 대학, 12개 연구소가 82개 과제에 참여하게 된다.
[아침신문솎아보기] 조선, 조국 비판에서 옹호로 돌아선 이낙연 비판…야당은 쇄신바람, 주말에도 이준석 돌풍
오는 6월1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출간한다. 이를 앞두고 여권 내에선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에선 대체로 더불어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을 향해 “역시 조국 수호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쇄신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오는 6월11일 당대표 선거를 하는 가운데 예비경선을 통과한 5명의 후보가 지난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첫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나경원·주호영 후보가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후보를 견제하며 ‘이준석 돌풍’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후보는 사흘 만에 후원금 1억5000만원을 채우면서 이 역시 주목을 받았다.
조국 회고록에 불공정 이슈 부각하나
언론에선 조 전 장관의 회고록 발간 소식이 민주당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은 “조국 회고록이 달갑잖은 민주당”이란 기사에서 “대선 국면을 앞두고 여권의 ‘내로남불’과 ‘불공정’ 문제가 또다시 회자될 수 있어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 신문에 “미래지향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간 일과 관련해 논란이 많이 발생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 이슈가 다시 떠오르는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국민들은 불공정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당이 검찰개혁 얘기를 하면 ‘딴소리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송영길 당대표의 ‘민심, 민생 우선 기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민주당은 개혁과 민생을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도 “조국 회고록에…민주당, 진영갈등 재발 우려”에서 “민주당 내에선 ‘조국 사태’ 평가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의 회고록 출간이 또 한차례의 진영 갈등으로 비화할까 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30일 “본인(조 전 장관) 신원과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같다”며 “자서전인가, 자전적 소설인가. 촛불로 불장난을 해가며 국민 속을 다시 까맣게 태우려나”라고 논평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국은 불공정과 불법, 거짓과 위선의 상징”이라며 “조국 사건은 사이비 진보들의 밑바닥을 보여줬고, 이 때문에 민심이 그들을 떠났다”고 썼다.
한국일보도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며 “공정 시험대에 오른 민주당”에 대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스탠스는 결국 송영길 대표가 정리할 문제”라며 “조 전 장관 회고록 출간이 예정된 다음달 1일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를 예고한 송 대표가 이 자리에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與 주자들 파렴치 조국에 “가슴 아프다”, 역시 조국 수호 정당’에서 조 전 장관과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낙연 전 총리가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조국 사태 당시 국회 답변에서 “가진 사람들이 제도를 기회로 활용하는 일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조 전 장관을 비판한 사실을 언급하며 “2년도 안 됐는데 정반대 입장을 밝히며 조 전 장관을 감싼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그 가족에 대해 가슴이 아리다”라고 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조 전 장관을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문 정부의 국정을 책임졌고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끌고 가겠다는 차기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이 검찰로부터 부당한 수사를 당했다는 조 전 장관의 입장에 동조하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조국을 무조건 감싸고 도는 극렬 지지층의 환심을 사야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수판알 계산이 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내 이런 분위기는 야권과 대비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조국사태 자체가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 이슈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며 “이런 주장은 특히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30대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 선전과도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이준석 돌풍에 나경원·주호영 견제
한국일보는 정치면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첫 합동연설회 소식을 전했다. 화두는 청년이었다. 나경원 후보는 “청년들의 정치참여 기회를 열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청년지방의원을 1명씩 꼭 공천되도록 하겠다”며 “25세인 국회의원 피선거권 제한과 40세인 대통령 피선거권 제한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이준석은 제외하되 다른 청년들은 중용하겠다는 메시지다.
주호영 후보 역시 “청년 빠진 용광로는 가짜 용광로”라고 했지만 이 후보에게는 “국회 경험도, 큰 선거에서 이겨본 경험도 없는 원외 당대표로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홍문표, 조경태 의원도 청년청 신설과 청년 창업기회 확대 등을 강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후보는 광주에서 열린 연설회인 만큼 5·18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1980년 이후에 태어나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자유롭게 체득한 첫 세대”라며 “1980년 광주 이후 역사상 첫 30대 정당 대표가 된다면 그 의미는 각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중진들이 5·18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었던 것을 은연중에 강조한 메시지다.
중앙일보는 이준석 돌풍의 한 현상으로 후원금 모금 사흘째인 지난 30일 한도인 1억5000만원을 채운 소식을 전하며 “팬덤 현상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사 제목을 “이준석 사흘 만에 후원금 1.5억 돌풍…‘유승민계 논란’은 더 세져”로 뽑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로 김웅 의원도 출마했다는 점에서 계파 사전 정지작업과 거리가 멀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준석 돌풍 관련 다양한 해석
이준석 돌풍과 민주당을 키워드로 한 칼럼이 나왔다.
