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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7일 화요일

전쟁·폭동·좌파척결…섬뜩한 극언 난무하는 친박집회


“탄핵 인용되면 헌재에 돌 던지고 드러누을 것”…‘새누리당’ 창당도 큰 호응

이하늬 기자 hanee@mediatoday.co.kr  2017년 03월 08일 수요일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등 우익단체들이 탄핵 선고를 앞두고 탄핵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이들은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하는 등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탄핵 이후 극우단체들의 예상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1. 탄핵 인용? “죽더라도 폭동 일으킬 것” 

6일 헌법재판소 앞, 옷 위로 태극기를 두르고 손에는 태극기를 든 이들이 모였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5시까지 시간대별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기각’도 아닌 ‘탄핵 각하’를 외쳤다. 심판 요건 자체가 안 된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온 정아무개(65)씨는 “인용은 생각도 안 한다”면서도 “만약 인용이 된다면 죽더라도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에서 온 한아무개(63)씨도 “헌재가 개판이 됐다”며 “인용은 있을 수 없지만 인용이 된다면 전쟁 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그냥 놔두나봐라”라고 말했다.  

안양에서 온 권아무개(63)씨는 탄핵심판이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오는 10일 헌법재판소 앞에 ‘드러누울 것’ 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그날 아침부터 집회신고를 해놨다. 오전 8시가 집결시간”이라며 “탄핵 각하가 안 되면 (헌재에) 돌 던지고 난리날 것이다. 우리도 무력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등장한 죽창 '인증' 사진
▲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등장한 죽창 '인증' 사진

이를 비단 개인들만의 생각으로 보기는 어렵다. 박사모 회장이자 탄기국(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대변인 정광용씨는 4일 열린 집회에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순국선열들이 태극기에 피 뿌리며 죽었던 것처럼 여려분이 그 주체 세력”이라며 “제가 제일 앞에 서겠다”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닉네임 newton은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우리 탄기국의 지도부는 보호돼야 한다. 저항은 장기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지도부가 와해 돼선 안 된다”며 “저항은 우리 각자 한명이든 두명이든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도부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썼다.  

심지어 죽창 ‘인증’ 게시물도 있다. ‘세인애비’라는 닉네임 사용자는 죽창에 태극기를 매단 사진을 올리며 “헌재에서 엉터리 탄핵이 인용이라는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대한민국의 사망선고로 봐야한다”면서 “그동안의 평화적 태극기 집회는 즉시 전투태세 모드로 전환돼야 한다”고 썼다. 

2. 인용이든 기각이든 좌파 척결해야  

탄핵 심판과 무관하게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분을 밝히기 꺼린 한 40대 여성은 7일 “탄핵과 관계없이 좌파는 척결해야 한다”면서 “그때는 탄기국이 아니고 종북좌파 척결을 위한 운동본부”라고 말했다. 근처에 있던 참가자들도 “우리가 다 준비하고 있다”며 호응했다.  

안양에서 온 권씨는 탄핵 심판 이후 언론사들을 ‘응징’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MBC 빼고 방송은 안 본다. 조선일보도 넘어갔다”면서 “이번 주에 탄핵 심판 결정이 나면 언론사들 다 문 닫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도 “기사를 똑바로 써야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순간 아스팔트에 나오기 시작했다”며 “참다 참다 나왔기 때문에 탄핵 각하 여부와 무관하게 끝장을 보고 싶은 것이다. 언론이나 정치인들 손을 보고 싶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 2월9일 방송회관 앞에서 자유통일유권자본부의 '왜곡·선동 언론 규탄' 집회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2월9일 방송회관 앞에서 자유통일유권자본부의 '왜곡·선동 언론 규탄' 집회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3. 새누리당 창당도 큰 호응받아 

조직적이고 구체화된 움직임은 창당이다. 정 대변인은 지난 3일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새누리당 당명을 확보했다며 ‘중앙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필증’을 올렸다. 신고일은 지난달 24일로 자유한국당이 새누리당 간판을 내린 후 8일 만이다. 

정 대변인은 “북한의 주체사상탑과 평양방송 로고와 똑같은 횃불을 자유한국당 로고로 채택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자유한국당에게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하지만 한국당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창당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우리에게는 창당이 어렵지 않다. 단 돈 1원 없어도 3일이면 정당을 만들 수 있는 정직하고 깨끗하며 애국충정 넘치는 조직이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여기까지는 진행하지 않았다. 최종 판단은 애국동지 여러분이 해달라. 새누리당 당명을 확보했다”고 썼다.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정책위원장인 도태우 변호사는 지난 1일 열린 집회에서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표출된 태극기 민심을 바탕으로 한 애국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잠재된 애국 국민의 역량이 조직적인 형태를 갖추지 못한다면 제3, 제4의 더 심각한 국가위기 사태가 올 수 있다”며 창당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사모 회원들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왕사슴’이라는 닉네임 사용자는 6일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이제는 당규를 만들어 공동가치를 분명히 하고 동지를 규합해 단단하고 거대한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며 “(탄핵 인용 후의) 싸움을 지금과 같이 아무 조직도 없이 전략도 없이 산발적으로 어찌 감당할 것이냐”고 썼다. 

당장 탄핵 심판이 임박한 만큼 창당이 되더라도 탄핵 심판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 사무총장은 “일단 탄핵 심판 상황을 봐야하지 않겠나”라면서 “지금 시민들은 자유한국당도 믿을 수 없고 바른정당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정당을 만들고 조직적으로 움직이자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시청앞 태극기 집회. ⓒ 연합뉴스
▲ 서울 시청앞 태극기 집회. ⓒ 연합뉴스

4. ICJ로 간다? 가짜뉴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일부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리인단의 조원룡 변호사는 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탄핵 심판이 정상적인 수준이 아니었다”면서 “현지 한인 변호사들과 이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변호사인 장수덕씨도 지난달 25일 탄핵 반대 집회에서 “볍률을 연구함으로써 보좌해서 김평우 변호사님이 박근혜 대통령님도 구하고 이 나라의 법치주의도 구하고 만약 그것이 어려울 때는 저희들은 종국적으로는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갈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간 분쟁을 해결하는 UN의 사법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탄핵 사건이 다뤄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주로 대상으로 삼는 건 국가 간 조약의 해석과 국제 의무 위반 여부와 배상 등이다. 제소의 대상이 '국가'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조 변호사는 7일 “지금 (탄핵 심판) 결론도 안 났는데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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