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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8일 화요일

세월호 선체 훼손은 ‘증거 인멸 행위’

416가족협의회 등 입장 밝혀
제휴뉴스  | 등록:2017-03-29 10:16:33 | 최종:2017-03-29 10:17:58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세월호 선체 훼손은 ‘증거 인멸 행위’
416가족협의회 등 입장 밝혀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해수부의 세월호 인양이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세월호 ‘선체 정리’ 방식으로 선체 절단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심각히 걱정하며,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지난 8일 동안 진행한 인양작업이 “미수습자 온전한 수습, 진상규명, 선체 보존” 등의 목적을 잃은 채 졸속과 무대책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하고, 그동안 해수부 등 정부가 보인 오만함과 무지함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특히 인양된 세월호 방향타 위치가 바뀐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먼저 이들은 인양 이후 상황에 대해,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해수부가 졸속으로 인양을 주도하면서 인양 과정의 투명한 공개, 피해자 가족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활동할 선체조사위원회의 인양 지도감독, 수습, 조사 등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해수부가 유실방지 작업과 보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인양을 진행한 점, 유실 가능성이 있음에도 좌현 선미램프를 제거한 점 등을 지적했다.
해수부는 인양이 시작된 뒤인 3월 23일, 해수부가 파악한 창문, 출입구, 구멍 등은 291곳이며, 이 가운데 막혀 있는 28곳을 제외한 263곳 가운데 162곳에만 유실방지망이 설치됐다고 밝히고, “나머지 101곳의 구멍은 직경 20-30센티미터로 유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유실 대비책에 대해서는, “유실가능성이 있으면 대책을 마련할 것이며, 해수를 빼기 위해서 추가로 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선미램프 절단에 대해서는 3월 24일, “램프 구멍에 방지망 설치를 검토했지만,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며, “절단 뒤 열린 부분으로 컨테이너가 쏟아져 문을 막고 있어, 유실 가능성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해수부가 설치했다는 유실방지 그물 구멍 크기는 2-2.5센티미터로 인체 뼛조각 중 2센티미터 미만의 뼈가 많기 때문에 온전하게 유실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아니다. 또 세월호 선체가 실린 반잠수선 주변에도 높이 1미터의 펜스를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2-2.5센티미터의 구멍이 있어, 유실방지를 막기에 부족하다. 유실방지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해수부는, “조류가 빠른 해역 특성상 그물 구멍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기술적으로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해수부 태도에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해수부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문제는 사전에 유실방지 대책과 그물 구멍 크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는 해수부가 화물구역에 미수습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인양에 중점을 둬, 선체 훼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며, 인양의 목적을 잊은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해수부가 인양을 진행하면서, 진상규명 조사 사항을 의미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인양된 세월호는 현재 반잠수선에 실려 고정 작업 등을 거친 뒤, 30일 쯤 목포신항으로 이동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기름 유출 등 때문에 선체 구멍뚫기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 제공 =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침수 과정, 잔존 화물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지만, 인양 과정에서 좌현 선미램프가 잘려 나가면서, 침수 과정에 대한 검증, 관련 참고인 조사가 의미 없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빠른 속도로 침몰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침수 과정이 해명되어야 한다. 좌현 선미램프는 세월호가 왼쪽으로 기울었을 당시 초기에 바닷물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지점으로 지목됐었다.
그러나 해수부는 3월 23일 좌현 선미램프를 절단했고, 이에 대해 “진상규명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가족협의회 등은 “해수부의 이같은 입장은 얼마나 세월호 진상규명에 무지하고 무책임한지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물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협의회 등은 잔존 화물의 양, 종류, 대략적 위치 파악은 세월호의 경하중량 및 무게중심, 복원성 관련 수치 검증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사라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해수부가 선미램프를 절단하고 사후조치를 하지 않아, D데크에 실려 있던 굴삭기 1대, 차량 1대가 밖으로 빠져 나왔다. 이는 선미램프를 통한 화물 유실이 없었다는 해수부 주장을 확인할 수 없으며, 화물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었다”고 했다.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해수부가 이미 2015년 하반기, 인양시 선체 절단 방안을 밝혔음을 확인하고, “이는 세월호 인양 목표를 완전히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미수습자 수습, 진상규명, 역사적 교훈을 위한 선체 보존에 치명적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앞서 3월 23일 세월호 인양 관련해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도 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은 “세월호 안에는 이미 올라온 희생자들의 일부 시신과 유품, 희생자들이 마지막까지 남긴 흔적이 있다”며, 미수습자 가족은 물론, 가족들 모두는 결코 배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체를 자르더라도, 올라온 선체 실물과 상태를 제대로 살피고, 정 어려울 경우 해야 한다”면서, “지금껏 그랬듯이 정부는 철저히 정보를 차단하고, 이미 저지른 뒤 가족들에게 통보하고 있으며, 훼손하면 안 되는 곳을 더욱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박흥석 조사관도 해수부는 미수습자의 수습과 선체조사의 요구를 ‘선체 정리’로 파악하고, 몇 가지 확인 외 진상규명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는 각종 방역과 세척, 안전점검, 미수습자 수습 등 ‘선체 정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해수부는 선체 가운데 객실을 수직으로 나눠 절단, 분리하고 화물구역과 객실도 절단, 분리한 뒤 객실을 바로 세우는 방식을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체를 산소 절단할 경우 주변부 손상을 가져오고 내부 차량 등 화물이 붕괴될 위험이 있어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세월호 인양선체 정리용역 과업 지시서’에 따르면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습에 대한 기본 원칙조차 없이 업체의 판단에 위임하고, 선체 정리 중 미수습자가 발견되면 수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흥석 조사관은, “세월호 훼손은 세월호 참사를 묻어 버리겠다는 의미”이며, “사고 원인의 직접적 증거를 없애는 ‘적극적 증거 인멸행위’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현진 기자]

* 제휴매체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8일 자 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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