경향신문 정치부장은 “‘이준석 돌풍’은 민주당엔 ‘죽비’다”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미래비전을 보여줄 인물인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그럼에도 이 전 최고위원이 가진 젊은과 변화의 이미지가 국민의힘의 보수·꼰대 이미지를 지워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이 뜬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여타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의 ‘그 나물에 그밥’ 이미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 정치부장은 “이준석 돌풍은 민주당의 ‘꼰대’ 이미지를 강화시킨다”며 “이준석 돌풍은 정권교체에 대한 보수층의 갈망이 반영된 것이다. ‘이준석 쇼’를 해서라도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박함”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개혁을 주문하는 주장이다.
세계일보엔 이준석 돌풍이 기존 정치권 문법을 바꿨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윤종빈 명지대 미래정책센터장은 “‘이준석 돌풍’ 숨은 진실은”에서 “그의 승리는 한국선거의 오랜 승리 방정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며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는 조직, 계파, 지역이라는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략을 짜야 승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상식이 낡은 공식으로 전락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센터장은 “정치와 시민의 소통 방식의 본격적인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여성·청년 할당제 논쟁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계파·조직으로 뭉친 낡고 비정상적인 카르텔을 타파하자는 것”이라며 “그들만의 여의도정치 네트워크에 편입된 자만이 입성하는 ‘끼리끼리’의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자 “공정한 경쟁을 통한 세대교체를 하자는 주장”이라고 했다.
또한 윤 센터장은 “이준석 승리가 내년 대선에 던진 숨은 진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바뀐 유권자들이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공유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야권 쇄신 흐름에 올라탄 후보인 가운데 윤 센터장이 다소 과하게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한계도 제기된다.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정치판에 입문해 지역구 선거에선 판판이 깨졌지만 언론 출연을 마다하지 않아 인지도를 쌓은 셀럽에 불과하다는 개인에 대한 지적뿐 아니라 소위 정권교체를 위한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평도 있다.
여전히 탄핵을 옹호하거나 ‘영남당’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내외 인사들이 즐비한 가운데 오히려 이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당의 내분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지만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국민일보 칼럼 “코인뿐인 희망, 이준석 신드롬을 낳다”에서 “진보와 보수를 넘어 MZ세대가 자신들의 대변자를 찾아 힘을 불어넣는 역사적 풍경이 이준석 신드롬의 실체”라며 “이제 솔직히 인정하자. 꼰대의 시대는 갔다”라고 주장했다.
당안팎에서 ‘이준석 신드롬’을 지나가는 바람(홍준표)이나 장유유서의 문화가 있다(정세균)는 식의 평가에 대해 ‘꼰대’라는 비판이다. 연일 쏟아지는 칼럼이나 기사논조를 보면 이준석 띄우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북한은 31일 최근 한미정상회담 결과 800km 사거리 제한을 없애기로 한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 방침은 '미국의 고의적인 적대행위'라며, 이는 북을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이같은 언급은 열흘전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북측 공식매체를 통해 나온 첫 입장이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 명의로 발표된 '무엇을 노린 '미사일지침' 종료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미 수차에 걸쳐 '미사일지침'의 개정을 승인하여 탄두중량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제한 문턱까지 없애도록 한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북)의 자위적조치들을 한사코 유엔'결의'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한 미사일개발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 바로 미국"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이같은 미국의 미사일지침 해제 목적은 조선(한)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비경쟁을 더욱 조장하여 북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데 있으며, 남측에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주는 대가로 북 주변국가를 겨냥한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합법적으로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매달리고있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인 동시에 파렴치한 이중적인 행태를 스스로 드러내는 산 증거"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과녘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며, "남조선을 내세워 패권주의적 목적을 실현해 보려는 미국의 타산은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어리석은 행위로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반도와 주변지역에서 비대칭적인 불균형을 조성하여 북에 압력을 가하려고 하는 것은 정전상태인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태를 더욱 야기시키는 오산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한미 당국이 침략야망을 명백히 드러낸 이상 북의 자위적 국가방위력 강화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고 하면서 "우리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며 조선반도의 정세격화는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남측에 대해서는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 저쪽의 반응이 어떠한 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 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미국이 떠드는 유엔'결의'위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코앞에서 벌어지는 엄중한 도발행위들에 응당한 주목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 많은 나라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 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조선정책 기조들이 한갖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번 한미미사일지침 해제에 따라 남측은 최대 800km로 한정된 사거리제한에서 벗어나 북 전역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남측이 가장 빠른 시일내에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물론 '극초음속미사일'까지도 개발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