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의 인권 경제] 한미 FTA 5년 평가 <4>
2008년 겨울,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한미 FTA 협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에 걸쳐 많은 시민, 농민, 노동자, 학생이 탄압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고, 이 운동은 한미 FTA 투자자 제소 조항 등을 바꾸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에 걸친 한미 FTA 반대 운동에서 한국 사회가 기억해야 할 많은 사람이 있다. 그 중 특히 한 국회 보좌관(그의 이름은 정창수이고 지금은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이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가 감옥에 갇힌 이유가 바로 미국의 덤핑 보복 폭탄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월 13일, 한미 FTA 타결 여부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한미 양국은 막판 고위급 협의를 가졌으나 결렬되었다. 당시 한국이 국민에게 공언한 핵심 과녁은 미국의 악명 높은 반덤핑 장벽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완강하게 저항했다. 결국 한국은 물러났다. 한국 협상단은 내부적으로, 계속 미국에게 요구하되 미국이 끝까지 거부할 경우에는 한미 FTA 타결을 위해 '무역구제 분야', 미국의 반덤핑 장벽 개선 요구 관철을 포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리고 이를 국회에 '대외비'로 보고했다. 정창수 당시 보좌관은 이러한 중대한 협상 목표 수정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에 제공했다. 그리고 다음 해 겨울 감옥에 갇혔다.
그 사이 정부는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선언했고, 협정문에 서명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관료들은 이렇게 자랑했다.
"반덤핑 등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 가능성을 억제하고 견제하고자 하는 목표를 상당부분 달성" (2008년 <한미 FTA 상세 설명 자료>, 131쪽)
그러나 그 때부터 이미 거짓말이었고, 지금도 아직 거짓말이다. 이미 한미 FTA를 처음 만들 때 제10장의 반덤핑 조항 자체가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입에 발린 서비스 장식이요 치장이었다. 반덤핑 조사를 시작할 때에 서면으로 알려준다는 등의 조항(10.2조)은 이미 미국의 반덤핑 국내법에서 보장하는 절차였다. 게다가 이 화장발 같은 치장 조항조차 미국이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게 따지는 길을 막았다. 제네바로 가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하도록 했다.
충분히 보았다. 한미 FTA 발효 후 5년, 충분히 보았다. 미국의 반덤핑 장벽은 더 치솟았다. 산업부가 작년 9월 19일 기준 작성한 <수입규제 관리카드표>를 보면, 당시의 23건의 미국 조치(조사 중 포함) 중 14건이 한미 FTA 발효 이후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 3월 10일 한국산 변압기에 61%라는 엄청난 반덤핑 관세 최종 판정을 내렸다. 이는 매우 이례적으로 그 배경에는 매우 일방적으로 조사를 받는 한국 기업이 성실하게 자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당국이 '조사 기업에게 불리한 입수 가능 사실 자료(adverse facts available)' 조항을 일방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은 한미 FTA 협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 장벽을 세계무역기구(WTO)에 두 차례나 제소해야 했다. 2013년에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그리고 2014년엔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가 WTO 위반이라는 이유로 제소했다. 한미 FTA는 무력했다.
한국이 제네바에 낸 소장을 보면, 미국은 WTO 규정과 판결을 어기고 '제로잉'이라는 방식으로 덤핑 판정을 했다고 되어 있다. 이 방식은 덤핑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비싸게 판 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치고('제로'로 처리), 값싸게 팔아 덤핑 혐의가 있는 거래만으로 덤핑 여부 판정을 하는 사기꾼 판정이다. 간단히 말하면 비싸게 판 것은 제외하고 싸게 판것만 가지고 싸게 팔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한미 FTA 홍보를 하면서 미국이 제로잉 방식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이 방식을 사용하였으니 고쳐달라고 WTO에 제소 중이다.
특별히 나는 이 글을 정창수를 위해 쓴다. 그리고 한미 FTA 반대 운동에서 탄압을 받은, 이름 없는 많은 분들에게 쓴다. 그리고 국회의원직을 건 사람도 있었다.
2006년부터 시작하여 2012년까지 지속한 한미 FTA 반대 운동은 세계 통상 질서에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의 이 운동은 국내 통합에 실패한 FTA의 세계사적 미래를 내다 본 것이었다. 이 운동은 세계의 FTA 질서를 ‘제헌’하는 위치에 있지 못한 한국의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FTA 질서를 당장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나 ‘제헌국가’의 앞줄에 있는 미국과 영국은 트럼프의 등장과 EU 탈퇴라는 방식으로, 국내 통합 없는 FTA를 거부했다.
역설적으로 트럼프는 국내 통합에 실패한 FTA가 낳은 자식이다. 다음 회에 자세히 보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 통지를 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의 FTA 모델을 아직 완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한국은 미국의 FTA 모델을 심는 곳이지, 한국을 위해 별도의 모델을 만들 곳은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 지난 10년간의 한미 FTA 반대운동을 '괴담'이라 비웃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트럼프가 새로운 FTA 모델을 한국에게 요구할 때, 그대들은 이에 대비할 힘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트럼프에게 찾을 것인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에 걸친 한미 FTA 반대 운동에서 한국 사회가 기억해야 할 많은 사람이 있다. 그 중 특히 한 국회 보좌관(그의 이름은 정창수이고 지금은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이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가 감옥에 갇힌 이유가 바로 미국의 덤핑 보복 폭탄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월 13일, 한미 FTA 타결 여부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한미 양국은 막판 고위급 협의를 가졌으나 결렬되었다. 당시 한국이 국민에게 공언한 핵심 과녁은 미국의 악명 높은 반덤핑 장벽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완강하게 저항했다. 결국 한국은 물러났다. 한국 협상단은 내부적으로, 계속 미국에게 요구하되 미국이 끝까지 거부할 경우에는 한미 FTA 타결을 위해 '무역구제 분야', 미국의 반덤핑 장벽 개선 요구 관철을 포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리고 이를 국회에 '대외비'로 보고했다. 정창수 당시 보좌관은 이러한 중대한 협상 목표 수정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에 제공했다. 그리고 다음 해 겨울 감옥에 갇혔다.
그 사이 정부는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선언했고, 협정문에 서명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관료들은 이렇게 자랑했다.
"반덤핑 등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 가능성을 억제하고 견제하고자 하는 목표를 상당부분 달성" (2008년 <한미 FTA 상세 설명 자료>, 131쪽)
그러나 그 때부터 이미 거짓말이었고, 지금도 아직 거짓말이다. 이미 한미 FTA를 처음 만들 때 제10장의 반덤핑 조항 자체가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입에 발린 서비스 장식이요 치장이었다. 반덤핑 조사를 시작할 때에 서면으로 알려준다는 등의 조항(10.2조)은 이미 미국의 반덤핑 국내법에서 보장하는 절차였다. 게다가 이 화장발 같은 치장 조항조차 미국이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게 따지는 길을 막았다. 제네바로 가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하도록 했다.
충분히 보았다. 한미 FTA 발효 후 5년, 충분히 보았다. 미국의 반덤핑 장벽은 더 치솟았다. 산업부가 작년 9월 19일 기준 작성한 <수입규제 관리카드표>를 보면, 당시의 23건의 미국 조치(조사 중 포함) 중 14건이 한미 FTA 발효 이후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 3월 10일 한국산 변압기에 61%라는 엄청난 반덤핑 관세 최종 판정을 내렸다. 이는 매우 이례적으로 그 배경에는 매우 일방적으로 조사를 받는 한국 기업이 성실하게 자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당국이 '조사 기업에게 불리한 입수 가능 사실 자료(adverse facts available)' 조항을 일방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은 한미 FTA 협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 장벽을 세계무역기구(WTO)에 두 차례나 제소해야 했다. 2013년에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그리고 2014년엔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가 WTO 위반이라는 이유로 제소했다. 한미 FTA는 무력했다.
한국이 제네바에 낸 소장을 보면, 미국은 WTO 규정과 판결을 어기고 '제로잉'이라는 방식으로 덤핑 판정을 했다고 되어 있다. 이 방식은 덤핑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비싸게 판 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치고('제로'로 처리), 값싸게 팔아 덤핑 혐의가 있는 거래만으로 덤핑 여부 판정을 하는 사기꾼 판정이다. 간단히 말하면 비싸게 판 것은 제외하고 싸게 판것만 가지고 싸게 팔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한미 FTA 홍보를 하면서 미국이 제로잉 방식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이 방식을 사용하였으니 고쳐달라고 WTO에 제소 중이다.
특별히 나는 이 글을 정창수를 위해 쓴다. 그리고 한미 FTA 반대 운동에서 탄압을 받은, 이름 없는 많은 분들에게 쓴다. 그리고 국회의원직을 건 사람도 있었다.
2006년부터 시작하여 2012년까지 지속한 한미 FTA 반대 운동은 세계 통상 질서에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의 이 운동은 국내 통합에 실패한 FTA의 세계사적 미래를 내다 본 것이었다. 이 운동은 세계의 FTA 질서를 ‘제헌’하는 위치에 있지 못한 한국의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FTA 질서를 당장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나 ‘제헌국가’의 앞줄에 있는 미국과 영국은 트럼프의 등장과 EU 탈퇴라는 방식으로, 국내 통합 없는 FTA를 거부했다.
역설적으로 트럼프는 국내 통합에 실패한 FTA가 낳은 자식이다. 다음 회에 자세히 보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 통지를 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의 FTA 모델을 아직 완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한국은 미국의 FTA 모델을 심는 곳이지, 한국을 위해 별도의 모델을 만들 곳은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 지난 10년간의 한미 FTA 반대운동을 '괴담'이라 비웃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트럼프가 새로운 FTA 모델을 한국에게 요구할 때, 그대들은 이에 대비할 힘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트럼프에게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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